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시간 1시간 연장, 도움 안돼"
밥상물가 비상도 시름 더해
재난지원금 지급, 실제 체감경기 개선 미지수

13일 광명 전통시장, 추석 특수를 기대하는 상인들과 달리 한산하다 (사진=신현지 기자) 
13일 광명 전통시장, 추석 특수를 기대하는 상인들과 달리 한산하다 (사진=신현지 기자)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글쎄요, 아직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데 앞으로 좀 나아지겠죠. 뭐 추석이라고 예전처럼 특별히 옷이나 신발을 사 입던 시절도 아니고, 그래도 다들 주머니에 돈이 들어왔으니 아무래도 여름보다는 낫겠죠. 하지만 아직은 뭐 특별히 달라진 건 없어요.”

13일 오후, 마포구 역사 내 의류 자영업자 K씨의 대답이었다. 명절 특수와 정부의 5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따른 상인들의 기대심리가 크지만 정작 현장의 분위기는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이처럼 취재진과 만난 K씨는 10년째 옷가게 운영에 이런 고전은 처음이라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맞은편 동종업종의 B씨도 같은 답이었다. 정부가 상생지원금을 풀어도 우선 다급한 생필품에 주머니를 열기 마련이라는 것. 그러니 추석 특수는커녕 폐업을 고민해야할 때라고. 코로나19 확산세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어 기대감이 실제 체감경기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분위기를 반영하는 말이기도 했다.   

13일 광명전통시장, 싱싱한 채소와 다양한 먹거리가 고객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신현지 기자)
13일 광명전통시장, 싱싱한 채소와 다양한 먹거리가 고객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신현지 기자)

 같은 날, 취재진이 찾은 광명의 전통시장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명절을 코앞에 둔 예전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나마 광명시장에서 20년 넘게 고추방앗간을 운영하는 L(68·여)씨만은 정부의 재난지원금 덕에 간만에 웃는다며 환한 표정이었다. 이날 L씨는 “요즘만 같으면 장사할 맛이 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확실히 정부가 돈을 푸니 고객들이 좀 늘었다. 마침 고추를 구입하는 시기도 됐고, 건고추 한근에 1만 8천원인데 재난지원금 카드로 구입하는 고객이 7~80%.”라고 했다. 매출이 궁금하다는 질문에는 지난주보다 3배 쯤은 되는 것 같다는 귀띔이었다.

그러나 K씨의 맞은편 건어물가게 P(여)씨는 추석 특수를 묻지 말라며 손사래부터 쳤다. “아따, 보면 모르요. 한번 보시요. 어디 사람들이 있나! 사람들이 아예 재래시장을 안 나와요. 그러니 추석대목 보려고 여수에서 물건을 해온 멸치 상자들이 그대로 있잖아요. 코로나 오고 나서 죽을 맛이랑게요. 필요하면 나온 길에 한 박스 사쇼. 막 떨이로 줘버릴랑게”라며 멸치 상자를 취재진에 들이밀기도 했다. 결국 한 박스 구입하기로 하고 가격을 물으니 조림용 멸치 1.5kg 한 박스가 2만 8천원이라고.

건고추 포대 위의 "재난지원금 받습니다"라고 고객의 걸음을 붙잡고 있다(사진=신현지 기자)

그것도 최고로 저렴한 가격에 준다는 말을 L씨는 덤처럼 붙여 취재진을 혼란스럽게 했다. 이어 L씨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에 폭염과 집중호우 등 악재가 겹쳐 물가가 천정부지로 뛰어올라 상인들 역시도 힘들다고 했다. 물론 L씨의 하소연을 굳이 듣지 않아도 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이유를 농산물 가격정보를 통해서도 알 수 있기는 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8일 기준 쌀(20kg) 소매가격은 5만 7,580원으로 1년 전(5만 620원) 대비 12.0% 올랐고, 계란(특란 30개)의 소매가격은 6,586원으로 1년 전(5,606원)보다 14.8% 증가했다. 상추(4kg) 소매가격도 7만 2,380원으로 1년 전보다 54.9% 상승했다.  

