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춧가루가 얼마나 매운지를 신속하게 알아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돼 앞으로 고춧가루제품을 매운맛 정도에 따라 골라 살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농촌진흥청은 고춧가루의 매운맛 정도를 화학적인 처리과정 없이 빛을 이용해 신속하게 측정할 수 있는 ‘고춧가루 매운맛 측정기’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기존에 매운맛 측정을 위해서는 고춧가루에서 매운맛을 나타내는 성분인 캡사이신(capsaicin)을 추출하는 전처리 작업을 거친 후 고가의 기준물질을 이용해 정밀분석장비로 측정해왔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됐다.

이번에 개발한 측정기는 고춧가루에 빛(가시광선, 근적외선)을 비춰 일정 파장대역에서 빛의 흡수 정도를 측정해 캡사이신 함량을 예측하고, 그 함량에 따라 순한 맛에서부터 아주 매운맛까지 미리 설정된 기준에 의해 매운맛을 등급화할 수 있다.

고춧가루의 매운맛 측정에는 약 5초가 소요되며, 측정 오차는 ±10mg% 이하다.

특히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캡사이신 추출 작업이 필요없으며, 고가의 기준물질을 이용하지 않아 측정비용도 거의 들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전문가가 아닌 사람도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각 지역에서 운용중인 고춧가루 가공공장에서 이 측정기를 설치해 이용한다면 실시간으로 고춧가루의 매운맛을 등급화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서로 다른 고춧가루의 매운맛을 균일하게 만들 수 있다.

농촌진흥청은 이번에 개발한 고춧가루 매운맛 측정기에 대해 지난해 3월 국내특허와 7월 국제특허를 각각 출원했으며, 내년 초에 산업체 기술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현재 한식의 표준화와 세계화를 위해 국내에서 생산·유통되고 있는 고춧가루에 대한 매운맛 등급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고추가공식품의 규격화를 위한 고추 매운맛 지도도 제작 중에 있다.

농촌진흥청 수확후처리품질과 임종국 연구사는 “이번 측정기 개발로 앞으로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매운맛이 등급화된 고추가공식품을 만드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