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동서를 막론하고 수많은 국가들이 흥성했다가 몰락한다. 처음에는 불처럼 활활 타오르며 국민의 환호 속에 탄생했던 국가도 어느덧 세월이 흐르면서 점차 약체소국(弱體小國)으로 변질된다. 지금까지 수천 년 동안 나라의 형태를 지니고 군림했던 어떤 나라도 계속해서 지탱해온 일은 없다.
 
한때 천하를 호령하며 싸우는 곳마다 승전기를 꼽고 다른 나라를 집어삼켰던 대제국을 꿈꿨던 나라들도 어느 사이에 흐지부지 사라지고 없다. 중국의 진시황은 역사상 처음으로 중국을 통일하고 영생불사의 신념을 지녔다. 선남선녀 500명을 동쪽의 해 뜨는 나라 조선 땅에 보내 불사약을 구해오도록 명령하면서도 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것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지금 서안(西安)에 거대하기 짝이 없는 무덤을 조성하고 묘지를 중심으로 사방 팔십 리에 이르는 병마용(兵馬埇)을 만들어 세웠다. 중국 당국이 병마용의 존재를 발견한 이후 몇 십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극히 일부만 관광객들에게 공개한다.
 
공개된 병마용만 보더라도 그 규모의 거창함에 벌린 입을 다물 수 없다. 등신대로 만들어진 병마용을 조성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백성들이 희생되었을까 상상하기도 힘들다. 사후에도 병마가 둘러싸고 지켜주기를 바랐던 진시황을 한 사람의 인간으로 본다면 측은지심이 들지 않을 수 없게 하는 대목이다. 썩어서 흙이 될 시신을 호위해서 예수처럼 부활한다고 믿었을까. 진시황의 대제국은 거대한 중국을 통일하는 위업을 달성했지만 자식 대에 명을 다했다.

알렉산더대왕은 정복왕으로 세계를 누볐다.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하고 큰소리쳤지만 대제국의 명은 길지 않다. 칭기즈칸은 몽고 벌판을 뛰놀던 말을 타고 중국을 정벌하여 원나라를 세우고 유럽까지 진출하여 세계 전쟁사상 가장 많은 국가를 손아귀에 넣었다.
 
그의 제국이 비교적 오래 버텼던 이유는 직접 다스리지 않고 새로운 국가를 만들어 속국을 두지 않았던데 있다. 조카와 막료들이 새로운 나라의 왕이 되었으니 각자 자기 나라의 질서를 지키는데 힘쓴 탓이다.

그러나 오늘날 몽골을 보라. 세계를 정복했던 대제국의 모습은커녕 아직도 유목민의 몰골을 그대로 유지하고 가장 가난한 나라의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나폴레옹은 유럽과 이탈리아를 유린하고 러시아까지 쳐들어갔으나 추위를 이겨내지 못하고 패배의 쓴 잔을 마신다. 한 때 유폐되어 있는 엘바 섬을 탈출하여 백일천하로 재기했으나 곧 패망한다. 이처럼 강성했던 나라, 영웅들의 족적은 이제는 옛이야기가 되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그 많은 강국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운명에 처하게 되었을까. 역사가들은 이를 규명하기 위해서 온갖 사례를 수집하고 그 진실을 알기 위해서 노력한다. 이것은 후세의 국가들에게 큰 경종이 되고 귀감이 되기 때문이다. 한 나라가 망조(亡兆)가 드는 것은 거개 왕정의 부패에 연유한다.
 
능력이나 경륜을 따질 필요도 없는 게 세습체제다. 타고난 집안이 왕가면 왕족이다. 장남승계의 법칙이 있어 왕이 못되더라도 왕족의 편안함과 호사스러운 생활은 보장된다. 아무 일을 하지 않더라도 호의호식을 하며 권력을 휘두를 수 있으니 그 주변에는 아첨 아부배가 득시글거리게 마련이다.

똑바른 정신을 가진 왕이 있으면 왕족이나 신하들은 긴장한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왕으로부터 언제 어떤 명령이 떨어질지 몰라 몸을 사리는 것이다. 그러나 왕이 암울하여 세상 돌아가는 일에 등한하고 주색을 즐기게 되면 아랫사람들 역시 똑같아진다.
 
똑똑한 왕이라 할지라도 자칫 신하들의 농간에 놀아나게 되는데 무능한 왕이야 탓할 것도 없다. 현대국가도 마찬가지다. 북한 김정일 체제는 3대 세습의 길을 터놓고 있다. 사회주의를 내세운 국가로서 이념도 사상도 모두 내버리고 오직 일가의 안녕만을 찾고 있으니 수백만의 인민이 굶어 죽게 되는 것 아니겠는가.

지금 세계 각국은 미증유의 부패와 부정에 시달리고 있다. 수십년 씩 일인독재를 자행하며 썩을 대로 썩은 리비아, 이집트 등 아프리카 제국 지도자들은 재스민 혁명에 의해서 쫓겨났다. 러시아와 중국의 관료 부패도 극에 달했다.
 
심지어 미국과 일본의 관료들과 대기업조차 부패의 먹이사슬을 벗어나지 못하고 사법당국에 의해서 엄중한 조사를 받는다. 장개석이 본토에서 쫓겨난 다음 대만의 관료들과 정치문화를 깨끗이 하는데 성공했으나 그의 사후 총통까지도 부패혐의로 징역을 사는 나라가 되었다. 한국의 부패 역시 남의 탓을 하기에는 너무나 부끄럽다.
 
역대 대통령 쳐놓고 본인은 물론 자식들까지 더러운 돈에 손대지 않은 사람이 하나도 없다. 지방자치를 한다는 명분으로 뽑아놓은 단체장들이 뇌물을 주고받으며 세상을 혼탁하게 만든다.
 
후세를 가르치는 총책임자인 교육감이 돈을 주고 상대후보를 매수하고도 “선의로 줬다”고 뻔뻔하게 맞선다. 국민 알기를 시궁창의 오물 정도로 취급했기에 그렇게 오만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저기서 부패의 냄새가 풍긴다. 이대로 더 이상 부패하면 한국의 미래는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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