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임 때 한·미 FTA 전망은 절망적… 포기냐, 조정이냐 선택해야만 했다"

"2009년에 대사로 미국에 부임했을 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전망은 절망적이었습니다.

미국 주요 의원들은 '자동차 부분에 대한 조정(추가 협상)이 없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확고했습니다.

우리로서는 이대로 FTA를 죽이느냐, 아니면 조정을 하고 FTA를 계속 하느냐 선택을 해야 했습니다."




한덕수 주미대사는 16일 워싱턴DC 관저에서 가진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미 FTA 반대론자들이 지난해 12월 체결된 추가 협상을 '일방적 양보'라고 비판하는 것과 관련,

"우린 더 큰 이익을 위해 FTA를 살리기로 한 것"이라며 "일부 조정을 했지만 우리 자동차업체들도 모두 찬성하고 있다"고 했다.

사실상 'FTA 비준' 특명을 받고 미국에 부임한 한 대사는 "한·미 FTA가 미 의회에서 통과될 때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다는 홀가분함과 앞으로 잘돼야 한다는 낙관적인 걱정이 교차했다"고 말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10일 전쯤 행정부에 '이명박 대통령 방문과 관련해 FTA 통과에 초점을 맞춰라'라고 지시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미국측도 국빈 초청을 한 상황에서 FTA를 확실히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했다.

―대통령 국빈 방미 전 한·미 FTA가 통과될 것을 확신했나.

"확신 못했다.

오히려 비관적으로 생각했다.
방미 날짜가 정해진 건 미국의 FTA 비준을 압박하는 차원의 의미도 있는 것인데,
그전에 비준되려면 미 행정부와 의회가 끝까지 한 치 오차 없이 일을 진행해야 했다."

―이번 기회를 놓쳤으면 한·미 FTA는 어떻게 됐을까.

"느긋하게 가서 11월로 넘어갔으면 아마 미 의회가 다시 정부 부채 논란에 휩싸여 FTA는 뒷전으로 밀렸을 거다.


 내년부터는 바로 대선 국면이고….
이번에 안 되면 내년 미국 선거가 끝나야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미 FTA 홍보를 위한 '아웃리치(out-reach)' 프로그램으로 미 전역을 돌아다녔는데.

"미 정치를 한마디로 얘기하면 '모든 정치는 지역에 있다'(All politics is local)는 것이다.


선거구 주민들이 지지해야 의원들이 움직인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FTA 홍보를 위해 31개주 57개 도시를 찾아 지역 상공인 만나고,
지역 언론 논설위원들과 몇 시간씩 토론을 했다."

―현장에서 느끼는 분위기는 어떠했나.

"일리노이주를 방문했을 때 QFW라는 중소기업 회장이 '한국에 제품을 수출하는데 FTA가 안 돼서 EU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많다'며 빨리 통과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하더라.


이 회장은 지역 언론에 한·미 FTA 필요성에 대한 기고도 하고 있다고 했다.
중소기업들 얘기를 들으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을 느꼈다."

―민주당 하원에서 반대표가 예상보다 많았다.

"민주당의 전통적 반(反)무역 정서를 감안하면 이 정도도 찬성표가 많이 나온 것이다.


특히 낸시 펠로시, 샌더 레빈, 스테니 호이어 등 지도부가 모두 찬성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마이클 미쇼 의원 등 골수 반대파들과도 만나서 토론도 했다. 그들에게서 변화를 기대했는데 전혀 변하지 않더라."

노무현 정부에서 여당으로 대사와 함께 한·미 FTA 체결에 관여했던 정치인들이 지금은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분들도 궁극적으로는 이 협정의 경제적·안보적 중요성, 아시아 평화 안전을 위한 축(軸)으로서의 의미 등을 고려해서 잘 판단하리라고 본다."

―자동차 부분 추가 협상은 우리의 일방적 양보인가.

"2007년 협정 체결 당시 한국 차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4%였다. 그게 지금 9.2%까지 올라왔다.


이렇게 약진한 한국 차의 경쟁력을 감안하고 FTA를 살리기 위해 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자동차업계도 당장 관세가 낮아지는 것보다 향후 안정적인 교역 질서를 확보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디트로이트에 양 정상이 함께 간 것은 오바마 대통령의 국내 정치 목적 때문 아닌가.

"오바마 대통령이 그곳에서 미국 노동자들에게 '한국과의 무역은 자유롭고 공정한(free & fair) 무역'이라고 했다.


한국이 미국에서 엄청난 흑자를 내는 것처럼 잘못 알려진 것을 바로잡기 위해 우리가 애를 쓰고 있는데,

오바마의 이런 말 한마디만으로 우리는 수억불의 광고효과를 얻었다.
양쪽 모두 얻은 것이 있는 것이다."

―향후 거취는 어떻게 되나. 대통령으로부터 어떤 얘기를 들었나.

"주미대사로서 원도 한도 없이 일했고, 판단은 인사권자가 하는 것이다.

다만 대통령이 '이번 과정에서 우리가 미국 의회·행정부·백악관·지방정부·기업과 종합적·다층적으로 맺은 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해달라'는 말씀을 하셨다."

출처 :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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