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제] 외로운 선장의 선택 (2)
[연제] 외로운 선장의 선택 (2)
  • 신영수 기자
  • 승인 2011.09.27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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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의 속력대조표와 해도를 번갈아 보면서
싱가포르 입항예정 시간을 계산해 본다
해도실의 넓은 테이블 위에 펼쳐져 있는 해도상에는 난민들을 발견했던 위치가
붉은 색연필로 큼직하게 삼각형으로 표시되어 있다

싱가포르 입구에 있는 호스-버그(Hors-Burgh) 등대와는 765마일
가장 가까운 베트남의 캡-파다란(Cap-Padaran) 등대와는 225마일이 떨어져 있는
북위 11도 02분 동경 112도 48분인 남지나해상의 한중간 위치인 것이다
앞으로 약 3일간은 항해해야 싱가포르에 도착할수 있는 먼 거리임을 되새기며
윙 부릿지로 나갔다

우측현에는 깨끗이 청소되어 소독까지 끝낸 시꺼먼 목선이
여섯가닥의 굵은 로프에 선수와 중앙
그리고 선미가 묶여진 채 끌려가고 있다

본선과 멎닿은 목선의 좌현측 사이사이에는 타이어 펜더가 로프에 묶여
대형 철선과의 마찰에 의한 충격완화 장치 역활을 하고 있다
바람 한점 파도 한점 일지 않는 남지나 해상을
본선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이
옆구리에 목선을 매달고서 남쪽으로 남쪽으로만 달리고 있다

사관과 부원들은 나를 번갈아 보면서 어떻게 하겠느냐는 식의 눈초리를 보낸다
그 눈초리속에는 구조해서 대리고 가자는 의미보다
빨리 이들 곁에서 떠나버리자는 함축된 의미가 더 깊게 내포되어 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목선 갑판에 서 있는 항해사도 바로 올라가겠다는 식의 표정이다
짐승처름 갑판을 핥던 난민들은 이젠 어떤 포만감과 만족감을 해결한 탓인지 아니면
되찾은 생의 환희를 절대로 놀지지 않겠다는듯이
비굴함이 넘친 애원의 눈빛을 일제히 보내고 있지만
보고있는 선원들의 눈초리는 냉정한 빛을 더해 싸늘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이들이 보낸 애원과 비굴과 갈망이 뒤섞인 눈초리를 온몸으로 받고 있었다
이들중에 환자가 없음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는 항해사에게 지시했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 본선으로 옮겨 태우게 "
나의 주위에 모여있던 선원들은 흠칫 놀라며
일제히 나에게로 시선을 집중시킨다

식량과 식수만을 던져주고 바로 항해하길 마음속으로 계산하고 있다가
자신들과의 생각과는 정반대의 지시에 어리둥절한 것이다
항해사도 믿어지지 않응 듯이 말했다
" 모두 태우고 갈 것 입니까 ? "
" 그럼 이대로 팽겨쳐버리고 갈 작정이요 ? "

꾸지람과 같은 나의 반눈에 더더욱 의아스러워 하면서 몹시 못마땅한 표정만
지은채 선뜻 몸을 움직이질 않는다
보고 있던 선원들의 표정도 순간적으로 일그러지면서
차마 말은 못하고 행동으로만 불만을 나타내듯
안전화 신은 발로 갑판을 차고 잡고 있던 로프를 휘젓는다

" 빨리 준비하지 않고 뭣들 하는거야 !
이사람들을 내버려두고 우리만 갈거야
하기 싫으면 내가 내려 갈테니 당장 올려와 ! "
꾸물거리고 있는 항해사를 향해 냅다 고함을 지르자
될대로 되라는 식의 체념 반 저항 반이 섞인 표정들을 지으며
선원들의 몸이 거칠게 움직인다

모두들
이번 항해가 어떤 항해라는 것을 잘 알고 승선했기 때문애
선장의 독단적인 결정을 노골적으로 못마땅해 하고 있는 것이다



전 사관과 부원들의 표정에 나타나 있는 불안의 표시를 빤히 읽으면서도 난민들을 모두 옮겨 태운 것이다

온몸을 내 맡긴채 묵묵히 끌려가고 있는 목선을 잠자코 바라만 보고 있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자신조차도 어떤 확실한 단안을 내릴수 없음을 뒤 늦게 깨 달았다

