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한나의 맛있는 시 (253) // 콩나물 국밥 / 이가을
최한나의 맛있는 시 (253) // 콩나물 국밥 / 이가을
  • 최한나 기자
  • 승인 2021.02.23 0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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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을 시인
이가을 시인

 

콩나물 국밥

이가을

 

이 동네 이사와서 발 들어선 첫 집

국밥 냄새에 골목이 환했네

달빛이 노란 은행잎을 물들이는

동안에

 

밥 뚝배기에 노랗게 머리 올린

콩나물 대가리들 빳빳하니

그래, 입맛 순한 게 콩나물인데

 

후루룩 말아 먹은 한 술 국밥에

주먹만한 깍두기 붉은 코

당신이 겹치네

 

끓어오르는 뚝배기 같아서

뜨건 국물처럼

안으로 삭힐 줄 모르는 당신

얼마나 더 붉어져야 할까

 

그 시절 어머니는 가난한 풍로를 돌려

파란 불꽃 파르라니 떨어

 

허구헌날 욕쟁이 아버지의 술국 끓이는

어머니처럼

나도 콩나물국 끓이는데

보글보글- 속 끓는 소리

 

당신이 양은냄비처럼

달아오르면

화기의 점정, 맹독처럼 격렬해질까

 

혼자서 국밥을 말아 먹는 아침

고요해 닭은 울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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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속에 닭 한 마리가 울어대면 울엄마는 콩나물시루에 물을 주곤 했었다. 눈물도 한숨도 부어가며 키웠던 그 콩나물! 밥상이 마당으로 날아갔던 그 밤이 心亂을 남기면 아버지 아침상에 어김없이 오르던 콩나물국! 고춧가루 팍팍 뿌리던 엄마 손이 아른거린다. 엄마는 부엌에 혼자 앉아 눈물 훌훌 불어가며 들이키곤 했었지. 추웠던 시대, 우리 아버지도 가난한 세월에 육남매 건사하려니 팍팍하기도 하셨겠지. 내 나이가 몇인가? 세월의 희생자들인 당신들 계셨기에 이렇게 나는 추억의 콩나물 국밥에 코를 박곤 한다. 이젠 국밥 한 그릇에 용서도 회한도 말아서 맛깔지게 먹곤 하는데 뜨거워서,매워서, 눈물 흐른다. 어머니도 아버지도, 또한 인생을 술로 말아먹어 버린 어느 남정네도, 따뜻한 손, 포근한 가슴을 갈망하던 변방의 나그네였음을 이제는 알 것 같은 것이다. 나이테가 주는 힘 덕분이리라. 시리고 아리어서 안아주고픈 시다. 아니 서로의 들먹이는 등을 다독이듯, 치유를 체온을 맛보게 한 고백이다. [최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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