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구조견 국가 양성 시작 4개월…‘세중’ ‘천둥’ 첫 배출

지난 10월 부산소방본부가 특별한 새 식구를 맞았다. 인명구조견 ‘세중’과 ‘천둥’이다. 올해 각 5살, 3살인 세중과 천둥은 얼마전 국제구조견 레벨 인증평가를 통과한 신인이다. 산악과 붕괴지역을 모두 수색할 수 있는 우수한 능력을 갖췄다.

이런 세중과 천둥의 ‘친정’은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중앙119구조단이다. 이들은 이 곳에서 산악과 붕괴지역에서 신속하게 실종자들을 찾아내는 수색 훈련, 핸들러의 말에 따르는 복종 훈련, 다양한 지형과 환경에도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고 거침없이 활동하는 장애물 훈련을 받았다.

중앙119구조단에서 길러져 부산소방본부로 기증된 인명구조견 ‘천둥’과 ‘세중’이 부산으로 가기 전 훈련사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 (c) 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중앙119구조단에서 길러져 부산소방본부로 기증된 인명구조견 ‘천둥’과 ‘세중’이 부산으로 가기 전 훈련사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 (c) 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인명구조견 국가 양성 시작 4개월… ‘세중’ ‘천둥’ 첫 배출

사실 세중과 천둥은 중앙119구조단이 길러낸 첫 인명구조견이다. 지금껏 국가인명구조견은 민간에서 길러 정부에 공급해왔지만, 올해부터는 정부가 맡아 양성키로 한 것이다.

지난 7월 정부는 그동안 민간에서 담당해오던 인명구조견 양성을 국가 책임으로 바꿨다. 그리고 2012년말 완공을 목표로 대구에 ‘국가인명구조견센터’ 설립을 시작하고, 그 전까지 남양주 중앙119구조단 본부에 임시견사를 마련해 구조견 양성에 힘쓰도록 했다.

민간에서 활약하던 훈련사 4명도 데려왔다. 이들은 민간에서 훈련중이던 9마리와 신규 2마리를 맡아 훈련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들의 손 끝에서 훈련견들은 평범함을 벗고 특수견으로 거듭났다.

중앙119구조단 소속의 인명구조견
중앙119구조단 소속의 인명구조견 '백두'와 '마니'

일반견들이 구조견이 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수없이 반복되는 수색과 복종, 장애물 훈련을 받았고, 최종적으로 국제인명 구조견협회(IRO·International Rescue Dog Organization)가 인정하는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했다.

중앙119구조단의 현광섭 훈련사는 “구조견이 되기 위해서는 기본테스트를 거쳐 훈련견이 된 후 다시 2~3년의 훈련기간을 거쳐야 한다”며 “하지만 최종적으로 구조견이 되는 경우는 25~30% 정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붕괴현장·산악수색 인명구조 일등공신

하지만 이같은 과정을 통과하고 난 구조견들의 활약은 눈부시다. 사고현장에서 각종 첨단장비와 대규모 동원인력에도 불구하고 미처 찾아내지 못하는 실종자들을 거침없이 찾아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7월 현장에서 일하던 인부 2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천호동 상가붕괴 사고의 경우 중앙119구조단 소속의 구조견 ‘마니’가 출동해 1시간여만에 매몰자를 찾아냈다. 당시 현장은 200여명의 인력과 각종 첨단 장비를 동원하고도 사고 발생 20시간이 넘도록 매몰자를 찾아내지 못해 애가 타던 상황이었다.

또한, 중국의 쓰촨성 대지진이나 일본 동북부의 지진 사고 때에도 구조견은 구조단과 함께 급파돼 실종자들을 구해내며 한국의 위상을 드높였다.

인명구조 훈련견들이 산악사고 실종자 수색훈련을 하고 있다.
인명구조 훈련견들이 산악사고 실종자 수색훈련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구조견들의 활약은 지진이나 건물 붕괴 등 대형 사고 외에도 등산 조난객 구조 등 일반 산악사고에서 더 빛을 발한다. 실제로 지난 1998년 강원도 원주소방서에 처음 인명구조견들이 도입된 이래 전국적으로 모두 112명을 구조하는데 성공했다.

차세대 구조견 양성 시급… 내년 훈련센터 역할 기대

하지만 구조견들의 이같은 활약에도 불구하고 현재 구조견들은 전국적으로 17마리에 불과한 실정이다. 각 소방서별로 보면 평균 2마리 정도로, 함께 활약하는 소방관들의 근무가 3교대임을 감안할 때 상시 출동이 어려운 상황이다.

더욱이 이들의 평균 연령은 5~6세 정도이다. 구조견들은 대개 8세 정도까지 현장에서 뛸 수 있음을 감안할 때, 세대 교체를 위한 구조견 양성이 시급한 상황인 것이다. 예컨대, 최근 세중과 천둥을 맞은 부산소방본부의 경우 그 전까지 ‘날쌘’과 ‘바람’ 구조견이 활동하고 있었지만, 이들은 각각 10살과 7살로 더 이상의 현장 출동이 힘겨운 상황이었다.

현광섭 훈련사는 “인명구조견은 사람보다 월등히 뛰어난 후각을 갖고 있어 재난 현장에서 100명 이상의 역할을 한다”며 “각 지역별로 구조견이 상시대기 상태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 3마리 이상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앙119구조단의 인명구조 훈련견들
중앙119구조단의 인명구조 훈련견들

현재 중앙119구조단은 내년 대구에 ‘국가인명구조견훈련센터’를 완공해 매년 8마리 내외의 구조견을 시·도에 보급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우수 인력도 확보하고 시설도 30마리 이상을 양성할 수 있는 최신 견사 및 훈련시설을 갖춰 구조견 양성률도 높인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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