고뇌에 쌓이게 되었다
브릿지를 내려와 난민들이 있는 부원휴게실로 살며시 들어갔다
구조되길 아예 체념해버린 기진맥진한 채로 죽기만을 기다렸던 난민들은
가지각색의 옷을 입은채 넓은 휴게실에서 깊은 잠속에 빠져 있었다
갑판으로 옮겨진 난민들은 선원들에 의해 모두가 목욕을 했었다

이들이 벗어둔 누더기와 같은 옷가지들은 모두 바다로 던져지고
대신 선원들이 가져온 옷들을 여자와 어린애들 에게까지 모두 입혀주었다
부원휴게실로 옮겨진 이들은 쌀과 채소를 넣어 쑤어온 죽을 허겁지겁 먹더니 바로 깊은 잠속으로 빠져 버린 것이다

조용히 내쉬는 숨소리가 "이제는 살았구나" 하는
환호성처름 나의 귀를 간질이며 가슴으로 전해진다
잠들어 있는 이들의 얼굴을 하나씩 바라보았다
나란히 누워있는 어린애들에게로 고정되어졌다

조심스럽게 다가가 작은 손들을 일일이 만져 보았다
물을 핥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무릅걸음으로 기어 나왔던 사내애와
가장 어리게 보이는 소녀의 손을 포개어 가만이 쥐어 보았다

그을릴대로 그을린 검은 얼굴위로 이목구비가 반듯하게 생긴 소녀가
금방이라도 활짝 미소를 지으며
일어나는 착각을 순간적으로 느끼면서
쥐고 있던 두개의 손을 살며시 내려 놓았다

잠들어 있는 난민들의 사이사이를 빠져나와 소리없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아무말도 할수 없어 복도를 걸으며 상념에 쌓였다
갑판정리를 마치고 들어온 부원들이 나와 마주치자
예전과는 달리 얼굴을 피해 버린채 침실이 있는 복도로 재빨리 몸을 감춘다
부원들이 사라진 복도를 물꾸럼히 쳐다 보았다

분노도 후회도 아닌 묘한 심정이다
슬펐다
복도 중간쯤을 걸어나오다 이번엔 갑판장 조차도 나를 피하기라도 하듯 재빨리 지나가 버린다
아무런 말도 없이 지나간 갑판장의 등을 쳐다볼 뿐이다
사관 식당이 보이는 복도가 가까워지자

식사시간도 아닌데 다들 모여가지고 뭔가를 주고받는 소리가 복도까지 흘러 나왔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흘러나오는 소리를 엿듣게 된다
"남지나해상에서 항해하던 타 선박들도 숱하개 지나가 버렸을 텐데 구태여 우리가
우리 발목을 맬 행동을  할 것까진 없잖습니까 ?"

"외국적 선박에 송출되어 승선하고 있는 한국선원들이 뭔가 실수하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이 때에
이 사실을 본선 오너가 알게되면 그 날부터 우리대신 다른나라 선원들이 타고 다닐것은 뻔한 일일 것입니다

우리와 경쟁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필리핀 선원들이 우리 자리를 빼앗으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고
저임금을 내세워 외국 오너들에게 덤핑으로 선원 송출을 하고 있는 중국선원들이 기회만 보고 있는 이 때

오너가 환영하지않는 일에 발벗고 나설 필요는 절대로 없어야 합니다 "
기관장을 위시한 사관들이 모여 주고받는 애기를 엿들은 나는
더 이상 듣지 않으려고 소리 죽인 발걸음으로 올라와 버렸다나의 표정에는 브릿지에서 외쳐대던 힘찬 명령의 흔적을 찾아 볼수가 지금은 없으리라

형언할수 없는 고통스러운 표정만이 남았으며 미동도 하지 않은채 수평선만 바라 보고 있었다

식사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려도 나는 움직이지를 않았다
불과 같이 뜨겁게 내리 쬐던 열대의 태양도 서서히 서쪽으로 기울고
은빛 비늘처름 반짝거리던 수평선도 살며시 어둠을 머금기 시작한다



