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불러온 비대면 특수를 타고 플랫폼 기업은 무서운 속도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불러온 비대면 특수를 타고 플랫폼 기업은 무서운 속도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중앙뉴스=김상미 기자] 최근 빠른 속도로 영역을 확장하고 나서는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규제 논의가 활발하다. 국내 온라인 플랫폼의 ‘갑질’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최근 정부와 여당의 규제 움직임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과잉 규제가 될 수 있는 만큼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지네발식으로 운영하는 디지털 플랫폼 규제가 과연 독인가 약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불러온 비대면 특수를 타고 플랫폼 기업은 무서운 속도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13일 금융감독원 공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카카오는 올해 상반기 기준 117개의 국내 계열회사를 두고 있다. 해외 계열사 41곳을 합치면 총 158개사에 달한다.

2016년 상반기 기준 국내 49개·해외 29개로 총 78개 계열사를 신고한 것에 비하면 5년 만에 식구 숫자가 갑절로 늘어난 셈이다.

과거 재벌 대기업의 무차별 사업 확장을 비판적으로 빗대는 용어가 문어발이었다면, 지금 플랫폼 기업은 지네·그리마 등 다지류(多肢類)에 비길만하다. 그 대표 기업이 카카오와 네이버를 들 수 있다.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을 뿐 네이버도 신사업 진출에 카카오 못지않게 적극적이다. 카카오와 네이버의 전방위 확장은 기존 업체 및 규제 체계와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려는 법안이 약 10건 발의됐다.

대형 플랫폼 사업자들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불공정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플랫폼 업체의 소비자 보호책임을 강화하는 내용 등이 담긴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법안은 그동안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의 권한 문제, 업계 반대 등에 부딪혀 수개월째 국회 계류 중이었다.

그러나 여당이 최근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에 대한 조속한 입법 의지를 내비치면서 관련 법안들에 대한 논의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여당은 내달 국정감사에서 입법 필요성을 강조한 뒤 법안 통과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 역시 플랫폼 ‘갑질’을 정면 조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10일 외부 강연에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등의 통과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플랫폼 분야 경쟁제한행위를 집중적으로 감시하겠다고 예고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9일 “금융위는 (빅테크에 대해)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을 여러 차례 이야기했으며 그 원칙을 앞으로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현재 규제 법안들이 충분한 논의 없이 졸속으로 처리된다면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과도한 규제로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은 플랫폼 기업과 입점업체 간 표준계약서를 작성토록 하는 것이 골자다. 매출액 100억원 또는 중개거래액 1천억원 이상 업체가 규제 대상이다.

공정위는 30개 내외의 플랫폼이 규제 대상에 해당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회원사 전수 조사를 한 결과 100개가 넘는 스타트업이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역시 온라인 플랫폼에 ‘정보 교환을 매개하는 서비스’를 포함하는 등 적용 대상이 광범위하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달 한국벤처창업학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두 법안이 통과된다면 중소상공인과 스타트업에 더 피해를 줄 것”이라며 “거래액이 13.4조원 감소하고, 22만명의 취업유발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연구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권혁주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외협력팀장은 “현재 논의 중인 플랫폼 규제는 빅테크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까지 대상으로 삼고 있어 성장 동력이 더 필요한 스타트업의 혁신이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섣부른 규제로 인해 오히려 플랫폼 간 경쟁이 약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타다 금지법(개정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으로 타다의 서비스가 종료되자 카카오모빌리티가 국내 모빌리티 시장에서 독과점 체제를 구축한 것처럼 새로운 규제가 대기업에만 유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타다 금지법이 카카오모빌리티의 독점 강화라는 결과를 낸 것처럼 규제가 원래 의도와 다른 엉뚱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스타트업은 대기업보다 규제 대응에 취약해 공정한 경쟁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권세화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플랫폼은 그동안 소비자에게 편리성을 줬기 때문에 성장할 수 있었고, 그동안 적자를 보며 무료로 서비스하고 있었던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며 “이용자와 구성원이 공감할 수 있는 선에서 상생방안을 찾아야지 무조건 규제한다는 것은 혁신을 막는 발상”이라고 말했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 손혁상 연구위원은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의 ‘제로 가격책정’은 독점으로 전환되는 ‘쏠림현상’을 이끄는 강력한 긍정적 네트워크 효과를 갖는 시장을 만드는데 주효한 영업전략”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결국 시장 독점은 필연적으로 소비자 손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최근 플랫폼 규제 논의를 촉발하는 강력한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소비자 관련 한 전문가는 “독점화된 플랫폼 사업자에는 소비자가 저항할 수 없고 종속되는 관계로 갈 수밖에 없다”며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를 남용하지 못하도록 계류 중인 관련 규제 법안이 빨리 실효성 있게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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