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제] 어둠속을 질주하는 만선의 기쁨을
[연제] 어둠속을 질주하는 만선의 기쁨을
  • 신영수 기자
  • 승인 2011.10.15 12: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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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바다는 그리움에 취해있다
붉게타는 서쪽하늘 구름도시에
그리운 이는
구름기둥으로 서 있고
시리도록 아픈
푸른가을빛을 닮은 바다에는
그리움이라는
제5계절이 젖어들고 있다
바람이 불어 파도가 높고
바다는 지금 외로운 거다
만남도 이별도 없는 바다는
365일 외로움을 마시며 산다



이번 조업에서도 허탕을 쳤다
레핍스2호의 선내의 분위기는 더욱 침울해졌다
갑판위에 아무렇게나 널려져 있는 그물을 바라보다 나는
나의 얼굴이 더욱 깊은 주름이 패이는 듯함을 느꼈다
소리없이 무너져 가는 나의 왕년의 명성
패배의식 같은 게 온몸을 감싸온다

"날이 찬데 들어가시지요 "
뒷처리는 제가 하겠습니다
갑판장인 영석이가 곁으로 닥아오며 위로해준다
다른 사람이 아닌 영석이로 부터 위로 받는게 나는 싫고 고역스럽다

나는 갑판장의 물음에 대답도 않은채 한 발 앞으로 나가 다른 선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 자 ! 빨리 정리하도록 !"
"내일 아침 일찍 작업 할테니까 "
나의 작위적인 행동에 갑판장은 두손을 허리에 두른채 물러선다
잠시 갑판장은 나의 모습을 물끄럼이 바라보다 입술을 깨물며 알듯 모를듯 고개를 끄떡이고는
선원들 속으로 파고들어 재빠른 동작으로 어구를 준비한다

나는 불과 한달전에 선장으로 진급했고 레핍스2호를 인수 받았다
그리고 첫조업이었다
내가 뱃사람으로 송출선원이 된 긴 사연은 잠시 묻어두고 ----
그동안 항해사로 승선 근무해오다
갑자기 전임 선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중도 귀국하고
급조된 진급으로 조업에 임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이곳은 대서양의 모로코 영해밖이다
귀국한 전임선장은 회사와의 계약기간동안 약속된 어획량을 채우지 못하였다
그동안 어장개척을 목적으로 이곳에 와서 생산 실적을 올릴수 없었던 이유를 내가 밝혀 내고 말리라 --



바람이 서서이 일기 시작한다
파도가 일고 로링이 시작되기전 나는 조업부진의 원인을 찾고자 심혈을 기울였다
그물을 정비수리하고
오다보드에 각도를 점검하고
끌림의 상태를 체크하고 와이야의 간격표시를 다시 하고 주간 종일토록 어구손질에
시간과 정성을 쏟아 부었다

무언가 전임선장의 전철을 밝지 않으려면 반드시 원인을 찾아내어야 만선의 뜻을 이룰수 있는 것이다
어장개척이란 새로운 지역에서의 조류.수심.수면하의 상태.항로상의 모든것을 미리 예측하고 소정의
결과를 산출하므로 실제 생산고를 올릴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나는 선원들의 그물정리가 끝날때 까지 꼼짝도 하지 않고 그대로 꿋꿋이 지켜보고 있었다
어느듯 바다에 어둠이 찾아왔다
눈길이 마주쳤던 갑판장이 다가왔다
전임선장의 총애를 받던 사람이었다
항해사 였던 내가 선장이 된 이후 갑판장은 매우 못마땅 한 모양이었다
그와 나는 동갑내기였다
"이제 어떻게 할까요"?
"어장도 그렇고 바람도 점점 심해 질것 같은데요'"
" 내가 알아서 하지"
나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짧게 말했다