희미한 연분홍 불빛이 온통 황혼을 감싸더니 잠시후엔 붉은 장미빛이 파도 한점 없는
바다와 바람 한점 없는 하늘을 휘감고 있다

짙은 장밋빛 색채가 수평선을 휘감아 하늘로 오르자 서쪽 하늘엔 강렬한 붉은 빛이 아스라하게 몸부림치면서
고개를 숙인다

하늘로 쫒겨간 수평선위로 살짝 걸린 새털구름이 붉게 타오르면서
바라보는 나의 얼굴도 붉게 물들여 놓는다
타오르던 꽃잎들이 점차로 커지더니 무수한 섬들을 만들어 놓고 다시 흩어져
무수한 동물 군상을 만들어 놓는다

조금전에 손을 만지고 나왔던 소년과 소녀가 붉은 옷을 입고 동물들속에서 뛰어나와
수평선위로 달려오는 환상을 순간적으로 느끼며 나는 눈을 감았다

그러나 눈앞에는 하얗게 말라버린 판자속에서 습기를 핥으려고 바둥거리던 소년의 모습과 이목구비가 뚜렷한 소녀의 얼굴이 나타나고 잠들어 있는 난민들의 평화스러운 모습이 나타나 사라지질 않는다

한참이나 생각한 다음 나는 두주먹을 불끈쥐고 일어나 빠른걸음으로 보트 갑판으로 내려갔다

갑자기 조용해진 식당안
공기가 무겁게 내려 앉은채 정적속에 휩싸인다
기관장과 통신장 그리고 모든 사관들이 모두 시선을 나에게로 집중시킨다
"예기치 않은 난민들을 만나 옮겨 태우느라고 다들 수고가 많았습니다"
하고는 모든사람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훑어보자

전선원을 대표라도 하듯 기관장이 재빨리 말을 꺼낸다
"어느 누구든지 표류중인 선박을 발견하면
그대로 지나쳐버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똑같은 인간이고 하나뿐인 귀한 목숨들이기에 당연히 구조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월남 난민들의 경우는 너무나도 경우가 다르지 않습니까 ?
대꾸를 하지않고 잠자코 있자 통신장이 흥분된 어조로 말한다

본선의 목적항이 평범한 나라라면 모르지만 이라크와 전쟁중인 이란이기 때문에
거기 까지 싣고 간다는 건 말도 안되고-------
만약의 경우 중간 기항지인 싱가포르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본선은 항해길에 나사지도 못한채 외항에 고립될건 뻔한 사실입니다 "
본선이 발견했던 보트피플들을 본선보다 먼저 발견했던 선박들도
수 없이 많았을 겁니다만

모두들 팽개쳐 버리고 자기들 갈 길로 제각기 사라졌으리라 믿습니다 "
"그들이라고 해서 왜 구조해주고 싶은 마음이 없었겠습니까만
여러가지의 복합적인 자기 합리화를 내세워 그냥 무시해버리고 가버렸지 않나 생각됩니다 "

본선의 코스라인 상에 있는 조난자들을 구조해야 한다는 건 당연한 의무입니다만
본선의 입장은 그냥 지나쳐 버렸던 터선들의 사정보다도 더 어려웠으면 어려웠지 나을것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

"난민들을 옮겨실어 목욕을 시키고 휴게실로 올때까지 선장님의 지시를 속으로는 언짢아하면서도행동은 성의를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더 이상 본선에서 난민들을 위해 해주어야할 될 점은 없는 것으로 간주되며
난민들로 인해 본선 선원들이 단체로 피해를 받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습니다
부원도 아닌 고급사관들의 입에서 터져 나온 말들이
날카로운 바늘 끝과 같이 뼛속 마디 마디에 까지 후비고 들어왔다

난민들을 빨리 목선으로 태워버리고 재빨리 도망가버리면
이 일이 본선 오너에게는 전달되지 않을거 라는 사관들의 생각이 나쁜 의도에서 말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섭섭한 마음을 감출수가 없었다

한 선박의 최고 통솔자로서 과감하게 밀고 나가고 싶은 좀 전의 굳은 결심이 목구멍까지치밀고 올라왔지만 한쪽에선 허무하게 무너져 내리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이번 항해가 위험한 항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승선하여 한마음으로 단결되어 있는 승무원들의 결의를 분산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 다른 한편의 마음인 것이다

" 아무리 본선의 목적 항이 전쟁중인 나라고
또한 싱가포르에서 고립된 상태로 머물게 된다 할지라도 이 난민들을 다시 공해상으로 쫓아 낼수는 없습니다

