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을 전면적으로 실시할 것이냐 아니면 저소득층 50%에 대해서만 점진적으로 시행할 것이냐 하는 정책문제를 놓고 서울시장과 서울시교육감이 맞붙었다.
 
서울시 교육청은 원래 시장(市長) 산하에 있는 기관이고 그래야 옳은 것인데 어느 날 법이 개정되어 시민의 직접투표로 교육감을 선출하게 되었다. 지난번 지방선거에서 많은 시민들이 어리둥절한 것도 교육감과 교육위원을 내 손으로 직접 뽑는데 있었다. 교육위원도 서울시의회 교육분과위원들이 맡는 자린데 좀 엉뚱하게 되었다.
 
그 통에 예산 7조를 다루는 교육감 선거는 시장 못지않은 큰 선거로 부각했다. 비록 무소속만 허용되는 선거였지만 교육행정의 총책임자를 뽑는 상징성 때문에 여야가 물밑에서 치열한 지지자 당선을 위한 몸부림을 쳐야 했다. 16개 시도에서 뽑힌 교육감들은 단연 신인들의 등장이 많았다. 그 중에서도 좌파로 분류되는 교육감 당선자가 6명이나 된다. 서울시와 경기도를 석권했으니 사실상 전국 교육행정의 중심을 좌파세력이 차지한 셈이다.

그들은 당선과 함께 민주노총 등의 구호를 그대로 교육행정에 접목했다. 가장 큰 것이 무상급식의 전면실시다. 초 중 고등학교에 다니는 우리들의 자녀중에서 가정이 가난하여 점심을 거르는 일이 생긴다. 자라나는 애들이 고픈 배를 움켜쥐고 수돗물을 벌컥벌컥 들이킨다.
 
이것은 비극이다. 과거처럼 너도나도 못사는 세상에는 별 수 없는 일이었으나 지금 한국은 세계 10위권에 진입한 경제 강국이다. 이런 나라의 청소년들이 밥을 굶는 일이 생겨서야 말이 되겠는가. 그러나 세상은 고르지 못하다. 세계제일의 경제대국으로 세계의 부러움을 독차지하던 미국이 연이은 경제적 실패로 디폴트 직전까지 가더니 드디어 신용등급이 한 단계 낮춰졌다.
 
문제는 미국이 한참 잘나가던 때에도 점심을 먹지 못하는 어린이들이 존재했다는 사실이다. 미 교육당국은 이들을 위해서 일정 범위 내에서 무료로 밥을 먹을 수 있는 조치를 취해 왔다. 가난한 집을 위한 배려다. 이것은 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실시하고 있는 일종의 구휼(救恤)정책이다. 빈곤퇴치의 한 방법이다.

그 대상은 대부분 빈곤가정이다. 비교적 잘사는 가정까지 국가가 책임질 이유는 없다.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빈곤해결책은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지만 그것은 경제운용과 정책집행을 통해서 이뤄진다. 정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경제마인드가 중요하다.
 
경제를 살리고자 하는 많은 방법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 하는데서 성패가 갈린다. 그것도 사람이 하는 일이니 자칫 공적인 이익을 추구하지 않고 사익을 도모하는 일이 생기면 그 경제정책을 망치게 된다. 잘나가던 나라들이 공직자의 부정부패로 하루아침에 추락한 전례는 수두룩하다.
 
사익(私益)에 몰두한 것은 아니더라도 이른바 대중영합정책에 함몰하여 국가경제를 좀먹은 일도 비일비재하다. 요즘 그리스가 국가부도 위기에 빠져 IMF에 목을 맸고, 독일경제가 휘청하고 있으며 남미제국이 전면적인 빈곤국가로 떨어졌다. 선거를 의식한 정치지도자들이 오직 국민의 표만 바라보고 국가미래는 돌아보지 않은 결과다.
 
땅을 치고 통고해봐야 이미 때는 늦었다. 개인들의 가정에서도 한번 생활수준을 높이고 나면 다시 낮추기는 매우 어렵다. 덜 쓰고 안 쓰는 검약을 신조로 내걸던 집조차도 한번 높아진 생활수준을 되돌리기는 어려워 지출을 늘려야 하고 그러다보면 마이너스 통장 메꾸기에 허리가 휜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복지는 정부의 의무지만 오직 복지를 위한 복지에만 매달리면 점점 불어나는 재정을 무슨 수로 당하겠는가. 지금 서울시의회가 무상급식 조례를 만들고 교육청이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 학교시설비까지 전용해가며 무리한 시행을 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에 제동을 걸었고 시민들이 나서서 결국 주민투표로 결판을 내게 되었다.
 
이에 대해서 한나라당 내에서도 오세훈을 비판하는 세력이 있으며 야당에서는 결사적으로 투표거부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오세훈은 촉망받는 젊은 정치인이다. 그에게는 언제나 ‘대권후보’라는 꼬리표가 붙어있다. 이번 투표는 그가 내건 건곤일척의 승부수다. 진짜 무상급식을 받아야 하는 저소득층 50%에게만 점진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해야 한다는 소신이다.
 
복지 포퓰리즘에 의해서 나라를 망치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이 그의 확신이다. 그런데 당내경쟁자와 야당 그리고 많은 국민들이 이번 투표에서 오세훈이 이긴다면 곧바로 대통령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 의문을 품고 있다. 오세훈의 진정성은 가려지고 삐딱한 시선만 롤러코스터처럼 빙빙 돈다.

필자는 여기서 한 가지 제안을 내놓는다. 오세훈은 주민투표를 행여 ‘승부수’로 끌어가는 만용을 부리지 말고 대선과 무관함을 선언하는 일이다. 투표에서 이기더라도 표플리즘을 배격하는 국민의 승리로 선언하고 차기 대선경쟁에 나서지 않겠다는 점을 미리 밝히는 것은 희망과 책임의 정치인으로서 신선한 행동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승부의 길이다. 오세훈은 공정선거법을 만들고 자신은 출마하지 않은 용기를 보인 전력도 있지 않은가. 오세훈의 결단이 기대된다.

▲    전대열 객원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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