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캠퍼스, 메타버스로 ‘메타버시티’ 만들어
“로그인하는 순간, 모든 것이 현실이 된다”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가 메타버스 플랫폼 moim으로 ‘Meta-versity & EduTech 직업교육 혁신 세미나’를 진행했다.(사진=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가 메타버스 플랫폼 moim으로 ‘Meta-versity & EduTech 직업교육 혁신 세미나’를 진행했다.(사진=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중앙뉴스=김상미 기자] “로그인하는 순간, 모든 것이 현실이 된다”

대학가에도 ‘메타버스’ 열풍이 불고 있다. 대학가에서는 9월 시작된 2학기부터 아바타 강의를 시작하거나 플랫폼 구축에 나서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현실의 물리적 환경이 온라인 가상세계와 융합한 세상’이라는 뜻의 메타버스는 우리 귀에 익숙할 정도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비대면 서비스 수요가 늘면서 여러 분야에서 실감 나는 가상세계 만들기에 뛰어들고 있다.

대학들도 올해 들어 캠퍼스를 메타버스로 확장하는 ‘메타버시티(Meta-versity)’를 만들기 시작했다. 

메타버시티는 메타버스 속의 혹은 메타버스를 이용한 유니버시티이므로 메타버시티(Metaversity), 멀티버시티(Multiversity) 미래전략이라 할 수 있다.

메타버스를 이용한 메타버시티는 동신대, 전남대 고려대 등과 전문대에서 추진 중이거나 이미 구축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와 관련 동신대는 광주·전남 대학 중 최초로 3D 아바타 기반의 메타버스 강의 체계를 구축했다. 올 2학기부터 5개 전공과 2개 교양 교과목을 시범 운영하는데, 수강생들은 교과목에 따라 짧게는 2주, 길게는 9주 동안 메타버스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는다.

동신대는 신학기부터 5개 전공, 2개 교양 과목에서 메타버스 플랫폼 ‘인게이지’를 활용한 수업에 들어갔다.

해당 전공과목은 토목환경공학과 ‘수리학Ⅱ’, ‘토질역학 및 실험Ⅰ’, 조경학과 ‘조경의 이해2’, 전기공학과 ‘신재생에너지공학’, 방사선학과 ‘방사선치료학’이다. 교양 과목은 배드민턴 이론과 실제, 독서와 토론(역사) 수업이다.

학생들은 플랫폼에 접속해 수강 신청 과목의 메타버스 수업을 듣고 있다. 이름, 메일주소, 비번 등을 입력해 등록·로그인한 후 얼굴, 체형, 머리 모양, 의상, 신발 등을 직접 골라 자신의 마음에 드는 아바타를 생성하면 수업준비 끝이다.

수업 도중 발표는 물론 VR 고글형 디스플레이(HMD) 기기를 활용한 실험, 실습도 가능하다. 360도 강의실 전체를 볼 수 있어 입체감도 뛰어나다. 같은 공간에 들어온 선후배 아바타와 따로 교분도 쌓을 수 있다.

동신대는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수업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집단 감염 위험을 막고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메타버스 강의를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대학은 2학기 동안 7개 교과목을 시범 운영한 뒤 학생·교수들의 의견을 수렴해 내년 1학기에는 메타버스 강의를 확대할 방침이다.

전남대도 이번 학기부터 일부 강의에 메타버스 기법을 도입하고 앞으로 입학·졸업식은 물론 입시설명회, 신입생 환영회, 가을 축제 등도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자체 플랫폼을 개발해 향후 5년 내 메타버스 가상캠퍼스를 구축하고 가상 공간에서 다양한 강의·교육·연구 활동을 한다는 것이다.

전남대는 이를 위해 최근 메타버스 캠퍼스 기획위원회를 출범하고 단계별 가상캠퍼스 활용방안을 마련 중이다. 대학 측은 메타버스 캠퍼스 구축에 최소 40억 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대학은 ‘브이스토리(Vstory)’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한 수업과 학술대회 등을 적극 추진 중이다. 앞서 1학기와 계절학기 중에는 9개 국립거점대학이 참여한 학점교류 프로그램 1과목에서 메타버스 플랫폼 수업을 진행했다.

앞서 전남대 교육문제연구소는 지난해 10월 고교 1~2학년을 대상으로 이를 활용한 진로 멘토링을 선보이기도 했다. 전남대는 가상캠퍼스가 본격적으로 구축·운영되면 물리적‧공간적 제약을 벗어난 많은 인원의 비대면 강의와 수업, 세미나 등을 양방향 진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전남대 교육혁신본부는 오는 10일까지 디지털도서관 정보마루 2층 갤러리존에서 메타버스 플랫폼 ‘브이스토리’를 동시 활용한 온·오프라인 성과공유회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전남대 정성택 총장은 “공간적 제약을 뛰어넘는 메타버스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며 “인공지능 융·복합 관련 학과 개설과 가상·증강현실 역량강화를 통해 적극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도 SK텔레콤과 지난 7월, 양해각서를 체결해 ‘차세대 스마트 캠퍼스’ 구축 계획을 밝혔다. 고려대는 실험·실습 등 비대면으로는 한계가 있는 일부 교과목과 동아리·국제교류·사회봉사 등 다양한 비교과 활동에 메타버스를 적용할 예정이다.

대학들은 메타버스를 활용한 교육 인프라가 앞으로 신입생 모집에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대학이 온전한 메타버시티를 갖추기엔 3D 캠퍼스 디자인 비용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한편, 조훈 서정대 교수(호텔경영과)는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회장, 박주희 삼육보건대 기획처장, 이하 학회)가 지난 1일 주최한 ‘메타버시티 & 에듀테크 직업교육 혁신 세미나’에서 대학들이 입학식 등 메타버스 기반의 일회성 행사를 열기 위해 메타버스 관련 비용만 최소 1천만 원에서 5천만 원 가까이 지출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프리랜서·아웃소싱 플랫폼 ‘크몽(kmong)’ 등에서 제페토(네이버 메타버스 플랫폼) 크리에이터들은 외주 비용을 기본 300만 원부터 디자인 수준이나 요구사항에 따라 많게는 750~900만 원으로 받고 있다. 그래서 대학이 자체적으로 메타버스를 개발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대학이 단독으로 개발하고 운영하기에는 많은 예산과 시간이 필요하다.

조 교수는 위 세미나에서 대학들이 힘을 합쳐 메타버시티를 공동개발하자고 제안을 했다. 학회는 오는 10월에 전문대학 20여 곳이 참여하는 메타버시티 컨소시엄을 구성할 예정이다. 이후 2024년 2월까지 교과과정 실감형 콘텐츠 등을 설계하고 개발할 예정이며, 참여대학 간 운영기술과 노하우 등을 공유하면서 메타버스를 활용한 대학 간 공동학위 콘텐츠도 만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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