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따라 아름다운 길·골목마다 이야기가 흐르고 먹을거리 풍성

섬진강과 영산강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서정적인 강으로 꼽힌다. 또한 주변 마을의 살림을 살찌운 풍요의 강이기도 하다. 이 강을 따라가는 길은 아름다우며 또한 넉넉하다. 길목마다 이야기가 흐르고, 멈추고 싶은 풍경이 있다. 먹을거리 또한 풍성한 길이다.



호남의 젖줄인 영산강 주변에는 아름다우면서 서정적인 풍경을 연출하는 길이 여럿 있다. 사진은 전남 나주 남평면 산림자원연구소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호남의 젖줄인 영산강 주변에는 아름다우면서 서정적인 풍경을 연출하는 길이 여럿 있다. 사진은 전남 나주 남평면 산림자원연구소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섬진강은 한국에서 가장 서정적인 강으로 불린다. 수많은 시인묵객이 이 강에서 노래했고 시대를 넘는 절창이 이 고장에서 태어났다.
특히 한국 문학의 금자탑인 박경리의 소설 <토지>가 태어난 곳이어서 더욱 뜻깊다.

박경리토지길은 <토지>의 주무대인 평사리에서 시작해 화개장터를 거쳐 쌍계사 십리 벚꽃길을 지나 지리산 불일폭포에 오른 후 국사암에서 다리를 쉬는 코스다. 곳곳에 이야기가 꽃 피고 문화의 향기가 넘치는 길이다.

길이 시작되는 평사리공원은 섬진강을 만질 수 있는 곳이다. 강변에 조성돼 있어 섬진강의 고운 모래밭을 한눈에 볼 수 있고 강물에 발을 담글 수도 있다. 길은 들판으로 이어진다. 소설 <토지>의 최참판이 부를 일군 평사리들판이다. 들판을 지나 작은 언덕을 오르면 최참판댁이 우뚝 서 있다. 가구부터 생활소품까지 소설 속의 모습을 고스란히 재현해 놓았다.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최참판댁의 모델이 된 ‘조부잣집’의 고택도 들를 만하다.

화개장터부터는 지리산으로 가는 길이다. 봄이면 산을 덮을 듯 꽃비가 쏟아지는 십리 벚꽃길을 지르밟으며 지나간다. 연인이 함께 걸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 하여 ‘혼례길’이라고도 불리는 곳이다. 꽃길은 한반도 최초로 차를 재배했다는 차시배지를 거쳐 명찰인 지리산 쌍계사로 통한다. 잠시 피곤한 다리를 쉬고 산으로 걸음을 옮기면 웅장한 폭포를 만날 수 있다. 불일폭포다. 여정은 이곳에서 멀지 않은 국사암에서 마무리된다.



전라남도 나주는 수천 년을 이어온 풍요의 도시다. 영산강을 타고 내륙과 해양이 활발하게 교류하고 너른 들판의 소출은 넉넉했다. 고려 이후 호남의 중심도시였으니 그 문화적 깊이 또한 남다르다. ‘풍류락도 영산가람길’은 풍요로운 나주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는 길이다. 국밥, 홍어, 장어 등 나주가 자랑하는 남도음식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길은 시간을 거슬러 고대에서 시작한다. 삼한의 유력자들이 잠들어 있는 반남고분군이 출발점이다. 수천 년을 견딘 고분들이 옛적 그대로 여기저기 누워 있어 신비로움을 자아내는 들판을 통과해 자미산 망대에 오르면 나주평야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다.

나주영상테마파크부터는 영산강을 거슬러간다. 금강을 볼 수 있는 영산나루마을을 지나 금강정에 오르면 영산강을 내려다볼 수 있다. 이어지는 강변길에서는 황포돛배 나루터, 죽산교, 소요정 등이 자리해 정감 있는 강가의 문화를 느낄 수 있다. 이 길은 먹을거리의 길이기도 하다. 천연염색관을 지나 조금만 더 나아가면 구진포 장어거리와 영산포 홍어거리가 기다리고 있다.

여정은 천년고도 나주를 일주하며 마무리된다. 태조 왕건이 아내를 맞은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 완사천, 일제에 대항한 나주 학생들의 의기가 서린 나주역, 유교문화의 중심이었던 나주향교, 나주읍성의 동문인 동접문과 나주목의 객사인 금성관 등을 둘러볼 수 있다. 그 유명한 나주국밥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곰탕거리도 이 길가에 있다.



전남 담양은 영산강이 시작되는 곳이다. 가마골생태공원에서 발원한 영산강 물줄기는 담양을 관통하며 사람들은 이 물길을 따라 아름다운 길을 놓았다. 담양수목길은 어린 영산강과 함께 살아가는 숲으로 가는 길이다.

길은 대나무숲으로 명성이 높은 죽녹원에서 떠난다. 죽녹원을 나오면 정겨운 개천이 기다리고 있다. 담양천이다. 향교교를 타고 담양천을 건너면 오른쪽으로 담양국수거리가 손님을 맞고 있고 왼쪽으로는 천연기념물이자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 대상을 수상하기도 한 관방제림이 늠름하게 버티고 있다.

관방제림은 인공림이다. 홍수를 예방하기 위해 약 2백여 년 전에 조성했다. 관에서 만든 방제림이라 하여 관방제림이라 부른다. 식수 당시 젊거나 어렸을 나무들이 지금은 아름드리 거목이 됐다. 푸조나무, 팽나무, 개서어나무 등 남부지방에서 잘 자라는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다. 나무가 큰 만큼 그늘이 깊다. 약 1.2킬로미터에 걸쳐 울울한 ‘터널’을 만들어 놓았다.

관방제림 바깥엔 또 하나의 숲길이 있다. 높게 솟은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는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이 그것이다. TV드라마나 영화에 자주 나오는 명소다. 가로수길의 그늘을 벗어나면 담양천 뚝방길이 나온다. 담양천을 따라가는 길은 온천 리조트인 담양리조트에서 여장을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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