세계 억만장자 기부클럽 ‘더기빙플레지’ 한국인 1호로 가입
“교육 불평등 문제 해결과 문화 예술 지원 등 조직 구상 중”

'더기빙플레지' 등록된 김봉진 설보미 부부 (사진=우아한형제들)
'더기빙플레지' 등록된 김봉진 설보미 부부 (사진=우아한형제들)

[중앙뉴스=김상미 기자] 김봉진(45) ‘배달의민족’ 창업자인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자신의 재산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여 더기빙플레지에 한국인 첫 등록자가 돼 화제가 되고 있다.

이와 관련 우아한형제들은 김 의장이 세계적 기부클럽인 ‘더기빙플레지(The Giving Pledge)’ 219번째 기부자로 등록됐다고 18일 밝혔다.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김 의장은 더기빙플레지 219번째 기부자이자 한국인 첫 가입자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중국, 인도 등에 이어 일곱 번째다.

‘더기빙플레지’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부부가 2010년 함께 설립한 자선단체다. 10억달러(한화 1조원)가 넘는 자산을 보유해야 가입 대상이 되고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해야 한다.

현재 이 자선단체에는 24개국, 218명(부부·가족 등 공동명의는 1명으로 산정)이 참여하고 있다. 회원으로는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 영화 스타워즈의 조지 루커스 감독,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회장,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등이 있다. 회원 219명의 약 75%는 빈손으로 시작해 부를 일군 자수성가형 억만장자들이다.

김 의장의 재산은 배달의민족을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매각하면서 받은 DH 주식 가치 등을 포함하면 1조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절반 이상이면 5천억원 넘게 기부하게 된다.

더기빙플레지는 이날 홈페이지에 김봉진 의장 부부의 사진과 함께 영문, 국문 서약서를 공개했다. 김 의장은 서약서에서 “저와 저의 아내는 죽기 전까지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한다”고 밝혔다.

기부를 결심한 이유로 “고등학교 때는 손님들이 쓰던 식당 방에서 잠을 잘 정도로 넉넉하지 못했던 가정 형편에 어렵게 예술대학을 나온 제가 이만큼 이룬 것은 신의 축복과 운이 좋았다는 것으로 밖에는 설명하기가 어렵다”는 말로 대신했다.

대한민국 작은 섬마을인 전남 완도군에서 태어난 김 의장은 어려서 화가를 꿈꿨지만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예술고교에 가지 못하고 수도전기공업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서울예대(구 서울예전)에 들어가 실내디자인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2002년 디자인 그룹 이모션에서 일한 뒤 네오위즈, 네이버, NHN 등에서 웹 디자이너로 일했다. 이어 그는 2010년 자본금 3000만원으로 '우아한형제들'을 창업해 국내 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탄생시킨 스타트업계 자수성가의 대표적인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김 의장은 "2017년 100억원 기부를 약속하고 이를 지킨 것은 지금까지 인생 최고의 결정이었다고 생각하며 이제 더 큰 환원을 결정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김 의장은 그동안 사랑의열매에 71억원을 기부하는 등 최근까지 100억원 넘게 기부했다. 사랑의열매 기부금은 역대 개인 기부액 중 최고치다. 기부금은 음식 배달 중 사고를 당한 배달업 종사자(라이더)들의 의료비와 생계비로 쓰이고 있다.

김 의장은 기부금 사용처에 대해서는 “교육 불평등에 관한 문제 해결, 문화 예술에 대한 지원, 자선단체들이 더욱 그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돕는 조직을 만드는 것을 차근차근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에는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55) 이사회 의장이 자신의 재산 절반 이상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고 밝혀 따뜻한 기운을 전하고 있다. 김범수 의장의 재산은 주식 평가액만 10조원을 넘어 총 기부액은 5조원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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