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에서 조업을 마치고 귀항 중이던 소형 남한선박이 항로를 이탈해 북방한계선을 넘어 북으로 넘어갔고, 북한 경비정이 이를 발견 북측 항구로 예인했다. 보도에 의하면 기계고장으로 방향을 잘 못 잡고 항해하다 북측해역으로 넘어간 것으로 돼있다. 보도내용이 맞다면 조업을 마치고 귀항 중에 실수로 북방한계선을 넘은 것이다.
이같은 일은 그 동안 서해안이나 동해안에서 가끔 일어나는 일이고, 북한 선박 역시 기계고장 등의 이유로 고기잡이 배들이 남쪽해상으로 넘어오는 경우도 여러번 있었다.

이런 경우 최근 몇 년동안 사례를 보면 남북은 공히 간단한 조사들을 한 후에 다시 보내주곤했다. 명백하게 고기잡다가 기계고장이나 높은 파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상대 경계선을 넘은 경우다. 일종의 조난을 당한 상대선박에 대해 인도주의적인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런 관례로 본다면 이번 동해안 월선 남한 선박 역시 조만간 북측이 남한으로 보내줄 것으로 예상되고 또 그렇게 조치 하는 것이 기본이고 순리다. 다만 상대지역의 조난 선박이 월선해 올 경우 그 진상을 제대로 파악하는데 남북이 시간 차이가 있을 수는 있다. 남한은 조난 당해 남측해역으로 들어온 북측 선박을 해상에서 쉽게 조사 한후 즉각 북측으로 돌려 보낸 경우가 있고, 북측은 남한 선박에 대해 조사 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좀 더 오래 걸린 경우가 일반 적이다.

이번 동해안 월선 남한선박 북측 예인도  최근의 사례를 보면 별로 염려 할 것이 안된다. 다만 이 사간을 보도하고 분석하는 언론보도 태도가 유감이다.

최근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이기 때문에 북측이 남한 선박을 쉽게 안 보낼 가능성이 높다는 언론보도를 말한다.
기계고장이든 실수든 간에 남한 선박이 북측으로 넘어 간 것은 사실이다. 그러기 때문에 그 다음 문제는 당연히 북측이 결정할 문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북한이 조사를 착수하기도 전에 북측이 안보내줄 수도 있다는 진한 뉘앙스를 풍기는 전망을 하는 일부 언론보도는 북측이 월선해 예인한 선박을 남한으로 쉽게 보내는 것의 큰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개성공단에서 북측에 억류된 남측 회사 직원과 압록강에서 북측 진영으로 들어가 사진찍고 취재활동 하다가 북축에 억류된 미국기자 사건, 이번 월선 고기잡이 배의 북측 예인은 성격이 크게 다른데도 불구하고 마치 4명의 선원이 타고 새벽에 고기잡다가 기계고장으로 방향을 잃고 북방한계선을 넘어 북측으로 간 고기배 선원도 북한이 정치적으로 이용해 먹기 위해 장기억류할 수도 있다는 식의 보도는 충분히 북측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측의 입장에서 기분 좋을 리 만무하다.

북한이 4명이 탄 소형 고기잡이 배가 북한측으로 넘아와 간첩질 했다는 근거를 만들지 않는 이상 소형고기배 선원들을 남한으로 보낼 가능성이 훨씬 높다.

북쪽 경계선을 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압록강에서 미국 기자를 납치한 것은 분명 아니고, 개성공단에서도 전혀 혐의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나 추첨해서 한명 인질로 붙잡고 있는 생떼 부리는 것은 분명 아니다. 금강산 관광객이 전혀 잘못이 없는데 갑자기 해변에 총기를 난사한 것도 아니다. 북한식 잣대로 불때 사안별로 분명한 이유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북한식 잣대와 남한식 잣대는 분명 다르다. 우리는 그 잣대의 차이를 인정하고 공동분모를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북한의 생각을 남한식 잣대로 재단하려고 한다면 남북관계 개선은 어렵다. 그 차이가 없었다면 남북은 진직 통일됐을 것이다.

소형선박이 고기잡이 하다가 기계고장으로 방향을 잃고 월북한 것이니 절차에 따라 일단 조사를 하고 건강하게 보내주기를 희망한다는 메세지를 북측으로 보내고 일단 기다려 보자는 것이다.
북한이 정치적으로 이용해 먹을 소지가 충분하다며 북한을 자극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북한에게 정치적으로 이용해먹으라고 알려주는 것 처럼 들린다.  우리는 즉각 보내주는데 왜 당신들은 즉각 안 보내주냐고 해서도 안된다. <정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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