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일부 석 달 동안 매달 1억원 이상 뛰어
전국 아파트 평균 시세 3.3㎡당 2천만원…서울 4천만원대
매매가와 분양가 차이도 역대 최대로 벌어져
상승률 30% 넘은 곳 속출…고양 덕양 1년간 41% ‘급등’

전국적으로 아파트값이 무섭게 상승하면서 전세가·분양가와의 격차는 더욱 크게 벌어지고 있다. (사진=김상미 기자)
전국적으로 아파트값이 무섭게 상승하면서 전세가·분양가와의 격차는 더욱 크게 벌어지고 있다. (사진=김상미 기자)

 

[중앙뉴스=김상미 기자] 아파트값이 미쳤다. 하늘 높을 줄 모르고 고공 행진한다. 뛰는 전세가 위에 나는 매매가라는 식의 웃지 못 할 형국이다. 전국적으로 아파트값이 무섭게 상승하면서 전세가·분양가와의 격차는 더욱 크게 벌어지고 있다. 정말 ‘미친 아파트값’이다.

7일 KB국민은행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값 3.3㎡당 평균 시세가 두 기관 조사에서 모두 처음으로 2천만원을 넘어섰다.

서울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 KB국민은행조사에서 4천569만원, 부동산114조사에서 4천2만원으로 각각 4천500만원, 4천만원을 돌파했다. 

KB국민은행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서초구는 3.3㎡당 7천73만원으로 강남구(7천897만원)에 이어 7천만원을 넘겼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청구 전용면적 84.86㎡는 지난달 6일 23억9천만원(8층)에 매매 계약서를 쓰면서 지난 5월 14일 같은 면적이 20억8천만원(18층)에 팔린 것보다 3억1천만원 올랐다. 석 달 동안 매달 1억원 이상 뛴 셈이다.

성동구는 5천36만원을 기록해 송파구(5천817만원), 용산구(5천487만원)에 이어 5천만원이 넘는 지역에 이름을 올렸다. 또 지난달 은평구(3천85만원)와 강북구(3천2만원)의는 3천만원을 돌파했다.

현재 서울 25개 구 가운데 3.3㎡당 아파트값이 3천만원을 밑도는 지역은 중랑구(2천977만원)와 금천구(2천764만원) 뿐이다.

지난해 7월 말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골자로 한 새 임대차법이 시행되면서 전셋값도 급등했지만, 매매가 상승률을 따라잡지는 못하고 있다.

KB국민은행 통계로 지난달 기준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전국 66.9%, 서울 55.3%로 올해 들어 최저치이자, 연도별로는 나란히 2013년 이래 가장 낮다.

매매 가격이 전셋값보다 가파르게 오르는 상황이 장기간 지속하는 것이다.

특히 서울에서 종로구(63.0%), 성북구(62.3%), 중구(61.7%), 관악구(61.4%), 은평구(61.3%), 중랑구(60.7%), 금천구(60.2%) 등 아파트값 중저가 지역은 전세가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매매가 추가 상승 여력이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아울러 전국적으로 아파트의 3.3㎡당 매매가와 분양가의 차이는 역대 최대로 벌어졌다.

부동산114가 집계한 올해 1∼8월에 공급된 전국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는 1천290만원으로, 평균 매매가(2천50만원)와의 차이가 760만원에 이르렀다. 이는 연도별로 매매가와 분양가의 차이가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427만원)보다도 더 벌어진 것.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정부의 규제 기조에 따라 작년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통제 지역이 늘어나고,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까지 부활하면서 분양가 상승이 매매가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는 영향”이라며 “시세 대비 저렴한 분양 가격이 청약 시장의 열기를 지속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아파트 값이 폭등의 고공행진을 하면서 올해 들어 보지 못했던 기록들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경기도와 인천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곳들이 속출하고 있다.

최근 5년간의 수도권 흐름을 보면 서울은 강남권에서 강북으로, 경기도는 강남 배후 지역인 남부에서 서부를 거쳐 북부지역으로 매수세가 옮겨붙으며 시세를 분출하고 있다.

