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대하사극 “천추태후”에서 생이별한 ‘강조’의 친동생으로 숭덕궁주를 구하다 최후를 맞이한 ‘강신’역의 민지오. 대의와 가족을 위해 초개처럼 목숨을 던진 그는 수십발의 화살을 맞고 안방극장을 떠났다. 죽음 직전 형에게 전할 말을 속옷에 피로 써내려가며 장렬한 최후를 맞이한 그를 시청자들은 잊지 못한다.

자신의 우스개말처럼 ‘최후 전문 배우’로 이름을 날리고 있지만 매력적인 캐릭터라면 단 한 씬의 촬영분량도 마다않는 그는 열정의 소유자다.

MBC “태왕사신기”에서도 ‘쇠두루’역으로 ‘담덕(배용준)을 대신해 최후의 죽음을 맞이했으니, 그의 우스개말이 그닥 틀려보이진 않는다. 묘하게도 그가 ’죽음‘으로 극을 떠날 때의 캐릭터들이 모두 ’정의의 편‘이었으니 ’죽어볼만한‘ 캐릭터였다고 너털웃음을 짓는 민지오.

하지만 이번엔 좀 오래 산다. 인간의 어긋난 욕심을 연기하는 민지오.

2009년 KBS “전설의 고향” 간판 테마인 “구미호(연출신현수/작가이은상)”에서 구미호 사냥꾼 대장역을 맡아 인간의 욕심을 한층 더 악랄하게 연기한 민지오는 드디어 정의로운 캐릭터로 일찍 죽는 대신 악당 캐릭터로 오래 사는 길을 택한 셈이다. 하나 뿐인 목숨을 내걸고 구미호 사냥하는 일에 이골이 난 억센 사내역의 민지오는 주인공과의 반대편에서 극의 긴장을 높이고 클라이막스로 치닫는 이야기 구성의 정점에 서있다.

인간 세상의 일그러진 욕심을 뛰어난 연기로 보여준 민지오는 촬영차 지방으로 가던 중 교통사고를 당했으나 후유증이 있는 줄도 모르고 촬영에 임했었다. 촬영이 끝난 후 한숨을 돌릴 때야 상처를 깨달고는 급히 병원을 찾은 그는 다행히 심각한 부상을 당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원치료를 받으면서 스탭들에게 그 일이 알려져 ‘연기가 마취제’라는 말과 함께 박수를 받은 그는 천성이 연기자다.

또한 ‘민지오’는 “태왕사신기”, “뉴하트”, “천추태후” 등 많지 않는 작품이지만 그가 연기한 캐릭터들은 임팩트가 강하고 입체적인 모습들을 갖고 있어 시청자들에게 쉽사리 잊혀지지 않는 배우로 거듭나고 있다. 이를 반증하듯 “천추태후”에서 강신이 최후를 맞이했던 회는 시청률이 19.6%를 기록함으로써 많은 시청자들이 민지오를 주목했다. 이번 “전설의 고향” 또한 민지오씨의 열연에 힘입어 높은 시청률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또 다른 모습을 준비 중인 ‘민지오’가 이번에 택한 것은 ‘영화’다. 전주영상위원회 인큐베이션 당선작품인 음악 영화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각본/감독 오정택)’에서 클래식에이전트 CEO로 여주인공의 비밀과 열쇠를 쥐고 있는 역을 맡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민지오의 연기 열정이 진득하게 묻어날 이 영화는 오는 2010년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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