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 자화상-- 늦깎이 취업에 이은 결혼·자녀양육·실직 위험

늦깎이 취업에 이은 결혼·자녀양육·실직위험…. 대한민국의 이른바 ‘3040’들이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맞춤형 소통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정부는 지난 11월 13일 김황식 총리 주관으로 3040세대와의 소통을 위해 30대의 비정규직 문제, 40대의 자녀교육 등 민생현안들을 정책에 적극 반영하기로 했다.


 

이른바 30~40대를 통칭하는 ‘3040’ 세대들은 늦깎이 취업, 무주택, 자녀양육, 실직 불안 등 ‘생존’과 관련한 고민들로 가득하다.

30대는 ‘삼초땡(30대 초반이면 명예퇴직 생각해야 한다)’이라는 경쟁과 대출금·집값·전세금 문제 등으로 불안하다.

40대 역시 과거에는 ‘중견(中堅)’이라는 말을 듣던 안정된 세대였지만, 지금은 언제 직장에서 잘릴지 모른다는 불안과 자녀교육·노후(老後)에 대한 불안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삼초땡’이 현실적 모습이 되고 있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현재 고용 중인 30대 취업자들이 여타 연령대에 비해 매우 빠른 속도로 퇴출당해 2월 중 30대의 고용률은 70.7퍼센트로 통계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실업자 또한 30대가 지난 2월 22만9천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3만7천명(19.3퍼센트) 늘었다. 이는 20대 실업자 증가율 12.4퍼센트를 넘어서는 수치다.

30대 노총각 “결혼 생각하면 답이 쉽게 안 나와”

중소 정보기술회사에 다니는 양모(35)씨는 미혼이다.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갖고 있지만 좀 더 깊이 생각을 할라치면 머리부터 아파온다.

“결혼 비용, 양육 비용, 사교육비…. 이런 신문 기사들을 보면 숨이 덜컥 막힌다. 아이 낳을 생각을 하면 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는 게 양씨의 말이다.

아이 사교육비로 부모 등골이 휜다지만, 학원을 적게 보내거나 안 보내면 되지 않겠나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지금으로선 자식이 외로운 삶을 걷게 할 용기가 있을 것 같지만, 막상 결혼하고 그 상황이 되면 ‘나만 빠질수 있을까’란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양씨는 짬짬이 시간을 내 7년째 방송통신대 컴퓨터과학과를 다니고 있다. 대기업 과장급인 또래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적지 않은 연봉을 받는다.

그러나 서울 은평구의 전세 보증금 5천만원짜리 집에서 시간강사 친구와 ‘동거’하고 있다. 더 큰 집에서 살 수도 있지만, 다른 업종에 비해 직업수명이 짧은 편인 IT업계의 특성상 덜컥 그럴 수는 없다고 했다.

양씨는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후보를 찍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박원순, 안철수에게 거는 판타지가 있다”면서 “이 사람들마저 실패하면 대안이 없다는 절망감마저 든다”고 했다.

‘하우스푸어’들의 고민에 집 구입 망설여

회사원 조모(34)씨는 “맞벌이를 하는데 13개월 된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 아내가 아이 때문에 휴가를 냈다가 대리 승진에서 탈락하고 울었다”며 “‘아이 키우는 걱정 없애주겠다’고 말하더니 도대체 이게 뭐냐”고 했다.

인천의 아파트를 전세 주고 서울 은평구 빌라에 전세 살고 있는 강모(47)씨는 “인천의 전셋값은 그대로인데, 서울의 전셋값은 올라 최근에 5천만원을 대출받았다”며 “인천의 아파트만 팔렸으면 빚은 안 지는데, 손해를 보고 팔려고 해도 매수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이렇듯 최근 전세대란도 미래에 대한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서울서 10년째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김모(35)씨는 최근 결혼을 앞두고 집을 사야 할지 말지 망설이고 있다.

지금까지 모은 돈은 8천만원가량. 5천만~1억원을 대출받으면 서울 외곽에서 빌라를 사거나 소형 평수의 아파트 전세 정도는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은 소위 `‘더블딥’ 현상으로 시름시름 앓고 있는 형국이다. 집값은 떨어지는 반면, 전셋값은 치솟고 있어 빚을 내 집을 산 소위 `‘하우스푸어’들과 무주택자 모두 이자 부담에 힘겨워하고 있다.

한국의 40대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가는 세대다. ‘사오정(45세에 정년퇴직)’이라는 유행어가 상징하듯 은퇴연령이 낮아지면서 50대가 아닌 40대가 경제활동의 중심에 서게 됐고, 소득도 50대를 앞섰다.

하지만 40대는 본격적으로 집 장만에 나설 때이자 자녀양육부담 또한 가장 크기 때문에 지출이 가장 많은 연령대에 속한다.

과거에는 40대 때 열심히 벌어 내 집 장만과 자녀양육을 마무리한 뒤 50대에 높은 소득과 줄어든 소비로 노후를 대비하는 ‘은퇴 플랜’이 가능했다.

하지만, 요즘은 노후 준비 자체가 불가능해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40대가 노후에 절대적, 상대적 빈곤감을 가장 많이 느끼는 세대가 될 개연성이 높다는 얘기다.

대구에서 폐기물처리업체에 다니는 서모(43)씨는 8년 전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저축을 중단했다.

“노후 준비요? 아예 생각도 못합니다. 벌이는 뻔한데 아이 교육비에, 생활비에…. 월급 2백50만원으로는 적자인 달이 더 많아요.”

사교육비와 학교 등록금, 급식비, 통신비 등 아들에게 들어가는 양육비가 월 1백만원을 훌쩍 넘기 때문이다. 문제는 서씨의 소득이 앞으로 크게 늘어날 것 같지 않다는 점에 있다.

그는 20대 때 직장을 다니다가 자영업으로 방향을 틀어 2년 전까지 식당을 운영했다. 불황으로 식당을 폐업하고 어렵사리 재취직한 곳이 현재의 폐기물처리업체. 서씨는 직장 경험이 많지 않은 자신이 50대가 된다 해도 임원 자리에 올라 높은 연봉을 받기는 힘들 것이라고 체념한다.

아이들 사교육비 등 쓸 곳 더 많아

40대가 소득 대비 저축률이 가장 낮은 이유는 부동산 가격 상승과 교육비 부담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통계청과 한국은행, 국민은행에 따르면 40대의 월평균 소득은 2000년 2백23만9천6백35원에서 2010년 3백75만5천5백44원으로 67.7퍼센트 상승했다.

하지만 이 기간 주택가격지수는 69.5퍼센트 올랐고, 가계부채는 2백85퍼센트 급증했다.

또 지난해 40대의 자녀양육비 월 지출액은 1백8만9천3백71원으로 가장 많았다. 2000년에도 자녀양육비 지출이 가장 높은 세대가 40대였지만 소득이 67.7퍼센트 늘어나는 동안 자녀양육비는 70.7퍼센트나 증가해 부담이 더 커졌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치르면서 정부가 대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김황식 총리는 11월 13일 2040세대와의 소통을 위한 국무위원 간담회를 마련하고,

“진정성 있는 자세로 2040세대와 눈높이 맞춤형 소통을 통해 국민과 함께 하는 정책 신뢰 회복이 급선무”라며 “부처별로 20대는 일자리, 30대는 비정규직, 40대는 자녀교육 등 관심분야를 정책에 반영하는 대국민 소통 강화 방안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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