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문명은 강을 중심으로 발달해 왔다. 중국의 황하, 이집트의 나일 강 등 인류문명의 4대 발상지는 모두 도도히 흐르는 강을 끼고 융성 발전해온 것이다. 물이 없으면 모든 생물은 생존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물은 생명을 유지하게 하는 원천이며 생산의 근원이다. 물과 공기 그리고 햇빛은 생명의 3대 원천으로서 우리가 평소 인식하고 있지 못하면서도 24시간 끊임없이 함께하고 있다.

세계의 모든 나라들의 대도시는 100% 커다란 강을 끼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옹기종기 살아가기 위해서는 물이 없으면 불가능하기에 강과 함께 도시가 발전하게 된 것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중국 등 어느 나라 대도시를 가 봐도 유유히 흐르고 있는 넓은 강을 중심으로 강 양쪽에 도시를 형성하고 있으며 양안(兩岸)에 가득 찬 검은 물 위에는 유람선이 떠다니며 그림 같은 아름다움을 더한다. 우리나라 서울이 차지하고 있는 한강은 예로부터 서울 시민의 젖줄 역할을 해왔다.

시민들이 마셔야 하는 물을 공급하는 것은 물론 농사를 많이 지을 때는 농업용수로, 그 뒤 산업발달과 함께 공업용수로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내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것이다. 지금도 한강은 강원도에서 경기도까지 수백 리를 흘러내리며 어느 나라, 어느 강보다도 큰 역할을 수행중이다. 강의 흐름은 오랜 세월을 거치며 저절로 형성되었을 것이다. 산에서 발원한 강의 물줄기는 자연의 법칙에 따라 낮은 곳으로 흘러내리며 굽이굽이 제 모양을 갖춰왔다.

흐르다가 장애물을 만나면 옆으로 방향을 비틀면 그만이다. 낮으면 넘어버린다. 이리 구불 저리 구불거리면서 S자 모양을 만든다.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자연의 법칙이다. 이 땅 위에 사람이 살지 않을 때에 형성된 수만 년이 흘러가면서 현재의 모습이 갖춰졌지만 이제는 엄청난 인구가 주위에 모여 사는 세상이 되었다. 가뭄이 들면 물이 부족해지고 장마 때에는 홍수가 일어나 큰 피해를 입는다. 생명과 재산이 하루아침에 물에 휩쓸려 흔적도 남지 않는다. 몇 십 년 전만 하더라도 서울 시내가 온통 물난리에 법석을 떠는 일이 한두 차례가 아니었다. 상습적인 침수지역으로 잠실, 금호동, 한남동, 문래동, 망원동 등 여름만 되면 공포에 떨어야 하는 동네가 많았다.

이를 예방하기 위한 수많은 노력이 결실되어 오늘날 강이 범람하거나, 유수지의 역류로 침수되는 일은 없어졌다. 지난여름 유례없는 큰 비 때문에 하수로가 역류하여 수해가 있었지만 과거에 비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이다. 나라를 다스리는 일의 근본을 치산치수로 잡고 있는 것은 자연과의 싸움에서 이겨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짐작하게 한다. 정부는 해마다 많은 재정을 투입하여 전국 곳곳의 강을 정비하고 있으며 특히 이명박 정부에서는 4대강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대대적인 치강(治江)사업을 벌여왔다. 대선 때에는 대운하 건설을 공약했으나 취임 후 방향을 고쳐 4대강 사업이 되었다. 수도권의 한강, 충청권의 금강, 호남권의 영산강, 영남권의 낙동강을 일컬어 4대강으로 부르지만 이 사업의 여파는 수없이 많은 작은 강과 지류에까지 미쳐 가히 전국의 모든 강이 수혜 대상이다.

야당과 일부 환경단체 등에서는 언필칭 환경파괴라는 명분을 내걸고 대대적인 반대운동을 펼쳐왔으나 국회에서 법으로 뒷받침하여 상당부분 진척해냈다. 상류에서 내려온 토사가 쌓여 수십 년째 썩고 있는 하상(河床)을 준설하여 물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보를 건설하여 수질을 개선하고 용수 확보에 만전을 기하는 사업이다. 이를 왜곡한 반대론자들이 장마만 지면 큰 물난리가 날 것이라고 예고했으나 올 같은 엄청난 홍수에도 오히려 끄떡도 하지 않았으니 참으로 다행스럽다.

그런데 이번 서울시장 보선에 출마하려는 박원순은 이미 오래전에 만들어진 한강보를 허물어버려야 한다는 의견을 비치고 있어 세인의 관심을 끈다. 한강에는 잠실보와 김포 신곡보를 설치하여 지금의 한강을 유지해왔다. 장마만 지면 넘치던 범람현상을 바로잡았고, 가뭄에 바닥을 보이던 강물을 항상 넉넉하게 흐르게 만들었다. 백사장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운동시설, 화훼시설, 주차시설을 갖춰 시민생활을 윤택하게 한다. 환경단체들이 자연의 흐름을 방해하는 보를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것은 오래된 일이지만 명색이 서울시장을 하겠다는 사람이 오직 표를 의식하여 이에 동조한다는 것은 치산치수의 기본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을 스스로 자백한 것이다. 한강은 일개 시장이 혼자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전 국민의 것’인 한강을 ‘서울시장 것’으로 착각한 박원순의 경솔한 한 마디가 전 국민의 가슴을 부글부글 끓게 만든다. 산과 강은 자연에만 맡기면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임을 왜 깨닫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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