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인 87만명 ‘위기’ 진단…정상적인 성장과 생활 도와야

한국청소년상담원은 지난해 전체 청소년의 약 17퍼센트인 87만명을 위기청소년으로 규정했다. 위기청소년은 가정 여건 등의 위기요인으로 인해 정상적인 성장과 생활이 어려운 청소년을 말한다. 따돌림과 같은 학교폭력 피해를 입은 청소년도 다섯 명 중 한 명 꼴이다. 청소년들이 다시 따뜻한 학교와 가정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

 
‘빵셔틀’, ‘가방셔틀’. 기성세대에게는 낯선 이 단어들이 청소년들에게는 익숙하다. 빵셔틀이란 중·고등학교에서 힘센 학생들의 강요에 의해 그들에게 빵이나 과자 등을 대신 사다 주는 것을 말한다. 가방셔틀은 물론 가방을 대신 들어 주는 것이다. 그런데 청소년폭력예방재단에서 2009년 11월부터 2010년 1월까지 실시한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의하면, 청소년의 절반 이상은 이런 ‘빵셔틀’, ‘가방셔틀’을 학교폭력으로 보지 않는다고 한다.

서울 동작구에서 중학교에 다니고 있는 이가현(15)양은 “주변에서 빵셔틀을 하는 친구들을 쉽게 볼 수 있다”며 “대부분의 친구들이 빵셔틀을 가벼운 심부름쯤으로 여기면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교폭력이 학생들 사이에 얼마나 내재화돼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 청소년 3천5백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자의 11.7퍼센트(4백15명)가 ‘자살 충동’과 ‘등교거부 충동’을 느꼈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학교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대답한 청소년은 전체의 22.7퍼센트에 달했고, 가해 경험이 있다고 말한 청소년도 20.9퍼센트나 됐다.

외부인 학교출입 통제… ‘학교 보안관’도 배치

더욱 놀라운 것은 피해자 중 절반이 넘는 53.6퍼센트가 초등학교 때 이미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학교폭력은 점차 가해자와 피해자의 연령이 낮아지는 ‘저연령화’, 가해자가 두 명 이상인 ‘집단화’의 특성을 보이고 있다.

외부인의 학생에 대한 폭력도 심각한 문제 중 하나다. 아동 대상 성폭력 사건이 증가하면서, 학생간 폭력뿐 아니라 성인에 의한 학생 성폭력도 학교폭력의 범주에 포함된다. 이에 정부는 학교장이 고용하는 자원봉사 경비인력인 ‘배움터지킴이’와 전문 용역업체의 ‘학교보안관’과 같은 민간 경비인력을 투입해 학교폭력 예방에 힘쓰고 있다. 현재 서울시내 국·공립초등학교 5백51곳에는 학교별로 두 명의 학교보안관이 배치돼 있다.

외부인의 학교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출입 방문증을 발급하는 제도도 도입됐다. 신분증을 패용하지 않은 사람이 학교에 무단으로 출입했을 경우 학생은 교직원에게 즉각 신고하고, 교직원은 상황에 따라 신분 확인 등의 절차를 밟을 수 있다. 또 올해 말까지 모든 학교에 CCTV를 설치해 학교 내 학생 안전 사각지대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한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교보안관이 등교하는 어린이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학교보안관은 서울시내 국·공립초등학교 5백51곳에 배치돼 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교보안관이 등교하는 어린이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학교보안관은 서울시내 국·공립초등학교 5백51곳에 배치돼 있다.

학교폭력 피해·가해 학생은 ‘Wee(We+education, We+emotion의 합성어) 프로젝트’를 통해 상담과 치료를 받을 수 있다. ‘Wee 프로젝트’는 학교안전통합시스템 구축을 통해 학교부적응 학생을 지원한다.

1차 안전망(Wee 클래스·단위학교), 2차 안전망(Wee 센터·교육지원청), 3차 안전망(Wee 스쿨·시도교육청)으로 구성되며, 위기학생을 조기에 발견하고 상담·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현재 전국 학교의 ‘Wee 클래스’는 3천1백70개, 교육지원청 단위의 ‘Wee 센터’는 1백26개에 달한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고위기 학생에 대해서는 기숙형 대안학교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Wee 스쿨’을 운영한다. 현재 Wee 스쿨은 전국에 7곳이 있다.

‘Wee 프로젝트’는 가정생활에서 안정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가출청소년들에게도 도움을 준다. 가출청소년의 경우 학교 안에서는 Wee 클래스·센터·스쿨로 연계되는 3단계 학교안전통합시스템을 통해 보호를 받고, 학교 밖에서는 지역사회청소년통합지원체계(CYS-Net·Community Youth Safety-Net) 중심의 지원을 받는다.

지역사회청소년통합지원체계는 위기청소년에 대한 상담·보호·의료 등 통합적 지원을 위하여 청소년상담지원센터를 중심으로 학교, 병원, 경찰서 등 관련 기관들로 구축된 연계망을 말한다. 현재 전국 83개인 청소년쉼터의 수도 내년까지 92개소로 늘릴 전망이다.

3단계 안전망 ‘Wee 프로젝트’ 본격 가동

정부는 또 가출청소년 밀집지역에 대한 집중적 수색을 실시하고 있으며, 위기청소년 지원을 위해 2013년까지 모든 시·군·구에 청소년상담지원센터를 확대 설치할 예정이다. 2013년까지 청소년상담지원센터는 2백46개가 설립된다.

상담을 원하는 청소년들은 무료전화(1388), 문자(#1388), 인터넷(Cyber1388.kr), 앱(1388App.) 등 다양한 접근경로를 통해서도 센터와 접촉할 수 있다.

여성가족부는 매년 정기적으로 가출청소년 구호를 위한 아웃리치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아웃리치’는 가출청소년을 조기에 발견해 가정에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가출청소년 구호활동으로, 대도시 30개 지역에서 심야시간대(22:00~02:00)에 집중적으로 진행된다.

여성가족부 김봉호 청소년보호점검팀장은 “전문기관과 연계한 가출청소년 아웃리치 활동을 강화해, 가출청소년을 조기에 발견하고 그들을 가정으로 복귀시킬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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