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규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린 17일 여야는 김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은 위장전입과 이중 소득공제, 아파트 '다운계약' 등 각종 의혹에 대해 치열한 공세를 퍼부은 반면, 여당은 야당의 파상공세를 차단하며 검찰총장으로서 업무수행 능력 등을 검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야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가 1992년과 1997년 자녀 진학을 위해 두 차례 위장전입 한 것은 범법행위라며 몰아붙였다.

자유선진당 조순형 의원은 "위장전입 행위는 주민등록법 위반으로 3년 이하 징역, 1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는데 범법행위란 것을 알고 있었냐"고 따져 물었다.

조 의원은 "김 후보자는 강남의 좋은 학교를 넘어서서 배우자가 재직했던 학교에 보내겠다는 의도로 (자녀를) 위장전입 한 것이기에 죄질이 좋지 않고 비난 가능성이 높다"며 "검찰총장으로서 중대한 결격사유로 본다"고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위장전입은 결격사유였는데 이명박 정부에서는 필수과목이 됐다"며 "위장전입은 대통령도 하고 검찰총장도 했는데 앞으로 주민등록법 위반은 전혀 처벌하지 않을 것이냐"고 지적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사려 깊지 못한 행동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사과했다.

야당 의원들은 자녀 위장전입 의혹에 이어 1999년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과 동작구 대방동 아파트 구입 당시 부동산 매매가액 허위 축소 신고 및 탈세 의혹과 2006∼2008년 연소득이 700만원이 넘어 배우자공제 대상으로 넣을 수 없는 부인 몫까지 기본공제를 받은 의혹 등에 대해서도 공세를 이어갔다.

박지원 의원은 아파트 '다운계약' 의혹과 관련, "김 후보자는 1999년 대방동 아파트를 매각하면서 구매자에서 1940만원을 탈세하게 방조했고 현재 살고 있는 신동아아파트를 살 때에는 940만원 정도를 탈세했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는 "세금을 덜 내려 한 게 아니라 당시 관행에 따라 부동산 중개업소 안내로 작성했다"며 "양도소득세 신고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관인계약서를 낼 필요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이중 소득공제 의혹과 관련, "김 후보자는 신용카드 공제 내역과 관련해 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는 "해당 내용을 파악한 뒤 (부당공제) 차액을 바로 납부토록 조치했다"며 "세심히 챙기지 못한 불찰이 있다"고 밝혔다.

결국 김 후보자는 이중 소득공제와 아파트 '다운계약' 및 탈세 의혹에 대해 "결과적으로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사죄했다.

또 박 의원은 "김 후보자가 장인으로부터 받았다는 5억원 무기명채권의 자금 출처가 분명하지 않다"며 "김 후보자 장인 이력을 봤을 때 5억원이라는 돈이 형성될 수 있다는 타당성을 찾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요트를 즐겼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해양경찰서에 신고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며 수상레저안전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박지원 의원은 "김 후보자가 2004년부터 5년간 22번의 해외여행을 통해 191일동안 해외체류를 했다"며 "공적인 출장인지, 사적인 여행인지 해명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이날 인사청문회에서는 김 후보자가 2001년 창원지검 차장검사 재직 당시 매형의 선박회사 보험사기 사건 수사에 영향력을 끼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당시 김 후보자의 매형이 사건에 공모한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돼 달아나 지명수배된 적이 있다"며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긴급체포 승인을 했지만 불과 40분 뒤에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석방됐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당시 긴급체포를 4시20분에 했는데 5시에 석방지휘가 나왔다"며 "김 후보자는 모른다고 하지만 A급 지명수배자가 40분 만에 집으로 편안하게 돌아간 것이 공정한 법 집행이라고 생각하냐"고 김 후보자를 강하게 추궁했다.

김 후보자는 "한 점 부끄럼 없다. 영향력을 행사한 적 없고 개입한 바 없다"며 수사 개입 의혹을 부인했다.

이 의원은 이어 "당시 담당검사에게 전화를 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고, 김 후보자는 "담당검사에게 전화해보고 매형이라는 사실은 고지했다"고 답했다.

