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시간에 12시간이나 자리 비워 … 공직자 신분으로 심사위원장 맡아

김준규 검찰총장 내정자가 평일 근무시간에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 참석해 물의를 빚고 있다.

▲ 김준규 검찰총장 내정자     ©시정뉴스
김 내정자는 평일인 월요일인 지난 4월27일 오전부터 오후 늦게까지 열린 ‘2009 미스코리아 대전·충남 선발대회’ 예심에 심사위원장으로 참석하면서 12시간 동안 자리를 비운 것으로 알려졌다.

미스 대전·충남 선발대회는 미스코리아 대회의 지역예선이다. 고검장 신분으로 미인대회 심사를 맡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김 내정자는 4월 27일에 열린 예심 뿐만 아니라 5월 8일에 열린 본선 모두 참석해 심사를 맡았다.

정부의 차관급 공직자가 일과시간에 공무를 하지 않고 미인 콘테스트 심사에 참여한 것은 검찰의 내부 기강 해이와도 직결돼 미인대회에 참석하게 된 경위와 근무 기강 확립 등에 대한 내정자의 입장 표명이 따라야할 대목이다.

김 후보자는 미스코리아 예심 현장에서 대전·충남 지역 인터넷 언론과도 인터뷰를 가진바 있다.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는 성 상품화 논란으로 공중파 방송에서도 중계를 그만둔 지 오래다. 사회적인 비판도 여전하다.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예심에선 심사위원단이 수영복 차림을 한 출전자들의 목선과 뒤태까지 들여다본다.

김 후보자가 대전 고검장이라는 공직에 있으면서 평일에 근무를 제쳐두고 미인대회의 심사위원장을 맡은데 대한 비난도 더욱 거세지고 있다.

특히 당시 대전고검장으로 재직하고 있던 김 내정자가 휴가를 내지 않은 상태에서 미인대회에 참석한 것은 고위 공직자로서 바람직한 처신이 아니다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참여연대 박근용 사법감시센터 팀장은 “과연 검찰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김 내정자는 공무를 제쳐두고 행사에 참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는 “처음에는 고검장이 미스코리아 심사위원장을 한다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주최 측이 공식적으로 요청해 고민 끝에 기관장 신분으로 참석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여성단체들은 "공직자 신분으로 미인대회 심사위원장 맡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여성단체에서는 김 내정자가 검찰 총수로서 자격이 의심스럽다는 지적이다.

이구경숙 한국여성단체연합 정책국장은 "공직에 있는 사람이, 대표적인 성 상품화라면서 여성단체에서 반대해온 미인대회의 심사위원장까지 한 것은 너무나 부적절한 처사"라며 "성 의식, 여성인권 의식이 전혀 없는 사람 같다"고 비판했다.

야당의 여성의원은 "검찰총장 후보자가 그런 천박한 성의식을 갖고 있다는 건 문제"라며 "검찰총장 자격이 있는지 걱정스럽다"고 지적했다.

여당에서조차 반발의 조짐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여성의원은 "고검장이 무슨 미인대회 심사위원장까지 했느냐"며 "어떻게 그와 같은 사람이 검찰을 지휘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도 구두논평을 통해 "근무시간을 미인대회 심사에 할애했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도 좋게 평가될 수 없는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김 내정자는 공직자가 미인대회 심사위원장을 맡고 그것도 평일에 자리를 비웠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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