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지난달 가계대출을 줄이기 위해 비실수요 대출에 대한 심사를 강화했지만, 오히려 실수요 대출이 더 많이 위축된 것으로 파악됐다.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아파트 집단대출과 중기대출 등 실수요 대출을 자제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 우리, 신한, 하나, 기업은행 등 5개 시중은행의 중기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현재 302조280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1조1천452억원 감소했다.

감소액이 작년 11월의 1조1천213억원을 웃돌면서 집계가 시작된 2008년 말 이후 최대폭을 기록했다.

반면 대기업 대출은 61조1천595억원으로 2조3천253억원 급증했다. 4월의 3조2천670억원 이후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가계대출 역시 실수요인 아파트 집단대출과 주택구입용 주택담보대출이 위축됐다.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실수요인 주택구입용 대출은 123조3천651억원으로 2천542억원 늘었다. 증가액이 전월의 6천291억원에 비해 40%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 중 아파트 집단대출은 70조2천61억원으로 556억원 늘어 증가액이 전월의 3천529억원에 비해 6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이에 비해 생활자금용 대출은 84조281억원으로 3천831억원 늘어 증가액이 전월의 2천808억원보다 1천억원 이상 확대됐다.

은행들이 지난달 당국의 가계대출 축소 요구에 따라 대출 규제에 나사면서 상대적으로 이윤이 적은 실수요 대출을 더 강하게 옥죈 것으로 관측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아파트 분양 후 받는 집단대출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고 중소기업 대출은 신용 위험이 높다"며 "은행들이 대출을 늘릴 필요가 없어지자 중기대출 등에 대한 문턱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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