지금의 이런 기분 보다도 더 고통스러워질건 숨길수 없는 사실로 바로 나타날테니까요
싱가포르에 도착하려면 아직까지도 3일이란 여유가 있으니까
난민들도 안심하고 우리들도 기분 좋은 항해를 하기 위해서는
본인은 선장으로서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

기관장께서는 내일부터 목선 기관을 완전히 작동될수 있도록 기관 부원들과 직접 수리를 하고 항해사는 난민들이 며칠동안 먹읈 있는 식량과 식수를 준비시켜 놓으시오"
준비단계에 있어서 어느것 하나에라도 의심이 갈 경우에 는 저들과 같이
싱가포르 아닌 이란까지도 함께 항해하겠다는 본인의 결심을
본선선장 입장에서 그리고 같은 인간이라는 입장에서 분명히 밝혀둡니다 "



다음날 기관장이 당직 시간이 끝난 기관 사관과 부원들을 데리고 목선으로 내려가
고장난 엔진을 점검하기 시작할때 항해사도 부식창고에서 재고 목록을 대조해가며 저장하기에 편리한 음식물들을 종류별로 구분하여 한쪽으로 놓는다

난민들도 서서히 생기를 되찿은듯 선내를 왔다갔다 하면서
악몽에서 깨어난 뒤의 공포를 잊어버리려는 듯 너무나도  조용히 질서를 갖춘다
목선엔진을 수리하기 시작한지 약 세시간 후 연돌에서 시커먼 연기가 뿜어 나오더니 금시 멈추어 버린다

나는 무척 초조하여 연거푸 담배연기를 뿜어 본다
한 시간 정도의 시간이 더 지나자 다시 시커먼 연기가 쏟아져 나오더니
요란스런 소음이 본선 브릿지까지 들려왔다

완전히 연소되지 않은 시커먼 연기가 점차로 적어지면서 경쾌한 기관소음이 들리더니
땀에 흠뻑 젖은 기관장이 기름에 범벅이된 장갑을 벗으며 밖으로 나왔다
연돌에서 약간씩 섞여 나온 검은 연기를 보고 있던 나는
"제발 본선 팀도 살고 닌민들도 살았으면 좋으련만 ----------"

목선 기관이 정상으로 작동되자 즉시 항해사를 불러
지금까지 구상하고 있던 난민들에 대한 조치를 취할 행동에 대해 세밀하게 설명해주었다

항해사가 일일히 고급사관들에게 나의 뜻을 짤막하게 일러주었다
통신장이 싱가포르 항만무선국에 본선 입항 예정 시간을 타전해 주고 있을때
갑판장은 부원들과 함께 준비해둔 식량과 식수를 옮겼다

난민들이 눈치채지 않도록 한꺼번에 달려들어 순식간에 식량과 식수를 옮겨 놓은 갑판장과 부원들이목선에서 올라와 호스를 거두어 들고는 재빨리 하우스 마린안으로 몸을 감추어버린다

목선의 연료탱크에는 충분한 기름이 남아있다는 것을 기관장이 확인 했기 때문에 달리 점검은 안했다

저 멀리서 해상유전에서 뿜어 올라온 거대한 불덩어리가 대낮의 하늘 위에서 시커먼 연기를 토해내며 타오르고 있었다
싱가포르 입구와 약 210마일 떨어져 있는 유전지대가 점점 가까워지자
왕래하는 선벅들의 모습도 심심찮게 수평선 위로 모습을 나타낸다



영어를 할줄아는 여자를 불렀다
내일 오후에 본선이 싱가포르에 입항하게 됩니다
입항하자마자 검역관들이 승선하여 검사를 하게되면
본선입장에서 어떻게 할 도리가 없습니다

선내 소독을 해야 하니까 잠시 동안만 당신들 배로 옮겨 타 주셔야 하겠습니다
소독을 한후 모든 창문을 밀폐시켜 놓아야 하니까
그때까지 옮겨 주셔야 하겠습니다"
여자는 충분히 납득이 간다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난민들을 향해 뭐라고 길게 이야기 한다

듣고 있던 난민들은 당연한 일로만 받아들일뿐 어느누구도 의아스러워하는
표정조차도 짓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가지각색의 헐렁한 남자옷을 입은 여자들은 흘러내린 바지 가랑이와 소매를 잔뜩 걷어 올린다