KB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최근 5년간의 서울과 경기도, 인천 등 수도권 아파트값 흐름을 보면 정부 규제에 아랑곳없이 주도 지역을 바꿔가며 상승 한계를 시험하듯 속속들이 치솟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작년엔 서울(13.06%)과 경기도(13.21%)가 쌍끌이하며 수도권 집값을 천장으로 밀어 올렸다. 전국(9.65%) 집값도 많이 올랐으나 수도권과 비교하면 초라해 보인다.

서울의 수직 상승은 ‘노강구(노원구·강북구·구로구)’가 견인했다. 노원구가 21.28%로 가장 높았고 강북구는 17.08%, 구로구는 16.40% 올랐다. 그 뒤를 성북구(15.69%)와 양천구(14.91%), 은평구(14.74%)가 쫓았다.

경기도에서는 김포(19.80%)와 수원(18.15%), 남양주(17.79%), 광명(17.46%), 용인(16.09%)이 ‘톱5’를 형성한 가운데 안양(15.16%)·의왕(15.25%)·고양(14.52%)이 뒤를 받쳤다.

올해는 양상이 바뀌었다. 경기도와 인천의 아파트값을 보면 입이 딱 벌어진다. 8월까지 인천은 21.75%, 경기도는 21.16% 뛰며 시세가 폭발했다. 이미 작년 연간 상승률을 크게 상회했다.

서울은 11.57% 상승해 전국 상승률(13.85%)을 밑돌았으나 지난 4년간 엄청나게 오른 것을 감안하면 여전히 무서운 상승세다.

서울에서는 강북의 노원구(18%)·도봉구(16.21%)가 강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마포구(13.50%)·동대문구(12.56%)·중랑구(11.20%)가 많이 올랐다.

경기도는 주도지역이 완전히 바뀌었다. 시흥(32.52%)·오산(32.50%)·동두천(29.55%)·의정부(26.61%)·의왕(26.45%)이 상승을 주도했고, 작년에 많이 올랐던 고양(25.58%)과 수원(24.86%)의 오름폭도 컸다.

인천은 연수구(30.89%)의 상승세가 압도적이었고 계양구(22.79%)와 부평구(22.64%), 서구(21.45%)가 강세였다.

최근 1년간 전국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고양시 덕양구였다. 서울과 맞닿은 이 지역 아파트값은 지난 1년간 무려 41.67%나 올라 부산 해운대구(38.75%)를 제치고 수위에 올랐다.

경기도와 인천의 급등세는 교통망 확충과 신도시 개발 등 다양한 호재에 뒷북 규제가 중첩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경기도의 경우 인구 증가세도 집값 상승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경기도 인구(주민등록기준)는 작년 말 현재 1천342만명으로 최근 5년간 90만명 늘었다. 연평균 18만명이 증가한 것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GTX A, B, C, D나 신안산선 등 경기도 거의 전역이 서울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교통 호재가 만발한데다 3기 신도시 효과, 서울보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싸고 규제 허들이 낮다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경기도나 인천 집값을 밀어 올리고 있다”고 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큰 시황에서 전세가율이 약 70%를 넘으면 전세가와 매매가의 차이가 좁혀지면서 매수 전환이 용이해진다”며 “전세가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중저가 지역은 대출이 어려워진 현 상황에서 갭투자가 용이해지기 때문에 매매가격의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부동산 경제전문가는 아파트값이 급등의 고공행진을 하는 것과 관련 “부동산이 최단기간에 부를 축적할 수 있는 최고의 투기 수단이라는 '기대심리'를 충족시키는 여러 가지 이유와 조건들을 한 테이블에 놓고 고민하는 통합적 분석에 따른 정부의 전방위적인 대책과 조치가 미흡하다”며 “이를 총체적이고 사회 통합적으로 분석하여 해결하려는 정부 당국의 대책 등이 절실하며 소비자와 부동산 관계자들의 의식 개선 등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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