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살리기" 이돈구 산림청장 기고

산림청은 올해 봄철 나무심기 기간 동안 전국 4대강 주변에 경관이 뛰어난 38곳을 선정해 ‘희망의 숲’을 조성했다. 4대강 사업과 함께 조성된 ‘희망의 숲’ 친수공간과 친환경 생태습지 등 녹지벨트는 자전거길과 함께 새로운 여가활동의 장으로 요긴하게 활용될 것이다. 산림청은 한국수자원공사와 함께 봄철 심은 강변의 나무를 돌보는 나무입양(入養)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 4월 5일 제66회 식목일을 맞아 경기도 여주군 당남지구 ‘희망의 숲’ 조성 행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나무를 심고 있다.
지난 4월 5일 제66회 식목일을 맞아 경기도 여주군 당남지구 ‘희망의 숲’ 조성 행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나무를 심고 있다.

21세기의 가장 큰 화두는 급속한 기후변화 대응이다. 지구촌 기상 상태를 보면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 상상을 초월한 변화가 곳곳에서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기후변화에 예외가 될 수 없다. 지난달 서울과 경기·강원도에 시간당 1백밀리미터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는 바람에 산사태 등 자연재해가 발생해 아까운 생명과 재산 피해가 속출했다.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말 없는 경고같이 느껴진다.

가장 빠른 시간에 산림녹화에 성공한 한국

우리나라 연(年)평균 강수량은 1천2백45밀리미터로 세계 평균의 1.4배나 되지만 홍수기인 6∼월에 연 강수량의 3분의 2가 집중되어 물 관리가 어렵다. 이 때문에 강우로 인한 피해가 주기적으로 발생한다. 이런 상황임에도 국민이 필요로 하는 용수량에 비해 물 확보량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예부터 치산치수(治山治水)는 국가경영의 기본이라고 했다. 산과 물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치세(治世)를 할 수 없다는 뜻이다. 6·25전쟁 이후 정부가 가장 심혈을 쏟은 국책사업은 바로 치산치수다. 산을 가꾸고 물을 다스리는 것이 국가 재건의 전제조건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오늘날 한국이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저변에는 치산치수라는 힘이 자리 잡고 있다.

흔히 숲은 우리 삶의 터전이며 생명의 근원이라고 말한다. 우리의 모든 생활이 숲에서 시작해 숲으로 돌아간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된다. 숲이 망가지면 인간이 문화·정서·경제적으로 황폐해진다는 것을 우리는 세계 역사를 통해서 잘 알고 있다.

일제강점기와 6·25를 거치면서 우리 국토는 극도로 황폐화했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1960~70년대에 온 국민이 애국가를 부르면서 산으로 가 나무를 심었다.

치산녹화는 결코 쉽게 성공하지 않았다. 아이를 등에 업고 나무를 심은 어머니와 벼랑에 밧줄로 몸을 매달고 굳은살이 박이도록 곡괭이질을 한 아버지의 땀과 정성으로 이룬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가 우리를 가장 빠른 시간에 녹화에 성공한 국가로 입을 모아 칭송하는 것이다.

청년기 접어든 산림은 이제 ‘숲가꾸기’ 단계

현재 우리 산림의 모습은 광복 이후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변했다. 입목(立木) 축적은 6세제곱미터에서 109세제곱미터로 무려 18배 이상 증가하였다. 그만큼 숲이 울창해지고 자원으로서의 값어치가 높아졌다. 이러한 숲은 거저 얻어지지 않았고 끊임없는 사람의 정성과 돌봄으로 이룩된 것이다.

신라 말기 최치원 선생이 조성한 경남 함양 상림(上林)은 지난 1천 년 동안 함양을 수해로부터 지켜줬고 지금도 지역주민의 쉼터로, 정원으로, 문화재로 지역의 명소가 되고있다.
신라 말기 최치원 선생이 조성한 경남 함양 상림(上林)은 지난 1천 년 동안 함양을 수해로부터 지켜줬고 지금도 지역주민의 쉼터로, 정원으로, 문화재로 지역의 명소가 되고있다.

산림녹화기에 국토에 심은 나무가 1백억 그루 이상이다. 이 나무들은 이제 한창 가꿔주어야 할 청년기에 접어들어 대대적인 숲가꾸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따라서 산림청은 1998년부터 매년 약 25만헥타르 규모의 숲가꾸기 사업을 전국에서 물의 원천인 4대강 주변은 물론 산간오지 지역에서까지 다양하게 추진해 오고 있다.

숲가꾸기를 하면 숲의 밀도가 적절하게 조절돼 하층까지 햇빛이 도달한다. 숲의 하층에 다양한 식물이 자랄 수 있게 되고 뿌리가 발달한 숲은 각종 산림재해를 막아준다. 산림청은 금년 봄철 나무심기 기간 동안 전국 4대강 주변에 경관이 뛰어난 38곳을 선정해 ‘희망의 숲’을 조성했다. ‘희망의 숲’에서는 가족, 연인, 친구, 기업 등의 이름으로 국민 누구나 직접 나무를 강변에 심을 수 있도록 해 아름다운 내 고장 강을 가꿀 수 있는 공간과 기회를 제공했다.

아라뱃길 따라 나무입양 사업 벌여

아이와 함께 탄생기념목을 심고, 연인끼리 사랑의 나무를 심고, 친구와 우정의 나무를 심고, 가족과 화목의 나무를 심었다. 기업은 사회적 환원 차원에서 나무를 심고 숲을 만들어 아름다운 명품 정원으로 꾸미고자 했다.

4대강 사업과 함께 조성된 ‘희망의 숲’ 친수공간은 강을 중심으로 자연과 인간이 함께하는 지역이다. 물길을 따라 강 주변에 만들어진 ‘희망의 숲’과 친환경 생태습지 등 녹지벨트는 자전거길과 함께 새로운 여가활동의 장으로 요긴하게 활용될 것이다.

1천여 년 전 신라 말기 고운(孤雲) 최치원 선생이 조성한 상림(上林)은 경남 함양읍 위천강가에 조성된 대표적인 인공조림지로 전해지고 있다. 이 상림은 1천 년 동안 함양을 수해로부터 지켜줬고 지금도 지역주민의 쉼터로, 정원으로, 문화재로 지역의 명소가 되고있다. 강가에 한 사람이 먼훗날을 보고 심은 나무가 숲을 이루어 말 없이 물로부터 사람을 지켜주는 든든한 후원자가 된 셈이다.

산림청은 올 한해 서울 남산 면적의 67배에 달하는 2만헥타르의 산림과 하천변, 공한지(空閑地) 등에 3천8백만 그루의 나무를 심고있다. 내 나무를 갖는 일을 권장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나무 1백50만 그루를 나눠주고 있다. 또 한국수자원공사와 함께 봄철에 심은 강변의 나무를 돌보는 나무 입양 사업을 아라뱃길에서 추진하고 있다. 모든 국민이 나무 한 그루씩 분양받아 자신의 양자목(養子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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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꿔간다면 기후변화에 대비한 지구환경을 살리는 일에 내가 직접 동참하는 일이 될 것이다.

UNCCD(유엔사막화방지협약) 제10차 당사국총회가 10월 10일 경남 창원시에서 개최된다. 1백94개국 3천여 명이 참석하는 역대 최대 규모로 국제사회 이목이 우리나라에 집중 될 것이다. 국토 면적의 65퍼센트를 차지하는 산림과 4대강 주변 경관을 정비해 그들에게 선진 한국에 걸맞은 울창한 숲과 아름다운 강의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글·이돈구 (산림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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