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명성기구(회장 金巨性)는 28일 창립 10주년을 맞이하여 “부패극복과 투명사회 실현은 선진화의 선결요소이다”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지난 2005년 체결되었던 투명사회협약의 파기를 비판하면서 <투명사회협약 2010>의 추진을 통한 협약정신의 복원을 제안하였다.

국제투명성기구 한국본부인 동 기구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국가청렴위원회가 폐지되었으며 국민권익위원회의 독립성이 의심된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반부패기관의 독립성을 보장하라는 유엔 반부패협약의 정신에 부응하기 위해 헌법을 포함한 현행 법적 제도적 장치를 재고”할 것을 요구하였다.

또한 이 성명은 “검찰과 법원, 감사원 등도 권력이나 금력으로부터 자유롭게 중립적이며 공정한 자세로 국민들에게 봉사함으로써 진정한 ‘법의 지배’를 관철하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언론장악’ 논란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치욕의 시기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하였다.

김거성 회장은 “국제사회에서 그동안 한국이 반부패 분야에서 모범으로 손꼽혀 왔으나, 투명사회협약의 파기 등으로 이런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며 “청렴선진국의 대열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투명사회협약 정신대로 정부, 정치권, 기업, 시민사회 등이 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하였다. 그는 “대다수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부 이익집단의 이익을 위해 국민 전체의 복리와는 거리가 먼 정책이 집행될 때에 이는 합법적인 형태의 부패인 ‘정책포획’이 된다”고 지적하고, “보다 넓은 사회적 대화와 합의도출을 통하여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였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8년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부패인식지수(CPI)에서 5.6점으로 세계 180개국 가운데 40위를 차지한 바 있으며, 지난 2008년 2월 29일 국회 비준을 거쳐 유엔 반부패협약에 당사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투명사회협약은 반부패 투명성개선을 내걸고 공공, 정치, 경제, 시민사회 등 4대부문이 모여 지난 2005년 3월 9일 체결되었으나, 정부는 지난 해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투명협, 집행위원장 이학영)에 대한 국고보조를 중단하고 감사원 감사를 실시하였으며, 한국YMCA전국연맹, 흥사단투명사회운동본부, 한국투명성기구 등 참여 단체들 일부가 이에 반발하여 협약의 파기를 선언하였고, 투명협은 임시총회를 통해 해산을 결의한 상태로 알려졌다.

<성명서 전문>

부패극복과 투명사회 실현은 선진화의 선결요소이다
한국투명성기구 10주년에 즈음하여

한국투명성기구는 지난 1999년 8월 24일 시민단체들의 연대기구인 반부패국민연대란 이름으로 출범하였다. 창립 10주년을 맞이하며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의 한국본부인 한국투명성기구는 부패극복과 투명성 증진을 위한 뜻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자 한다.

지난 2008년 2월 25일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이후 우리나라의 반부패 운동의 조건은 큰 변화를 겪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가 2008년 2월 29일 국회에서 비준동의를 거쳐 유엔반부패협약(UNCAC)의 정식 당사국이 된 점과 공공기관이나 학교 등을 통해 청렴교육의 저변이 확대되고 있는 점 등을 비롯하여 적극적으로 평가되어야 할 긍정적인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시민사회의 시각에서 몇 가지 부정적인 변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무엇보다도, 이미 투명사회협약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선진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리사회의 투명성을 높여 부패를 방지하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1. 국가청렴위원회의 폐지와 국민권익위원회의 독립성 문제
이전의 부패방지법은 폐지되었고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이 제정됨에 따라 국가청렴위원회(이하 ‘청렴위’)가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로 통폐합되었다. 물론 새 법률에도 “위원회는 그 권한에 속하는 업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한다”(제16조)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대통령 소속하에 있던 조직 대신 국무총리 소속으로 격하된 점이나 위원을 3부에서 3명씩 추천하여 임명, 위촉하는 대신 위원 15명 중 국회와 대법원 추천이 각 1명에 불과하다는 점 등은 문제시된다. 그렇지만 이런 외형적인 문제들보다 더 큰 우려는 바로 운영에서의 실질적인 독립성이 관철되고 있는가 하는 점에서 이다. 즉, 부패방지기구가 특정 권력기관의 통제 하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면, 이는 “어떠한 부당한 간섭도 없이 효과적으로 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필요한 독립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유엔반부패협약 제6조의 규정을 전면 위반하는 일로 된다. 이런 의구심을 거두게 하기 위해서는 국제투명성기구 등의 독립적 부패방지기구의 복원 권고를 수용하거나, 또는 향후 헌법 개정을 통해 헌법적 지위를 갖고 인권, 부패 문제 등을 다룰 수 있도록 ‘국가적 옴부즈만’의
설치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개헌과 관련한 의견을 좀 더 덧붙인다면, 헌법적 근거에서 ‘정보접근권’을 국민의 기본권 가운데 하나로 보장하는 내용이나 사면권이 보다 투명하게 행사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내용 등도 포함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2. 안타까운 투명사회협약의 파기
더구나 ‘투명사회를 위한 17대 대통령선거 후보협약식’에서 이명박 후보가 대리인을 통해 “투명사회협약의 정신을 계승하여 투명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하여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한 약속과는 달리 투명사회협약은 파기되고 말았다. 일부 경제단체는 정권교체 이후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이하 ‘투명협’)에 대한 분담금을 내부적으로 조정한 금액조차도 납부하지 않았으며, 권익위도 예산지원을 중단하고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에 대한 전반적인 감사를 감사원에 요청하였다. 감사원의 감사결과는 권익위에 투명협 설립, 지원 및 지도감독 부적정과 정책추진의 일관성 결여를 이유로 주의요구를, 기획재정부에 문제가 있는 국고보조사업의 중단 등의 통보로 나타났지만, 실제 내용은 투명사회협약 자체의 부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투명협 집행위원회에는 정부측 대표는 물론 현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이나 주요 경제단체 상근부회장 등이 위원으로 참여하였으며, 2009년 1월 18일 투명협 해산을 위한 임시총회 개최를 의결하기 이전까지 사업과 예산 등 모든 안건을 만장일치로 처리하였다. 더구나 투명사회협약 체결식과 투명협 총회 등에 감사원 수장도 함께 참여한 바 있다. 감사원은
이런 내용들은 애써 무시하고 마치 투명협이 일방적 운영, 청렴위(권익위)와의 사업중복, 방만한 운영 등으로 국고를 낭비한 것처럼 기술한 것은 직무에 관한 독립성을 최우선해야 할 감사원의 역사에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국제사회로부터 국가적 차원에서의 반부패 이니셔티브의 모델로 호평을 받아왔던 투명사회협약이 다시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한, 이명박 정부의 반부패 정책이나 사회통합 노력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털어내기 힘들 것이다.