갑판장은 무슨 말인가 하려다 그만 두고 선실쪽으로 사라진다
나는 아랑곳 하지않고 다른 선원을 불러 기관실로 연락을 한다
그러고는 선장실로 들어갔다
" 뿌르릉 "
하는 소리와 함께 선체가 약간 진동한다
나는 직접 키를 잡는다 그러고는 선수를 남쪽으로 돌렸다
물때를 볼때 이번 사리의 조업기간은 앞으로 내일 하루 밖에 더 남아 있지 않았다
그 내일안에 결판을 내야한다

눈발이 비치면서 바람이 점점 세게 일고 있었다
선장실이 열리면서 선원 한사람이 들어온다
선원들이 모두 이십대 아니면 삼십대인데 반해 이사람은 오십을 넘어 최연장이라하여 선내에서는
,<영자님>이라고 불리는 자다
나하고 제일 가까운 사이이기도 하다
" 응 어서 오게 " "좀 쉬어요 내가 키를 잡을게요 " " 그러겠나 "
영자가 키를 받아쥔다 나는 담배를 한대 꺼내 물었다

" 바람이 이렇게 불라가는 내일 작업에 지장이 많겠지요 " " 겨울 날씨 다 그런거지 뭐 "
나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맘 속에서 싹터오는 불안을 어떻게 할수가 없다
한참의 침묵이 흘렀다
" 몇시간이나 더 나가지요 ? "
나는 일전 항해사 시절 위성항법장치인 gps 를 보면서 생각해둔 곳이 있었다
항적이 남기 때문에 잘 이용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것 같았다
나는 시계를 쳐다 본다 일곱시를 가르키고 있다
이미 주위는 어둠 뿐이다 간혹 귀향하는 선박들의 하나 둘 보일 뿐이다

" 새벽 네시 까지만 나가 주게 " " 그렇게나 멀리요 " " 나가 보면 무슨 수가 있겠지 "
조금씩 일던 파도가 제법 굵다 어둠속에서 레핍스2호는 파도를 가른다
그러나 심한 파도와 바람으로 인하여 배는 잘 나가주지 않는다
파도가 굵어지자 나는 내가 키를 잡았다 어둠속에서 희무끄레한 파도를 피하느라 키를 조정하는 나의 얼굴에
영하의 추운 기온임에도 불구하고 땀이 고인다

바람은 이미 폭풍으로 돌변하고 있었다
" 바람이 너무 부는군요 " " 이런건 아무것도 아닐쎄 "
나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스스로 비장해 있었다
" 맞바람이라 안돼겠어요 이러다가 큰 사고라도 ----"
" 죽은 자의 운명은 미리 정해져 있는걸세 모든건 하늘의 뜻이지 나는 언제나 내 목숨을 하늘에 맡기고 살아왔지 "
나의 두 눈은 전방을 주시하고 레이더를 연신 쳐다보며위치를 가늠해본다
소리없이 무너져가는 명성.그것을 만회해야 한다
그 언젠가 석양빛을 받아가며 그물을 배 위로 끌어 올려지는 고기 때는 차라리 금빛이어서 노다지 바로 그것이었는데
그 광경이 기적같은 일이 내일 조업장에서 벌어지기를 기대 했고
그렇게만 된다면 그렇게만 된다면 당장 목숨을 내 놓는다 해도 아무런 여한이 없을것 같은 심정이었다

만선의 깃발을 달고 귀항해서 그 왕년의 명성을 기필코 되찾으리라
그리하여 평생의 어부로서 영예로운 은퇴를 하리라
바다와 함께 살아온 지난 시절의 총결산을 자랑스럽게 하느냐 못하느냐는 내일의 조업에 달렸다
그 내일을 생각하며 나는 지금 위험쯤은 어쩌면 더 좋을 수도 있다고 믿기도 했다
지금은 실컷 휘몰아 쳐라 그리고 내일 아침이 되면 씻은 듯이 가라 앉아라 하는 심정이었다
평온의 내일을 위한 오늘의 노도이기를 빌어보는 나였다
키를 잡은 팔에 힘이 솟는 것 같았다

