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수필가/시인
박종민 수필가/시인

[중앙뉴스=박종민] 숱한 세월이 흘러도 잊어 벼려지질 않는 슬로건(slogan)이 떠오른다. 가물가물한 기억 속에서도 생생하게 회자 되는 글귀이다. 필자가 군 생활할 때이니 벌써 오래전인 1970년대의 일인데도 생생하다.

수송부대 막사에 내걸린 문구로“닦고 조이고 기름치자”라는 내용이다. 이 같은 글씨가 군용차량정비소 건물 벽면엔 대문짝만한 큰 글자로 쓰여 있었다. 부대 내에 배속된 해당 병과(주특기)에서 소임을 맡은 병사들은 물론이요, 그 외 모든 장병과 주변 도로를 오가는 행인(일반인)까지도 이목을 끌어들이기에 충분했다.

병영(兵營)에서 장병을 통솔하는 정신훈련 적인 메시지가 분명하다. 많은 이들이 이 메시지에 긍정하고 있음이 확연했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그 슬로건이 부대에 그대로 남아있는지 모르겠지만 글귀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만큼은 여전하게 유효하리라 생각된다.

정비점검 차량이나 기계장비 장치는 물론 총포까지도 해당이 된다. 녹슬 거나 오물이 끼어있지 않게 깨끗이 잘 닦아내고 조리개가 느슨하게 풀리지 않도록 꽉 조이고 윤활유를 골고루 잘 쳐줘 장비나 기기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이니 말이다.

이 말은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주의 깊이 임하여 최선을 다하며 세심하게 살펴야 하는 성실한 자세를 강조하는 의미가 담겨진 거다. 언제 어느 때라도 출동해야만 하는 군으로서 불시의 긴급사태에 철저히 대비해야 하는 완전한 태세 훈령이다.

성공적인 작전 수행을 위한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철칙과 원리에 따른 완벽한 예비 조치를 갖추자는 것이다. 세월이 지났어도 엄청 많이 지난 이 시점에 군대와 관련된 얘기를 디지털화한 이 시대에 와서까지 무슨 케케묵은 얘길 뚱딴지같이 하느냐 할 수 있다. 관건은 아무리 최첨단으로 기계화하고 전자화하였다 하더라도 기계도 장비도 사람이 조작하고 조정한다.

결국으론 아날로그적인 사람 본연의 역할이 중요하게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계나 장비나 기구를 조정하고 다루는 건 사람이기에 일의 성패는 일을 수행하는 그 사람의 눈썰미와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에 달려 있다. 성실하게 해내려는 노력 여하에 따라 성패가 좌우되게 되어있다.

닦고 조이고 기름을 치는 것은 누구나 예외 없이 모든 부처 모든 이들에게 해당이 되는 문구로서 사람이 수행하는 일에는 반드시 요구되는 사항이다. 특히 나태해지기 쉬운 사람의 몸이야말로 정신과 육체를 잘 닦고 조이고 기름을 치는 건 필수조건이다.

건전한 정신과 건강한 육체를 유지해나가기 위해서는 몸이 더럽히지 않도록 정갈하게 관리되어야 한다. 정신수양부터 육체까지 골격이 삐딱하게 어긋나지 않을 몸의 균형감각을 잘 조율 해야 한다. 영육이 쇠잔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신체가 고장이 나는 걸 사전에 방비해야 한다. 더구나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쉽게 망가지고 고장이 나기가 십상이다. 바로 잡지 않으면 어지럽게 된다.

몸과 맘은 그른 걸 바로잡을 줄 모르면 어리석어진다. 건강한 육체와 정신이 있어야 건전한 마음이 작동하는 것이다. 건전한 정신과 건강한 마음에서 올바른 행실이 나오기 마련이다. 작금의 사례를 볼 때 영육(靈肉)의 부실한 정비로부터 사건 사고가 터져난다.

기계를 작동하는 일은 물론이요, 작고 큰 사고나 사건도 잘못된 몸과 마음으로부터 야기된 것이다. 즉, 깨끗하게 닦고 철저하게 조이고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기름을 치지 않은 결과라 하겠다. “닦고 조이고 기름치자”란 문구가 명언이다.

누가 창안해냈던, 세기를 초월하여 두고두고 길이 남을 금언이며 명품 격언임에 틀림이 없다. 각종 사고가 빈번한 오늘의 우리에게 절절한 화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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