13일 식당가 골목의 호프집, 10시 영업연장에도 한산하다(사진=신현지 기자)
13일 식당가 골목의 호프집, 10시 영업연장에도 한산하다(사진=신현지 기자)

건어물 가게를 나와 향한 곳은 전통시장의 꽃이라고 불리는 모듬전 가게, 물론 모듬전 상인도 아직은 추석 분위기는 이른다는 답이었다. 하지만 상인의 가게 안에는 모듬전을 앞에 놓고 둘러앉은 술손님들이 제법 있어 보였다. 가게 입구에는 ‘국민지원금 사용가능’ 이라는 안내문구도 붙어있었다. 그러고 보면 서민들의 허전한 속을 달래기엔 막걸리에 빈대떡만 한 것이 없을 것이었다.

전통시장을 나와 취재진이 마지막 향한 곳은 인근의 먹자골목, 어느덧 거리엔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적용에 따른 운영 제한 시간이 오후 9시에서 한 시간 늘어나 제법 분주하려니 했는데 아니었다. 생각보다 한산했다. 지난 3일 중대본은 거리두기 연장 방안에 4단계 지역 식당·카페 매장 영업시간을 오후 10시로 1시간 늘렸다. 백신 인센티브도 확대해 4단계의 경우 접종 완료자를 포함해 최대 6인까지, 3단계는 최대 8인까지 모임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상가 출입문의 '국민지원금 사용매장' 안내문이 고객을 재촉하고 있다 (사진=신현지 기자)
상가 출입문의 '국민지원금 사용매장' 안내문이 고객을 재촉하고 있다 (사진=신현지 기자)

 그러나 6년째 호프집을 운영하고 있는 A(45 여)씨는 취재진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영업시간 1시간 늘렸다고 매출에 크게 달라진 건 없다는 말이었다. 게다가 주 고객은 퇴근길 2~30대 젊은층이 대부분이라 2차 백신 완료의 백신 인센티브 확대도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둘러보니 8개의 탁자에 두 사람씩 앉은 세 개의 탁자가 그의 시름을 달래고 있었다.  A씨는 지난달 아르바이트 직원을 내보내고 지금은 혼자 운영한다고 했다. 또 지난 8일 전국적으로 차량시위를 진행하던 날 자신도 시위에 참가했다며 쓴 웃음을 지어보이기도 했다.   

같은 골목 식당을 운영하는 C(56 남)씨도 같은 하소연이었다. “접종 완료자가 대부분 고령층이다 보니 젊은 고객층이 대부분인 우리 식당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며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구로구 소재 한 슈퍼마켓이 밤 10시 가까이 방문 고객들에 분주하다 (사진=신현지 기자)
구로구 소재 한 슈퍼마켓이 밤 10시 가까이 방문 고객들에 분주하다 (사진=신현지 기자)

 인근의 슈퍼는 이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였다. 제법 분주한 걸음이 이어지고 있었다. 계산대 앞에도 길게 줄을 서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계산대 위 물건을 내려놓기 전 재난지원금 사용이 가능하냐고 묻는 고객도 보였다. 그때마다 계산원은 대답 대신 빠른 고갯짓으로 입구에 붙여놓은 ‘국민지원금 사용매장’ 이라는 스티커를 가리켰다. 그만큼 바쁘다는 몸짓이었다. 그러니까 시장에 풀린 재난지원금의 분위기를 가장 빠르게 읽을 수 있는 건 생필품매장인 듯 보였다. 그러니 정부의 5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자영업에 체감경기 개선으로 나타날지는 미지수였다.

한편 정부는 크게 4번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1차 재난지원금은 거주지역에서 사용이 가능한 보편지급이었고 2차(2020년 9월)와 3차(2021년 1월), 4차(2021년 3월) 지원은 피해 소상공인 등 대상의 맞춤형 '선별지원' 방식이었다. 이번 5차 재난지원금은 총 11조원 규모로 국민 88%에게 1인당 25만원이 지난 6일부터 지급 개시되고 있다.

5차 재난지원금은 1차 재난지원금과 사용처가 동일하다. 전통시장, 동네마트, 편의점, 카페, 서점, 병원, 약국, 미용실, 안경점, 음식점 등 지역화폐 및 지역사랑상품권 가맹점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다만, 백화점, 대형마트, 면세점, 유흥업소, 온라인 쇼핑몰(전자상거래),사행성 업소에서 사용은 불가하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