순간 바다에서의 기적은 반드시 폭풍우속에서 찾아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이 나를 버리지 않는 다면 이 폭풍이 어쩌면 레핍스2호를 황금의 어장으로 인도 할수도 있지 않느냐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파도속을 뚫고 계속 전진했다
이 때 문이 열리면서 갑판장이 들어왔다 파도를 뒤집어 써서 흠뻑 젖어 있다
" 어쩐 일인가 ? "
나는 노도속에서 꿋꿋이 버티는 나자신의 모습을 약간 과시하면서 말에 힘을 주었다
" 걱정이 되어서 "
말끝을 흐리면서 레이더를 들여보고 깜짝 놀란다

" 아니 지금 밖으로 더 나갑니까 ?"
" 왜 더 나가면 안되나 "
" 이 바람 속에서요 " 갑판장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모양이다
" 아니 이 바람이 어때서 ""
" 지금 선원들은 육지 쪽으로 돌아가는 줄로 알고 있는데요 더 나가면 섬도 없지 않습니까 "
" 이 배의 선장은 나야 ! " 그럼 지금 어디로 ------ ?" " 어장을 찾아가지 " "이 바람속에서요 "
" 위험은 언제나 우리 주위에 도사리고 있지 우린 언제나 위험속에서 살아왔으니까 "
위험을 일부러 맞을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
" 누가 위험을 끌어드리나 "
나는 모처름 통쾌함 같은 걸 느껴본다

선체가 갸우뚱 하다가 다시 전진 한다
선체가 솟았다 잠기는 긋 하더니 우지직 소리와 함께 마스타가 부러져 나간다
"선장님" " -------'
이 배의 선장은 나야 "
" 뱃놈 생활이란 이런 것이라는 걸 지금부터라도 배우도록 해 !
학교에서는 겁쟁이 뱃놈으로만 가르치는 모양이군 "
나는 어둠속에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내가 의도하는대로 어둠속의 파도속에서 남서쪽으로 전진했다
바람은 조금 전보다 조금 누그러진 것 같았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네시 쯤 되었을때는 언제 그랬느냐 싶게 바다는 조용해졌다
바람을 정면으로 받으며 그 속을 뚫고 넘어온 것이다
어둠이 서서히 걷혀지고 있었다

나는 주위를 다시 한번 살피고는 선원들을 불러 닻을 내리게 했다
나의 팔은 감각을 느낄수 없을 만큼 되었고 온 전신의 힘이 쏘옥 빠져 심한 피로를 느꼈다
그래도 나는 얼얼해진 나의 팔을 매 만지며 나의 예견과 일치한 일기변화에 스스로 만족했다
이미 반쯤은 승리가 내게 와 있는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기관 소리도 멎고 잠시 후 선내는 정적이 감돈다
영자가 눕기를 권했지만 나는 사양했다

아침이 되면 그물을 놓게 될것이고 그 작업이 마지막 작업이라는 생각에 누워 있을수가 없었다
이번에 또 허탕을 치면 나 자신의 몰락을 의미 하는 것이다
마지막 조업이다 나는 속으로 외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조타실을 나와 갑판위에서 사방을 둘러 보았다
날은 점점 밝아 오고 있었다
다른 배들은 간 밤에 모두들 피했거나 아니면 아주 입항을 했을것이다

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여태껏 섬겨온 바다의 신께 빌었다
그리고 나서 마음의 소리를 듣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나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움직이지 말라는 소리로 생각 했다
그러니까 이자리에서 조업을 하라는 바다 신의 계시 쯤 으로 생각 한 것이다
나는 선잠에서 깬 선원들의 불평어린 표정에도 아랑곳 않고 만반의 준비를 직접 시켰다
간단한 아침 식사를 끝내고 곧 바로 작업에 돌입했다
어제 밤의 폭풍속 항해로 선수부분이 약간 파손이 있었다
작업에는 큰 지장이 없었다

