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가리켜 흔히 문명의 이기라고 한다. 과거 같으면 어림도 없을 먼 거리를 요즘에는 하루에 다녀온다. 빨리만 서둘면 전국이 1일 생활권이다. 더 빠른 교통수단으로 기차가 있고, 그보다 빠른 게 비행기지만 그래도 대중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은 자동차다.
 
그 중에서도 버스는 서민들이 가장 애호하는 교통의 대종이다. 일반 승용차 보급이 많아져 어지간한 집안에 자동차 없는 집이 없게 되었다. 과거에 미국의 가정마다 자동차 한 두 대가 있다고 해서 놀란 일이 있었는데 우리나라가 그런 나라로 변했다.

그만큼 경제적으로 넉넉해 진 덕분인데 기름 한 방울 나오지 않는 나라에서 지나치게 낭비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다. 고속도로에 나가보면 무슨 차가 그렇게 많이 쏟아져 나오는지 정신을 차릴 수 없다. 그 넓고 긴 고속도로를 가득매운 자동차 행렬은 서로 먼저 가려고 경쟁을 하다보면 반드시 대형 사고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 사고를 막기 위해서 경찰에서는 곳곳에 자동감시 카메라를 설치하여 과속하는 차를 촬영한다. 고속도로에서 허용되는 속도는 보통 100km에서 110km다.

그러나 자동차는 밟으면 밟을수록 빨라진다. 자기도 모르게 훌쩍 제한속도를 뛰어 넘는다. 어김없이 딱지가 날라 오는데 변명의 여지가 없다. 벌과금을 물고라도 계속적으로 과속을 일삼는 상습자도 있다고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상습 체납자다. 아예 낼 생각을 하지 않으니까 벌과금 무서운 줄 모르고 과속을 하는 못된 버릇이 붙은 것이다. 과속차량이 내는 사고는 그 속도만큼 큰 사고로 연결된다. 이중 삼중 충돌이 아니라 수십중 충돌로 이어지고 인명피해도 크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 안전운전이 최고지만 이는 운전자뿐만 아니라 승객들도 협조해야만 한다. 시내버스에서 운전자를 때리는 승객의 모습이 간혹 CCTV에 찍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일이 고속버스에서 일어난다면 참으로 큰 사고로 연결될 수 있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대형버스는 승객을 전문적으로 실어 나르는 고속버스와 관광버스로 나뉜다. 버스 승객들도 흔한 자가용 승용차를 집에 두고 편안하게 여행하기 위해서 버스를 탄다. 옛날 같으면 고속도로가 텅 비어 있을 때가 많았지만 요즘에는 명절 때는 말할 나위도 없고 평일에도 고속도로가 만원이다.

빨리 달린다고 해서 고속도로인데 교통체증이 심할 때에는 아예 주차장처럼 서있을 때도 흔하다. 2시간이면 너끈하던 곳도 대여섯 시간 걸려야 한다. 이는 기름 소비, 시간 낭비 등등 피해가 막심하다.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적 피해도 크다.
 
고속도로를 관장하는 관계기관에서는 이를 조금이라도 개선하려고 경부선 상행선에 대형차량 전용차로제를 채택하고 있다. 승객을 태운 버스나 10인 이상의 승객이 탄 승합차가 이 차로를 이용할 수 있다. 간혹 얌체 차량이 끼어드는 수가 있는데 적발되면 벌과금이 많다.

대형차 전용차로제는 많은 운전자와 승객들에게 아주 좋은 평을 듣는다. 필자 역시 평소에도 전용차로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무리 많은 차량이 밀려도 버스만 타고 있으면 쌩쌩 달려갈 수 있어 기분이 상쾌하다. 그런데 엊그제 지리산 등반을 마치고 귀경길에 들어섰다가 깜짝 놀랐다. 전용차로에 승용차들이 가득 차 있다.
 
버스는 아예 앞으로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게 웬일일까. 전용차선에 들어선 승용차들이 벌과금도 무섭지 않은가. 그러나 이는 필자의 착각이었음을 나중에야 알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

우리가 타고 온 뉴스타 관광여행사의 이영민기사(010-5719-3009)에게 물어보니 오후 9시 이후에는 전용이 아니란다. 전용차선은 평일에는 오산에서 한남대교까지 운행하고,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신탄진에서 한남대교까지 운행한다는 것도 처음 들었다.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만 시행하는데 저녁9시로 제한한 것은 큰 잘못이라는 생각이 든다. 승용차는 아무리 늦은 시간이라도 자기 차니까 집에 돌아가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 그러나 버스 승객은 밤 12시가 넘으면 대개 대중교통이 끝난다.

특히 가장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지하철은 토․일요일의 경우 한 시간이 단축되어 아예 차 운행이 안 된다. 시내버스도 노선에 따라 운행시간이 늘어지거나 단축되어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일반 서민들의 귀가 편의를 도모하려면 고속도로의 버스전용차선은 24시간 고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것이 무리라면 적어도 밤 12시까지는 연장하여 서울시내의 지하철이나 시내버스가 끊어지기 전에 이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오후 9시 이후에는 전용차선이 아니기 때문에 수많은 버스들이 승용차에 치어 두 시간 이상 늦게 도착하게 되고 이로 인하여 할증료까지 물어가며 택시를 타는 불편을 겪는다. 이는 서민들의 편의를 도모한다는 전용차선제가 무위로 돌아가는 결과를 초래한다.
 
늦은 시간에 조금이라도 빨리 집에 돌아가야 하는 시민의 발걸음을 가볍게 할 수 있는 전용차로 시간 연장은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시민들의 편의도모를 위한 당국의 깊은 배려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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