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력·점프 각자강점 살려 여자싱글 2강구도

김연아(오른쪽)가 13일 고양 어울림누리 빙상장에서 열린 2008∼200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여자 싱글 시상식에서 1위를 차지한 일본의 아사다 마오와 포옹을 하고 있다. 고양=전경우 기자 kwjun@sportsworldi.com
뜨거운 라이벌전이었다.

2008∼200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 파이널은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일본), 두 요정이 시니어 여자 피겨 싱글의 양대 산맥임을 여실히 보여준 경기였다. 세계에서 가장 피겨를 잘 한다는 6명이 겨룬 대회. 그 중에서도 김연아와 아사다는 나머지 4명과 20점 가까운 점수 차를 보였다.

김연아 표현력 vs 아사다 점프

상반된 두 선수의 스타일은 이번 대회에서도 확고하게 드러났다.

여자 싱글 첫 날인 12일 열린 쇼트프로그램은 김연아의 정확한 기술과 표현력이 돋보였던 장면. 김연아는 한 차례 러츠 실수에도 불구하고 다른 6개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해 1위에 올랐다. 뒤집기를 허락한 프리스케이팅에서도 예술 점수 만큼은 아사다에 이기는 등 자신의 강점을 발산했다.

반면 아사다는 고난도 트리플 악셀을 두 차례나 깔끔하게 성공시키며 이 기술을 할 수 없는 김연아를 공략했다. 두 차례 트리플 악셀은 이번 시즌을 준비하면서 아사다가 야심차게 내놓은 무기. 지난 두 차례 그랑프리 시리즈에선 회전수가 부족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으나 이번 대회에서 모두 가산점을 받으며 김연아를 꺾었다.

해외 언론 “여자싱글, 맞수로 압축”

해외 언론들 역시 상위 5∼6명이 혼전을 거듭 중인 남자 싱글과 달리 여자 싱글에선 김연아와 아사다가 양자구도로 압축됐다는 데 이견을 달지 않았다. 피겨 취재만 13년을 했다는 영국 ‘데일리 텔레그라프의’ 산드라 스티븐슨 기자는 “김연아의 컨디션이 잠시 내려갔을 뿐이다. 반면 아사다는 새 코치와 호흡이 빠르게 맞춰가고 있다”면서 “두 선수의 경쟁이 앞으로 흥미롭게 전개될 것이다”고 평가했다.

아사다 전담 기자를 파견하는 등 그랑프리 파이널에 각 사당 2∼3명의 취재진을 파견한 일본 언론들 역시 아사다의 진정한 라이벌이 김연아 하나 뿐이라고 전했다. ‘산케이스포츠’는 “‘아사다의 점프’가 ‘김연아의 표현력’을 앞섰다”는 말로 두 선수의 대결을 주목했다.

이젠 김연아가 도전한다

이제 두 선수의 라이벌전은 4대륙 선수권대회와 세계선수권대회로 향한다.

아사다는 올 해 2월 고양에서 열렸던 4대륙 대회에서 우승한 데 이어 3월 예테보리(스웨덴) 세계선수권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국내에서 치르는 첫 국제대회와 3연패 달성 여부로 인해 그랑프리 파이널에 부담을 갖고 임했던 김연아로선 보다 홀가분한 상태로 아사다와 승부를 준비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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