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열 대기자
전대열 대기자

[중앙뉴스 칼럼기고=전대열 대기자]부정선거라면 아마도 한국민의 관심이 가장 클 것이다. 세계의 모든 나라가 선거를 치르고 나면 부정선거다 아니다 하면서 한바탕 소란을 피우지만 한국처럼 혁명으로 승화한 나라는 없다. 지난번 바이든과 트럼프가 맞붙었던 미국에서는 엉뚱하게도 현역대통령 트럼프가 야당후보 바이든을 부정선거 당선자라고 헐뜯는 일이 벌어졌다.

자기 지지자들을 향하여 의회로 쳐들어가 바이든 당선을 저지하라고 연설까지 했다. 미국 역사상 초유의 의회난입사건이 터진 경과가 그렇다. 이 사건은 자유민주의 나라 미국에 일시적인 상처를 줬지만 더 이상 커지지 않고 끝났다.

다른 많은 나라들도 대선을 치르고 나면 부정선거 시비가 나온다. 페루에서도 근소한 표차로 낙선한 후보가 선거에 불복하여 한 달여를 끌다가 결국 물러난 일도 있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1960년 자유당 이승만정권의 조직적인 관권선거에 항의하는 학생과 시민들의 궐기로 수많은 희생자를 내고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이를 가리켜 역사는 4.19혁명으로 지칭하며 헌법전문에 이를 명기하여 대한민국 건국의 이념으로 못 박아 놨다.

자랑스러운 4.19혁명은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으며 타국의 학생운동에도 큰 영향을 끼쳤으며 민주주의를 쟁취한 혁명으로 기록되었다. 그러나 그 이듬해 박정희가 저지른 5.16군사쿠데타로 인하여 혁명은 의거로 격하되고 군사정권 30년의 어둠을 맞이한다.

이 과정에서 헌법은 누더기로 변하여 삼선개헌과 유신헌법에 농단되며 10.26의 비극을 거쳐 서울의 봄을 기대했으나 전두환에 의한 5.18쿠데타로 또 다시 군홧발에 짓밟히는 불행을 겪어야 했다. 5.18로 쿠데타의 시동이 걸렸지만 이날은 위대한 광주시민들이 전 국민의 소리 없는 응원을 받으며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한 저항의 날이기도 하다.

4.19때는 전국적으로 186명의 희생자를 냈지만 5.18때는 광주지역에서만 165명의 참사자가 생겼다. 올바르게 가야할 역사를 비튼 참혹한 현실 앞에서도 국민들은 자유 민주 정의를 지켜야 한다는 혁명정신을 되새기며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그것이 1987년 6월 항쟁이다. 최루탄으로 방어막을 친 전두환정권의 단말마적인 호헌선언은 결국 6.29항복 선언으로 끝을 맺는다. 또 한 번의 시민혁명이 개가를 올린 셈이다.

아무리 큰 권력을 가지고 있어도 자유를 외치는 순수한 시민들의 절규를 무시하거나 외면할 수 없다는 철칙은 항상 옳다. 그런데 이번에 대법원에 의해서 유죄로 판명된 드루킹 댓글사건은 바로 현재의 집권자인 문재인 당선을 위해서 여론조작을 조직적으로 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과거 정권이 국정원의 관권조직을 이용하여 댓글조작을 했다는 이유로 모두 감옥살이를 했거나 하고 있다. 일개 정권을 위해서 관권이 동원된다는 것은 자유당 시절 4.19혁명에 의해서 치죄되었다.

경찰과 군인 그리고 일반 공무원을 총동원한 규모였기에 그 주동자들은 최인규내무부장관을 비롯하여 사형선고를 받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물론 발포명령자로 지목되었기에 5.16쿠데타 정권에 의해서 정치깡패 이정재 등도 운명을 같이했다. 국민의 올바른 뜻을 왜곡하는 댓글 역시 현대판 부정선거다. 과거와 달리 현대는 모바일 전성시대가 되어 여론이 스마트폰에 뜨는 온갖 문자에 의해서 유도된다. 가장 대중적인 것이 카카오톡과 문자메시지지만 그 외에도 인스터그램 밴드 등 이른바 SNS를 지배하는 새로운 문화시대가 활짝 열렸다. 나이든 세대는 기기조작에 서툴러 뒷전으로 밀렸지만 젊은 세대는 모두 모바일에 의존한다. 코로나 때문에 재택근무가 가능한 것도 모바일이 있어서다.

따라서 컴퓨터를 이용한 댓글조작을 한다는 것은 국민의 여론을 자기들에게만 유리하게 오도(誤導)하려는 속셈에서다. 이는 진실을 가리고 허위를 내세우자는 것 밖에 아무 것도 아니다. 엉터리 댓글은 정치목적으로 사용될 때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지만 일반 회사나 점포에서도 이를 역이용하는 사례가 적발되기도 한다.

댓글로 상품을 과장하거나 맛 집으로 소문내는 경우에 해당된다. 일반 소비자가 이를 순수하게 믿었다가 낭패를 보는 사례는 적발되면 곧바로 처벌의 대상이 된다. 더구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여론을 조작하는 행위는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질적으로 매우 나쁜 사례다. 김경수가 드루킹의 주범인 김동원과 밀약을 맺고 매크로와 킹크랩을 이용하여 4000만회 이상의 댓글을 전파했다는 대법원의 판결은 아무리 부정해도 돌이킬 수 없는 범죄로 낙인(烙印)되었다.

댓글조작의 가장 큰 수혜자는 대통령후보였던 문재인이다. 그가 댓글을 지시하거나 보고를 받았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선거에서 그처럼 은밀한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즉각 사과하는 게 옳다. 민주사회에서 지도자는 책임자이기 때문이다.

전대열 대기자. 전북대 초빙교수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