이에 이 의원은 "차장검사가 수사라인의 후배 검사에게 전화를 한 것은 압력 아니냐"고 재차 추궁했고, 김 후보자는 "검찰 간부 친척이 조사를 받으러 가는데 담당검사에게 알려주는 것은 인지상정"이라고 답했다.

김 후보자의 '인지상정' 발언에 이 의원은 "차장검사가 후배한테 '내 매형이다'라고 하면 후배 검사는 압력이라 생각하지 않겠냐"고 따져 물었고, 민주당 박영선 의원도 "검찰총장 후보자 입장에서 '검찰 간부 친척이라면 보다 객관적 잣대로 수사 지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해야 하지 않냐"고 비판하는 등 쓴소리가 이어졌다.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야당의 파상공세를 차단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는 도덕성과 관련한 쟁점 의혹에 대한 질문을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민식 의원은 "김 후보자가 탄 세일링 요트를 조사해보니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탄 요트와 비슷하다"며 "'호화·귀족 검사'라는 인식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는 온당치 못하다"고 반박했다.

주광덕 의원은 "잘못을 저질렀을 때 신앙인들은 고해성사로 (죄)사함을 받고 열심히 살듯 인사청문회에서도 과오가 있을 때 이를 시인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검찰총수로서 지휘할 수 있는 것이 더 발전적이고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손범규, 주성영, 장윤석 의원 등은 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에 대한 질문은 피하고, 검찰 중립성과 검찰개혁, 향후 지휘 방향 등 검찰총장으로서 업무수행 능력을 검증하고 김 후보자의 생각을 듣는데 주안점을 뒀다.

하지만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와 눈길을 끌었다.

한나라당 홍일표 의원은 김 후보자의 대전고검장 재직 당시 미스코리아대회 심사 논란과 관련, "사정기관의 수장으로서 그런 대회에 나가 심사를 맡는 것이 적절하지 않고 공무를 소홀히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김 후보자는 "사려 깊지 못한 행동으로 비춰질 수 있었다"고 답했다.

한편, 김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중수부 폐지와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김 후보자는 '중수부 폐지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친박연대 노철래 의원의 질문에 "중수부 역할이 부패사건 수사의 총사령탑"이라며 "국가적으로 기능이 필요하다. 조직 변경보다는 운영을 바꿔보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수부를 최소 필요인력만 남기고 필요할 때만 부르는 방식을 참모와 다른 검사장하고 의논해서 논의할 것"이라며 "직접수사보다는 특수수사의 전문성을 확보해야 하고 인력면에서는 전문성을 확보하며, 지방 특수부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구체적인 생각을 제시했다.

그는 이어 "예비군을 생각하면 된다. 검찰총장이 직접 지휘해야할 사건이 생기면 (이들을) 소집해서 운용하도록 할 것"이라며 "운영을 하는데 있어 지검 특수부를 가능한 많이 이용하겠다"고 말했다.

또 박지원 의원의 공수처 신설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새로운 기관을 만들기보다는 검찰이 변모해서 잘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 후보자는 최근 이뤄진 검사장급 인사 이후 검찰 하위 인사에 대해서는 "능력 있고 인품이 훌륭하면 지·학연에 상관없이 발탁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또 이명박 대통령의 사위가 주가조작문제와 연루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의 사위를 보호하기 위해 자료 확보를 충분히 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솔직히 잘 모르는 사건"이라면서 "검찰총장에 취임하면 첫날 보고를 받아보겠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박지원 의원이 3억을 빌린 것과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는 민주당 김재윤 의원 사건과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언급하며, '공권력이 선택적으로 법을 적용하면 야당 의원이 어떻게 견디겠나'라는 물음에 "김재윤 의원 사건은 청문회 준비를 하다가 말을 듣고 간략한 보고를 들었는데, 사건 보고를 철저히 받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또 쌍용차 문제와 관련해 노조측의 무더기 기소건과 관련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범죄에 집중하고 범죄인은 구별안한다"며 "노·사를 구별하지 않고 불법과 폭력은 엄정하게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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