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바닷가 노을은 인생을 말하고...

바닷가 노을 즈음


 

/최 봄 샘

 

저만치 지친 태양이 

 붉은 유언을 쓰고 있는

바닷가 노을 즈음

 

시한부 해안선끝

껍데기만  남은 바닷고둥 하나

어디서부터 떠밀려 왔는지

구토하며 누워 있구나

 

반백년 비워낸 몸뚱이

그래도 미련 남아

나란히 눕혀

해풍에 멀미 달래본다

 

모래밭에  그린 자화상

 파도에 씻기운다

 

   더 비워내야 하는데

떠나보내야 하는데

아직 남아 지워지지 않는 발자욱들

종종종 따라온다

 

바닷가 노을 즈음에...


 


 


 


 

시작 memo// 어느날 서해안을 거닐다가 바닷가에서 파도에 밀려온 하얀 바닷고둥이 문득 지금의 내 모습이 아닌가 싶었다. 아, 삶이란?! 결국 비워내다 비워내다 껍질만 남게 되는 것인가? 나는 누구에게 무엇을 얼마만큼이나 비워주고 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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