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긴축 정책의 치명적 결함

이탈리아처럼 경제 부진을 겪고 있는 나라에 가혹한 긴축정책을 강요하는 조치가 `치명적인 결함`을 안고 있다고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춘이 20일(현지시간) 주장했다.

포춘은 서비스 재정지출 삭감과 세수 확대는 경제성장을 둔화시키고, 이탈리아와 유로존 주변국처럼 빚더미에 올라 있는 국가의 신용 리스크를 더욱 늘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는 `하강의 악순환(downward spiral)`을 초래해 빚더미에 앉은 국가들이 구제자금에 더 의존하게 되고, 결국에는 파산에 이를 것이라는 설명이다.  포춘은 따라서 빚더미에 앉은 국가에 긴축정책을 요구하는 것은 `치명적인 결함`을 안고 있으며,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하루 전 이탈리아의 신용등급을 갑자기 강등한 점은 이러한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탈리아는 유로존 3위 경제국에 걸맞게 국채 발행 규모가 1.9조 유로에 달한다. 이탈리아 국채시장은 올 여름 전만해도 세계에서 가장 유동성이 풍부한 곳이었다. 그러나 재정위기가 이탈리아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감이 고조되면서, 이탈리아 국채시장이 빠르게 경색됐다.

이탈리아의 차입 비용을 의미하는 국채 수익률도 예년 수준을 크게 웃돌고 있다.  이탈리아에 대한 우려가 지속돼 이탈리아 국채시장이 멈춰서면 막대한 부채를 않고 있는 안고 있는 이탈리아는 디폴트(지급불능)에 빠지게 된다.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해,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8월 초부터 이탈리아 국채 매입에 나서고 있다.

물론 공짜 점심은 없었다. ECB는 지원의 조건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120%에 달하는 재정적자 감축을 요구했다. 이에 이탈리아 의회는 지원의 대가로 지난주 550억 유로 규모의 긴축정책을 승인했다.  포춘은 그러나 이 같은 긴축계획의 3분의 2가 세금 인상에서 나온다는 점을 우려한다. 재정 지출 삭감도 부담스럽지만, 세제 인상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악영향이 더 크기 때문이다.

포춘은 여기에다 재정지출 삭감으로 수 천 명의 근로자는 일자리를 잃게 돼 실업률 증가 속에 이탈리아의 성장은 더 둔화될 것으로 우려했다.  포춘은 한 국가가 지출삭감과 세금인상을 통해 경제위기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지금은 성장을 통해 구렁에서 벗어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그리스만 지켜봐도 알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럽중앙은행과 국제통화기금이 그리스에 가혹한 긴축을 요구했지만, 작년 그리스 경제가 마이너스 6% 성장한데 이어, 올 2분기에는 마이너스 7.3%로 더욱 악화되는 등 긴축강요가 그리스 경제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포춘은 이탈리아가 현재 그리스만큼 나쁜 상태가 아니지만, 그리스와 동일한 덫에 걸려들 수 있음을 경고했다. 따라서 이를 피하기 위해 이탈리아 경제에 실질적인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포춘은 이에 따라 이탈리아가 가장 먼저 고용과 해고를 어렵게 만든 노동법부터 개정할 것을 주문했다. 또 외국인 직접투자를 통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일부 대형 국영기업의 지분 매각도 제안했다. 여기에다 기술 및 21세기형 경제성장 엔진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 이탈리아 경제를 종전 제조업에서 서비스로 전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포춘은 결국 경제 성장이야 말로 이탈리아 경제가 회생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S&P 역시 신용등급 강등을 통해 이 같은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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