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순 시집 / 맹물은 뜨겁다
나영순 시집 / 맹물은 뜨겁다

 

아직

나영순

 

아직, 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무얼 하겠다는 건지

어제도 아직

오늘도 아직

내일도 아직

 

살아서

완성은 없다는 사람이 있다

 

인생이라는 이 여정

아직도, 아직인 사람이 있다

 

 

                            - 나영순 시집『 맹물은 뜨겁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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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수한 낱말들 중에 ‘아직’이라는 단어처럼 긍정과 부정의 두 얼굴을 가진 낱말이 있을까,

아직이라서 뿌듯하고 기쁘고 든든한 것들도 많고, 반면에 아직이라서 한없이 게으르고 또한 초조하고 숨 막힐 듯 절망스럽고 암울한 적 없었던가? 아직과 벌써가 혼재하는 길이 인생길이다. 그 중도를 살아간다는 것은 내 의지대로 되는 것만은 아닌 것이 살아가는 맛이기도 하다. 분명한 것은 한없는 아직을 신뢰하는 자가 되어서는 아니된다는 것, 하지만 우리네에겐 아직이라고 말하고 싶고 아직이라고 스스로를 속이고픈 저마다의 사연들도 존재한다.

지금은 아직도 펜데믹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 안에 아직 소망이 존재하고, 승리의 내일을 위한 에너지가 건재함을 확신한다. ‘아직’이라는 단 두 글자의 의미를 깊이 사유하게 해 준 시인의 짧은 편지 한 장, 마음에 꼼꼼하게 아직도 적는 중이다. [최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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