큼직한 남자용 잠옷을 입고 있는 어린애들의 모습은 마치 보자기로 덮어 씌워놓은 것과 흡사하다

젊은 여자가 가장 어린 소녀를 품에 안더니 앞장서서 갑판으로 나가자
남자들이 나머지 어린애들을 안아들고 뒤를 따른다

어른들 품에 안긴 어린애들은 무엇 때문에 밖으로 나가는지 조차도 모른채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호기심어린 눈동자를 굴리고 있다

한마디 말도 없는 짙은 안개와 같은 침묵의 덩어리를 만들고 있는 회색빛과 같은 형상물들이서서히 움직이면서 갑판으로 내려간다
자아를 상실해 버린 듯한 모습으로 그림자를 끌면서 간다

사다리를 준비하고 있던 부원들은 갑판으로 나온 이들의 모습을 잠깐 바라보더니 바로 시선을 돌려버린다

차마 밖에는 못나가고 침실 현창에서 쳐져있는 커턴을 들추고 숨어서 지켜보고 있던 나는 더 이상 이들의 모습을 보수 없어 커턴을 내리고 눈을 감아 버렸다
당장이라도 뛰어 내려가 사실을 들려주고 난민들과 같이 통곡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본선의 타력이 점점 떨어져 마침내 정지해 버린다

눈부시게 하얀 갈매기가 소리도 없이 나타나 난민들 머리위를 돌고 있지만
어느누구도 갈매기의 존재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밀지도 않았음에도 난민들은 하나씩 하나씩 목선으로 내려가 릴레이식으로 어린애들을 옮겨 싣는다

마지막으로 젊은 여자가 몸을 움직이자 보고만 있던 항해사가 말했다
"서둘지 말고 천천히 내려 가시오 실수하면 큰일 납니다 "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던 여자가 잠시 걸음을 멈추더니 체념한듯 말했다
"큰일은 벌써 수 없이 겪었어요

이 상태에서 더 이상의 큰일이 일어난다 할지라도 우린 아무도 원망할 수가 없어요 "
모두가 내려 간 것을 확인한 항해사의 신호에 따라
본선은 서서히 다시 움직이며 마침내는 전속력으로 제 코스를 찾아든다

모든것을 태워버릴듯이 맹렬하게 내려 쬐던 뜨거운 태양이 꼬리를 자르자
어두움이 서서히 수평선을 감추기 시작한다
급기야는 목선 갑판까지도 삼켜버린다

바다도 수평선도 없는 어두움속에서 하나 둘 나타나는 성좌들이 하늘을 만들자
마치 경주라도 하겠다는 듯이 무수한 항해성들이 앞을 다투며
다이아몯드 처름 반짝거린다

거의 정삼각형을 이루고 있는 1등항해성인 베가와 알타이어
그리고 데네브가 눈망울을 반짝거리자 그 사이를 뚫고 지나가는 무수한 좁쌀같은 은하수가수 많은 꽃잎을 만들어 금시라도 난민들 위로 쏟아져 내릴듯이 춤을 추고 있다

소리도 없는 어두움이 하늘을 만들고 바다를 만들자 때를 기다리고 있던
손톱만한 달이 반쪽도 못된 얼굴을 내밀고 서쪽하늘로 넘어가면서 마지막 손길을 목선으로만 뿌리고 있다



" 하드 스타보드 "
본선의 선수가 우현으로 돌아가기 시작하자 현측에 바짝 붙은채 끌려가던 목선이 벌어지면서 가볍게 출렁거린다

갑판으로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다가 두번째의 신호를 보냈다
목선과 연결된 굵은 로프를 두가닥씩 분담한 세사람들은 잘 손질된 칼로 자르기 시작했다

로프를 자르는 칼소리와 이들의 숨소리마저도 정적속에 흡수되어 버린 양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질 않는다

어른 발목만한 굵은 로프를 완전히 절단한 항해사의 손전등 신호를 볼수가 있었다
나는 신호를 확인하고 브릿지를 향해 급히 몸을 돌리는데
난데없는 갈매기 울음소리가 바로 머리 위에서 처량하게 들려 왔
다 -----------------------------------

떨어져 나간 목선이 파도 한점 없는 컴컴한 바다위로
소리도 없이 멀어져 가자
바로 머리위에서 울려 퍼지던 처량한 갈매기의 울음소리도 서서히 멀어져 간
다 -------------------------------------

                   중앙뉴스 / 신영수 기자 / youngsu49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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