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NO’, 정책 ‘YES’ 조용한 지원유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10ㆍ26 재보선 지원을 위해 전국을 누비고 있다.



19일 강원 인제에 이어 20일에는
충주를 찾았다. 남은 기간 야당 후보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대구 서구를 방문하고, 부산 동구청장 선거도 한번 더 지원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4년만인 박 전 대표의 선거지원은 기존과 구별되는 특징으로 관심을 모은다.



유세차ㆍ구호 없이 낮은 자세로 = 박 전 대표의 선거 지원에는 대규모 지원유세가 없다. 어깨띠를 두르거나, 후보들과 손을 맞잡고 ‘화이팅’을 외치지도 않는다.



기존 선거 지원이 지지자들을 모아놓고 “우리가 더 낫다. 우리를 찍어달라”며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방식이었다면, 박 전 대표는 낮은 자세로 유권자들에게 다가가 주로 얘기를 듣는다.



자신이 언급했던 ‘정치권 전체의 위기’라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도 자신이 주도해 정치권의 선거운동 방식이 바뀌지 않았느냐는 자부심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 ‘NO’, 정책 ‘YES’ = 박 전 대표의 선거지원에는 ‘정치’가 등장하지 않는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네거티브 공방이 난무하는 것과는 비교되는 대목이다.



대신 정책을 내세운다. 정치권의 위기에는 여당 내부간 그리고 여야간 ‘정치 투쟁’의 모습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첫날 일자리 창출을 시작으로 이후 노인복지, 한미FTA 농어촌 대책, 문화콘텐츠산업 경쟁력 강화, 군인복지 등에 대해 참석자들과 적지 않은 시간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일부 참석자들이 더 이상 할말이 없다고 할 정도까지 대화가 이어지기도 했다.

올챙이 국수, 호떡, 만두, 순댓국밥 = ‘수첩공주’라는 별명을 가진 박 전 대표는 과거에도 시장상인이나 중소자영업자들을 만났지만, “뭔가 부족하다”는 평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서민과 접촉면을 대폭 넓히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강도(强度)도 대폭 강화했다.

인제군 재래시장에서는 빨간 플라스틱통에 교자상을 얹은 ‘임시식탁’에서 3천원짜리 올챙이 국수를 먹었고, 함양 재래시장내 한 식당에서는 “아무 것이나 잘 먹는다”며 6천원짜리 순댓국밥으로 점심 식사를 했다.

부산 재래시장의 만두가게에서는 만두를 한 입 베어물며 “맛있다”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격식 파괴도 많았다. 소공동 지하상가 상인이 서울시 행정의 부당함을 호소하자 먼저 나서 “가게로 들어가 이야기하자”고 제안했고, 북창동 한 식당에서는 일행 3명이 앉아있는 식탁 앞에서 “앉아도 되느냐”고 양해를 요청해 즉석에서 합석하기도 했다.

재보선 이후 행보는 이런 적극적 모습 때문에 재보선 이후 행보도 관심을 모은다.



일단 재보선 때보다는 한 단계 ‘톤 다운’ 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자칫 조기 대선 붐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왕 정치 전면에 나선 만큼, 재보선 이전처럼 더이상 소극적인 자세를 유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 다음날인 27일에는 이정현 의원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하기 위해 광주를 방문할 예정이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재보선 지원 과정에서 그동안 준비해온 정책의 단면을 선보인 만큼, 앞으로는 정책 공개의 기회가 자연스럽게 많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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