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민주 찬반 맞서자 솔로몬 거론하며 투표 결단…

국회는 21일 본회의를 열어 양승태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야당 의원을 포함한 출석의원 245명 가운데 찬성 227표, 반대 17표, 기권 1표 등 출석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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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4일로 이용훈 현 대법원장의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이날 임명동의안을 처리하지 못했다면 18년 만의 사법부 수장 공백 사태가 올 수도 있었지만 마지막 순간에 이 같은 상황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한나라당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단독처리가 불가피해 보였다.

이 방향을 튼 게 민주당 손학규 대표였다.

손 대표는 이날 낮 표결에 참석할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의원총회에서 찬반이 8대8로 맞서자 조건없는 참석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손 대표는 오후 본회의에서 직접 의사진행 발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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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대표가 직접 의사진행 발언에 나선 것은 드문 일이다.

그는 "정치의 실종은 재앙이고 국가를 위해 불행한 일"이라면서 "사법부의 수장이 축복 속에서 취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이어 "솔로몬 왕 앞에 자식을 내놓은 어머니의 심정"이라고 했다.
그가 말한 '자식'은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였다.
대법원장 동의안 처리에 협조할 테니 조용환 후보자도 나중에 처리해달라고 한나라당에 요구한 것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대법원장 공백 사태가 현실화됐을 때 떠안아야 할 정치적 부담 외에도 서울시장 선거에 미칠 부정적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었다”고 했다.

박희태 국회의장도 역할을 했다.
박 의장의 입장은 “대법원장 공석 사태는 안 된다”면서도
“단독 처리도 최대한 피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대법원장마저 여야 정쟁에 휘말려 여당 단독 처리될 경우, 두고두고 헌정 질서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박 의장은 이날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와 황우여 원내대표가 두 번이나 찾아와 단독 처리를 요청했지만 기다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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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장도 적극적으로 움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 원장은 경남고 선배인 박희태 의장에게 “6년 임기의 사법부 수장인데 여야가 참석한 가운데 처리됐으면 좋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원장은 민주당 측에도 우회적으로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김동철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양 후보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임명한) 이용훈 대법원장과 함께 오래 근무하면서 사법 개혁에 대한 생각을 굳혀온 사람이다.
우리가 반대할 사람은 아니다”고 말했다.

결국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은 아무런 마찰 없이 처리됐다.

그러나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여야 간 이견이 해소된 것이 아니어서 헌재 재판관 공석 사태는 3개월을 넘겨 장기화될 수도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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