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문 만들어 온 김진표 "역사적인 순간, 인증샷 찍자"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사진 가운데)이 1일 오전 한·미 FTA 비준을 저지하기 위해 외통위 회의실을 점거한 야당 의원들을 찾아가 퇴장을 요구하고 있다. 남 위원장 왼쪽과 오른쪽은 민주당 김동철·최재성 의원. /국회사진기자단
남경필(한나라당)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은 1일 여야 원내대표가 지난달 30~31일 한·미 FTA 합의문에 서명하는 과정의 비화를 공개했다.

협상은 30일 오후 5시 남 위원장의 국회 사무실에서 시작됐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 민주당김진표 원내대표가 참석했고,

민주당의 노영민 원내수석부대표, 김동철 대표비서실장, 최인기 국회 농식품위원장 등도 들렀다.

황 원내대표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서규용 농식품부장관,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민주당의 요구 사항에 대한 수용 여부를 물었다.

이날 오후 7시, 협상 시작 2시간여 만에 정부가 민주당 요구 사항을 거의 받아들이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자 김 원내대표는 "당 중진들을 만나 의견을 듣고 동의를 구하고 오겠다"며 자리를 떴다.

그로부터 4시간이 흐른 밤 11시쯤, 김 원내대표는 '합의문'을 문서로 작성해 왔고, 양당 원내대표가 사인할 때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인증샷을 찍자고 제안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협상 때 '합의안을 지키지 못하면 원내대표직도 던지겠다'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민주당은 31일 이 합의안을 거부했다.

김 원내대표는 1일 이에 대해 "남 위원장의 말이 대체로 맞지만 당시 합의안은 추후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통과할 경우에 성립하는 '가(假)합의'였을 뿐이고,


합의안에 서명한 것은 농수산업, 중소상인 피해 대책을 지키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그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욕먹을 각오를 하고 가서명을 했던 충정을 알아달라"고도 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1일 국회의원 전원이 본회의에 출석해 한·미 FTA 찬반 입장을 밝히고 토론하는 전원위원회를 갖자고 제안했으나 민주당 등 야당이 거부했다.


민주당은 민노당·진보신당·좌파단체 등 야권 통합 대상으로 삼는 세력의 반(反)FTA 주장을 의식해 한나라당이 강행 처리하려면 하라는 입장이라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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