해가 떠 오를 때 쯤 해서 배는 천천히 전진하며 그믈을 놓아 나갔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물을 놓여진 곳을 표시하는 깃대의 수효가 늘어 갔고 그물이 전부 놓여지자
선원들에게 쉬라고 지시한 다음 나는 선수로 나가 마음속으로 다시 한번 만선을 빌었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고 결과만 남았들 뿐이다
이제는 모든것이 하늘에 달렸다고 생각하고 선장실로 들어 왔다
자리에 누웠다

그러나 몇시간 후면 모든 내 운명이 결정된다는 생각에 계속 자리에 누워 있을수가 없었다
다시 갑판으로 나아갔다
그리고는 주위를 둘러 보았다
어떤 배들도 보이질 않는다 저 만치서 부터 뻗혀있는 그물  표시 깃대가 알수 없는 감회를 불러 일으킨다
찰싹거리며 뱃전에 부서지는 파도소리는 나의 상념을 더해 주었다

희비속에 살아온 바다 !
육지의 모든건 변해도 바다는 변하지 않는다 나는 순간 자신이 죽으면 수장시켜달라고 유언도 속으로 해 본다
그리고 그 생각은 참으로 멋지다고 느껴본다
밤잠을 자지 않아서 인지 머리가 깨어질듯 아프다
시계를 보았다
앞으로 여섯시간 후면 그물을 올리게 되는 것이다
누워있으려니 자꾸만 시계가 보여진다
단 일분이 수삼년 같이만 느껴진다

이때 갑판장이 다가온다
선장님 몸은 괜찮습니까 " " 작업에 대해선 염려 놓으시고 편안히 계세요 "
드디어 양망 시간이 되었다
닻이 올려지고 그물따라 천천히 전진하며 그물을 올리기 시작 했다
삼천 여발이나 되는 긴 그물이다
짧은 겨울 해가 황혼을 재촉하고 있다

갑판으로 올려지는 그물에 고기가 드문드문 걸려있다
아주 허탕은 아니다
그러나 뛰는 가슴을 억제 할수가 없었다
아픔같은 것은 잊은지 벌써 오래다 나의 온 신경은 전부 그물에 쏠려 있었다
' 아 '
선원들의 환호가 일제히 터져 나왔다
순간 제대로 들어 맞았구나 하는 기분이 들었다
나 자신도 모르게 고함이 터져 나왔다
만선이다
"그물에 구멍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무더기로 올려지고 있지 않는가 -----
말 그대로 노다지 바로 그것이었다

선내는 떠나갈듯 환호성속에 계속 그물이 올려졌다
누구의 입에서부터 뱃노래가 나왔는지 모른다
모두가 뱃노래를 불러대니 -----
황혼 바다에 그 뱃노래는 멀리멀리 메아리 없이 퍼져 나간다
눈물이 핑 돈다
이어 뜨거운 눈물이 두 줄기 나의 빰을 타고 흘러 내린다
나는 하늘을 향해 연신 "감사합니다" 를 연발 한다
갑판에는 불이 켜지고 어둠이 사방으로 깔릴 무렵 완전히 그물이 다 올려졌다

나는 영자를 불렀다
" 영자 " " 만선의 깃발을 올려라 "
나는 정신을 잃었다
" 선장님 정신 차리세요 " " 만선이지 않습니까 "
" 그래 갑판장 아니 영석아 만선 이 맞니 틀림 없나 "
그래 우리는 기필코 만선을 이루어 냈다 그래 임마 친구야 영석아 !
나는 친구를 힘껏 껴 앉았다
둘다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
가자 ! 항구로---
만선의 기쁨을 전하러 ----

어둠속을 질주하는 만선의 기쁨을 안고 --------------------------

                        중앙뉴스 /  / 신영수기자 /youngsu49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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