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에 도심지 거리로 나온 자영업자들..."방역정책 1순위는 늘 자영업자들이었다"
"귀가하시죠. 안 그러면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중앙뉴스=윤장섭 기자]'전국자영업자비대위' 소속 회원 등이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 일대에서 오늘 새벽까지 비상등을 켠 채 정부의 ‘거리두기 4단계 조치’에 불복하는 1인 차량 시위를 벌였다.

'전국자영업자비대위' 소속 회원 등이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 일대에서 정부의 ‘거리두기 4단계 조치’에 불복하는 1인 차량 시위를 벌였다.(사진=비상등을 켜고 차량시위에 나선 자영업자들)
'전국자영업자비대위' 소속 회원 등이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 일대에서 정부의 ‘거리두기 4단계 조치’에 불복하는 1인 차량 시위를 벌였다.(사진=비상등을 켜고 차량시위에 나선 자영업자들)

자영업자들은 "정부가 발표한 사회적거리두기 4단계에 따라 저녁 시간 3인 사적 모임을 금지한 조치에 반발하며 심야에 대규모 차량 시위"를 벌였다. 자영업자들은 "정부의 방역정책에서 1순위는 늘 자영업자들이 타겟이 되었고, 그결과 희생은 자영업자들의 몫이었다"며 정부는 사적 모임의 통제를 해제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방역 정책을 세워달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 "귀가하시죠. 안 그러면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늦은 밤, "서울 혜화역 앞에서는 경찰들이 차로 양쪽에 서서 비상등을 켠 차량"을 검문 검색했다. 이날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조처에 반발한 자영업자 단체가 도심 차량시위를 벌이자, 경찰이 단속에 나서 오고가는 차량들을 검문하며 운전자에게 시위 차량인지를 물어본 뒤, 한 개 차로를 차단"하고 검문을 이어갔다.

전국자영업자비대위 소속 회원 등은 이날 "서울 여의도 인근에서 차량 500대 정도가 모여 시속 10∼20km로 서행하는 시위를 계획했으나, 이를 불법으로 판단한 경찰이 도심 25곳에 검문소"를 세우고 차량들을 차단하자 이에 반발하며 혜화역 인근으로 시위 장소를 급히 옮겼다.

"시위에 참여한 자영업자들은 자신들이 거리로 나올 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하며, "매출액이 코로나19 이전보다 절반 넘게 감소했다"고 했다. 이어 "저녁 이후 3인 이상 사적 모임까지 금지하면서 생존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경찰들은 시위에 참여한 자영업자들에게 "귀가하라며 안 그러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알려주기도 했다.

경찰들은 시위에 참여한 자영업자들에게 "귀가하라며 안 그러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알려주기도 했다.
경찰들은 시위에 참여한 자영업자들에게 "귀가하라며 안 그러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알려주기도 했다.

차량 시위에 참여한 "한 식당 업주는 지금까지 빛으로 버텨왔다"며, 지금은 더 이상은 버틸 수가 없는 상황까지 이르러 이래죽으나 저래죽으나 똑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자영업자는 한 60% 정도 (매출이) 떨어진 거 같다"며, "최소한 12시까지는 영업을 할 수 있도록 자영업자를 생각해줘야 한다"며 정부는 영업 시간을 풀어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거리두기 4단계 조치를 해제하고 자영업자들이 생존할 수 있는 방역 정책"을 다시 세워달라고 호소했다.

경찰은 이날 "자영업자들의 차량 시위를 신고 없이 진행한 불법 집회"로 규정했다.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되면서 1인 시위 외에는 행사나 집회가 금지된 상태다. 따라서 이번 자영업자들의 차랼 시위는 이를 어겼다"는 것,

단속에 나선 경찰관은 "자영업자들의 도심지 차량 시위는 미신고 불법 집회이며, 감염병예방법상 여럿이 모이면 안 되기 때문에 차량이 집단을 이루어서 도심지를 운행한다"고 해도 "미신고 집회에 해당이 된다"고 말했다. 이날 경찰과 운전자들은 차량시위의 정당성을 두고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어떤 자영업자는 "단속하는 경찰에게 '왜그래 아니 내가 죄졌냐구'라며 따지기도 했다." 경찰은 집회 주최자와 참가자들을 집회시위법 등 위반 혐의로 입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업종별 자영업자 단체들이 연합한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의 김기홍 공동대표는 14일 밤 11시30분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을 차별하지 말고, 자영업자도 국민임을 인정해 돌봐주고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김 대표는 “정부는 그동안 자영업자들에게 기다리라는 말만 하며 우리를 희생시켰다. 주위를 둘러보라, 자영업자만 문을 닫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우리가 백신을 맞아도 코로나19 확진자는 나온다. 도대체 언제까지 가게 문을 닫아서 코로나19가 종식된다고 믿는 것이냐”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당장 자영업자는 폐업하고 빚더미에 앉는데 정부는 아직도 어떻게 보상하겠다는 것인지 논의하지 않고 있다”면서 정부 방역 대책으로 누적된 자영업자들의 손실을 보상해 달라고 외쳤다.

김 대표는 또 “정부는 이제 더이상 코로나 방역 수치에 연연하지 말고, 중증환자 치료에 집중하라”며 “의미 없는 거리두기 4단계를 폐지하고 새로운 방역을 실시할 때다. 시간 규제를 철폐하고, 인원제한을 철폐해 달라”고 촉구하고 방역 당국이 진전된 대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차량 시위를 계속 이어가겠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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