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열 대기자
전대열 대기자

[중앙뉴스 칼럼기고=전대열 대기자]공산주의 국가를 빼놓고 대부분의 민주국가에서는 정부를 이끌어가는 지도자를 직접선거로 뽑는다. 대통령중심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에서도 군사독재가 판치고 있는 나라들은 형식적인 선거를 하거나 허수아비 국회를 통하여 간접적인 방법으로 선거형식을 치른다.

우리나라도 과거 박정희와 전두환 시절에는 통일주체 국민회의나 대통령 선거인단을 만들어 거의 99%의 지지로 대통령을 뽑았던 쓰라린 기억이 있다. 요즘 군사쿠데타로 시민 저항이 만만찮은 미얀마 같은 나라는 언제 정상적인 민주회복이 가능할 수 있을지 의문에 빠진다. 선거는 항상 여야가 대립구도를 형성하여 치열하게 다툰다.

권력을 쥐고 있는 여당 측이 유리한 입장에서 선거를 치르게 되지만 야당이 승리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게 선거다. 지난번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트럼프와 바이든의 대결이 예측을 불허하는 백중세로 보였다. 어마어마한 팬덤을 가지고 있는 트럼프는 승리를 낙관했던 것으로 보였지만 안티세력의 잠재력을 애써 무시했다가 결국 패자가 되었다. 마지막 의회난입이라는 승부수까지 던졌지만 추악한 이름만 남기고 끝났다.

우리나라도 이제 6개월 뒤에는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한다. 여당인 민주당은 이미 경선 막바지에 이르렀다. 여섯 후보가 다투다가 정세균의 사퇴로 5명이 남았지만 승패는 이재명과 이낙연 간에 결정 난다. 여당경선은 결선으로 가느냐 여부에 온통 관심이 쏠려 있다. 현재 이재명이 앞서 있지만 호남경선의 결과가 나와 봐야 안다. 결선투표는 항상 의표를 찌르는 변수가 작용하여 선두주자를 불안하게 만든다.

더구나 호남출신 정세균의 사퇴로 이낙연에게 파란불이 켜졌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25~26 양일간에 펼쳐질 호남20만 표의 향방은 최대의 승부처인 서울지역에 미칠 영향력이 크다. 야당 국민의힘은 여덟으로 컷오프 되었지만 윤석열과 홍준표가 자웅을 겨루는 모양새다. 아직 투표가 시작되지 않았기에 기라성 같은 다른 후보들의 추격도 소홀히 봐선 안 된다. 특히 유승민과 최재형은 다크호스다. 모든 언론은 지금 유력후보들의 강약점을 모두 들춰내 코로나에 시달리는 국민들의 흥미와 관심을 점증시킨다. 바람직하진 않지만 저널리즘의 사명 중의 하나다.

이재명은 대장동 게이트가 터져 나오면서 자칫 궁지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 아직 본격적인 검증단계를 거치지 않았기에 폭발성 여부는 더 기다려 봐야 할 듯싶다. 국무총리조차 국회답변에서 “상식적이지 않다”는 견해를 피력했으니 문제성은 있어 보인다. 이낙연은 주변 인물들의 사망문제도 있지만 호남경선에서의 득표력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윤석열은 박근혜 적폐청산과 관련한 일부 보수 세력의 힐난(詰難)은 예상했던 바이지만 검찰총장 당시 ‘고발 사주’의 주인공으로 고발되면서 공수처의 피의자 신분이 되었다.

이를 폭로한 조성은이라는 젊은 여성이 국정원장 박지원과 만나 수상한 면담을 가졌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오히려 국정원의 대선개입이라는 쪽으로 번져간다. 대선후보 중 제1위에 올라있는 윤석열을 찍어내려는 여당 측의 조작여부는 대선판세에 가장 중대한 변수가 될 수 있다. 홍준표는 역선택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갑자기 선두를 넘보는 유력후보가 되었다. 그가 TV토론에서 윤석열을 향하여 ‘조국’일가를 과잉 수사했다는 엉뚱한 비난을 퍼부었다. 조국일가의 부정과 비리는 이미 재판을 통하여 확인된 사항이다. 변호사인 그가 모를 리 없다. 윤석열은 그로 인하여 징계를 받으면서도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권을 포기하지 않았다.

홍준표는 당내에 큰 파문을 던지며 ‘무야홍’에서 ‘조국수홍’으로 변하며 반발을 불렀다. 대선을 앞두고 이들의 행적과 생각은 국민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준다. 그들의 언행 하나하나가 국민들의 마음속에서 꿈틀거리는 영양분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한다. 국민들은 누구를 지지하더라도 문빠와 대깨문으로 통칭되는 청맹과니가 되고 싶지는 않다. 무조건 찬성하고 지지한다는 것은 정당한 국민의 권리를 상실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잘잘못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냉철한 비판을 통하여 가장 옳다고 생각되는 후보를 선택하고 싶다. 코로나로 인하여 일상을 잃어버린 국민들은 가슴 가득하게 번진 우울증을 앓고 있다. 부동산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일자리는 사라졌다.

경제적인 어려움이 가정마다 넘친다. 재난지원금이라고 받아 봤지만 생활에 보탬이 되지는 않는다. 그마저도 연속으로 비등한 집값 때문에 상위 12%에 들었다고 대상에서 빠진 이들이 “나는 12%”라고 자조(自嘲)하고 있다. 국민을 우울증에 빠지게 한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다. 때마침 한가위를 맞이하여 즐겁고 풍요롭기를 기원하는 인사를 할 수 있는 지도자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국민의 한을 누가 풀어줄까.

전대열 대기자. 전북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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