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페루 FTA(자유무역협정)가 8월1일부터 발효됐다. 페루는 발효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7번째 FTA 상대국으로, 남미 지역에서는 칠레에 이어 두 번째 자유무역 시장이 된다. 작년에 중남미 국가 중 최고인 8.6퍼센트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페루는 최근 뜨는 신흥시장 중 하나다.

한·페루 FTA는 자원 부국인 페루와의 에너지·자원 협력 강화와 함께 칠레에 이어 최근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중남미 지역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페루시장에서 경쟁국 기업들에 비해 우리 기업들이 보다 안정적이고 유리한 경쟁·투자 환경을 조성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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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과 에두아르도 페레이로스 페루 통상관광부장관이 21일 한·페루 FTA에 서명하고 악수하고 있다.

■  페루, 천연자원 풍부…신흥시장으로 부상중

페루는 우리나라와 처음으로 FTA를 체결한 칠레와 에콰도르 사이에 있는 남아메리카 중부 태평양 연안국가로, 국토 면적은 남한의 13배인 128만㎢, 인구는 2918만명이며 작년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은 5172달러의 개발도상국이다.

페루는 천연자원이 풍부하다. 금 매장량은 1400톤으로 세계 11번째이고 동(6000만톤), 아연(1800만톤), 은(3만6000톤), 주석(7억1000만톤) 등이 대표적인 광물 자원이다. 석유와 가스의 매장량은 11억배럴, 3400억㎥로 세계 40위권이나 우리 기업의 투자진출 중요도면에서는 세계 5위권이다

페루는 최근 FTA와 같은 시장개방을 적극 추진함으로써 투자 및 관광객 유치, 수출시장 확대, 고용 및 생산성 증대, 산업고도화 등을 꾀하고 있다. 덕분에 페루 경제는 최근 5년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평균 7.2%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8.6% 성장해 중남미 국가중 최고를 나타냈다.

우리나라와의 교역규모는 작년 기준으로 19억8000만달러다. 수출이 9억4000만달러, 수입이 10억4000만달러로 1억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2009년 2억8000만달러 적자에서 조금 개선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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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작년에 승용차(2억7000만달러), 화물자동차(1억1000만달러), 합성수지(7000만달러), 경유(5000만달러), 정밀화학원료(4000만달러), 무선전화기(2000만달러) 등을 페루에 수출했다.


반면, 페루로부터는 동광(4억9000만달러), 아연(1억7000만달러), 나프타(7000만달러), 커피(3000만달러) 등 원자재가 주로 수입됐다.

우리나라는 1994년부터 작년까지 페루에 15억6400만달러(누계)를 투자했는데, 대부분 광물·에너지 분야(50건, 13억7000만달러)에 집중돼 있다.


발효 이후 달라지는 한-페루 교역관계

한·페루 FTA의 발효로 양국 간 현재 교역되고 있는 품목 가운데 우리나라는 107개, 페루는 5개를 제외한 모든 상품에 대한 관세가 10년 내 철폐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한·페루 FTA의 발효로 대페루 수출은 단기적으로 약 67퍼센트, 장기적으로 약 89퍼센트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페루로부터의 수입은 단기 14퍼센트, 장기 17퍼센트 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관세 인하 효과로 페루 시장에서 우리 자동차 및 현행 관세율이 높은 세탁기·냉장고, 섬유직물염료, 자동차 배터리, 중장비 부품, TV, 컴퓨터, 플라스틱제품, 의약품 등의 수출이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대페루 수입액의 92%를 차지하는 아연광, 동광, 철광 등 광산물은 이미 무관세로 수입되고 있어 시장개방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게 정부측 예상이다.

페루는 한국 주력 수출품목인 승용차(현행 관세 9%)와 관련해 3000㏄이상 대형차는 협정 발효 뒤 즉시 관세를 철폐하고, 1500㏄∼3000㏄ 중형차는 5년 내, 기타 승용차는 10년 내에 단계적으로 관세를 폐지키로 했다. 아울러 컬러TV(9%)도 협정 발효와 함께 관세가 사라지며. 세탁기(17%)와 냉장고(17%)는 각각 4년, 10년 내에 관세가 철폐된다.

농수산물과 관련, 쌀, 쇠고기, 고추, 마늘, 양파, 인삼류, 명태 등 107개 품목은 현행 관세를 유지하기로 했으며, 기타 202개 민감 농·수산물은 10년을 초과해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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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페루에서 수입되는 커피(2%)는 협정 발효와 함께 관세가 즉시 철폐되며, 아스파라거스(20∼27%)는 3∼5년 내, 바나나(30%)는 5년내 관세가 철폐된다.


개성공단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한국산 원산지 인정을 위한 역외가공 조항에 대해서도 합의가 이뤄져 플라스틱, 고무, 철강, 가전, 시계, 가구 등이 혜택을 받게 됐다.


지적재산권은 저작권 보호기간을 사후 50년에서 70년으로 늘렸다. 다만 한국은 국내법 개정 등을 위해 협정 발효 뒤 2년의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칠레에 이어 중남미시장 교두보 역할 기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페루가 상대적으로 작은 나라여서 한·페루 FTA의 거시경제효과는 10년간 GDP 0.01%의 증가효과 정도이고 발효 10년후 자원배분 효율성 증대 등을 고려한 후생수준은 GDP대비 5400만달러 증가가 기대되는 등 제한적인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경제효과 외에도 페루가 외국인 투자환경과 지리적 조건에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어 ‘중남미 시장 진출의 교두보’라는 부가적인 효과가 크다고 통상교섭본부는 강조했다.

태평양 연안의 카야오 항구는 우리나라와 중남미를 연결하는 최단 거리에 있으며, 세계은행의 기업환경 평가에서 페루(36위)는 중남미 국가 중에서 멕시코(35위) 다음으로 기업환경이 양호한 국가로 평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자원 부국인 페루와의 FTA 체결은 우리 기업의 대페루 에너지·자원개발 사업 진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통상교섭본부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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