3. 검찰과 언론의 독립성 문제
오바마 대통령이 테러용의자들에 대한 반인륜적 고문에 가담한 전직 CIA의 요원들을 기소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 법무장관은 이들의 조사를 관철하고 최근 특수검찰을 임명하였다. 이처럼 검찰과 감사원 등의 독립성과 중립성, 그리고 공정성은 다른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확보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최근의 용산참사를 비롯한 몇몇 사안들에서 보여준 검찰의 모습에서는 그런 기개와 ‘법의 지배’를 찾아보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언론의 자유와 책임성 또한 투명사회를 향한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언론이 권력이나 금권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면 이는 이미 사회적 공기이기를 포기한 것이라 하겠다. 최근의 이른바 ‘언론 길들이기’ 또는 ‘언론장악’ 논란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치욕의 시기로 기록될 것이다. 언론이 자유롭게 탐사하고 보도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책임적으로 기여하는 것이야말로 투명사회로의 대전제이다.

4. 정책포획(policy capture)의 경계
정부의 정책은 국민 대다수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며 그들의 안전과 이익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운영되어야 마땅하다. 대다수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부 이익집단의 이익을 위해 국민 전체의 복리와는 거리가 먼 정책이 집행될 때에 이는 합법적인 형태의 부패인 ‘정책포획’이라 일컬어 진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른바 4대강 정비 사업과 이를 위한 예산 조달을 위해 교육, 복지 등을 비롯한 다른 분야들에 대하여 대폭적으로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이러한 정책포획의 우려를 불러오기에 충분하다.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이명박 정부가 논란이 되는 정책들에 대해서 보다 넓은 사회적 대화와 합의도출을 통하여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함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러한 판단에 근거하여 한국투명성기구는 창립 10주년을 맞이하여 투명사회 실현을 위한 노력을 한층 더 기울일 것을 다짐하며, 다음과 같이 우리의 생각을 밝히는 바이다.

1. 정부와 국회는 반부패기관의 독립성을 보장하라는 유엔 반부패협약의 정신에 부응하기 위해 헌법을 포함한 현행 법적 제도적 장치를 재고하여야 한다.
2. 검찰, 감사원, 법원 등도 마찬가지로 권력이나 금력으로부터 자유롭게 중립적이며 공정한 자세로 국민들에게 봉사함으로써 진정한 ‘법의 지배’를 관철하여야 한다.
3. 정부는 정책포획에 대한 우려를 씻어내기 위하여 보다 넓은 사회적 대화와 합의도출을 통하여 공공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여야 한다.
4. 모든 공공기관과 사기업, 시민사회단체들은 투명성, 책임성, 윤리성을 제고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추진하여야 한다.
5. 국민은 언론들이 자유롭게 탐사하고 보도할 수 있도록 감시하고 또 지켜내야 한다.
6. 공공, 정치, 경제, 시민사회를 비롯한 각 부문과 지역, 분야 등에 2005년 투명사회협약 정신을 계승할 것을 요구하며, 아울러 위의 내용들을 포함시키고 투명사회협약의 과제들을 갱신한 <투명사회협약 2010>의 추진을 통해 협약정신을 복원할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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