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의정서에 따른 선진국들의 온실가스 감축 의무시한인 2012년 말을 3년여 앞두고, 2013년 이후의 글로벌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협상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많은 경우 포스트-교토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을 전망하곤 한다. 협상에 참여하는 192개국이 모두 협상 전략이 상이하고, 그 결과 이들간의 공통분모를 발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사실에 주목하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 각국은 이미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각국 정부의 의지가 훨씬 약했었던 지난 교토 협상에서도 선진국들의 감축의무 설정이라는 결론을 이끌어 낸 바 있다.

이 글에서는 포스트-교토 협상에 대한 간략한 소개에 이어 포스트-교토 협상을 성공시키기 위한 주요국들의 전략을 중심으로 협상 성공 가능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유럽연합, 미국, 중국이 중심이 된 이번 협상에서 유럽연합은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높은 기준을 선언하여 스스로 퇴로를 차단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미국과 중국은 각각 여타 선진국과 개도국을 대변하며 동시에 적절한 감축과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된 시장에서의 지위를 확보하려 하고 있다. 오는 12월 코펜하겐에서 이루어질 포스트-교토 협상에 참여하는 우리에게도 최적의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Ⅰ. 포스트-교토(Post-Kyoto) 협상의 의미

포스트-교토 협상이란

지난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 인류는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지구상에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였고, 그 결과 지구 온난화의 90%가 인류의 화석연료 사용에 의한 결과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인위적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온난화의 피해를 막기 위한 전 지구 차원의 협력은 이미 40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1972년 최초의 UN 환경회의가 개최되었으며, 본격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글로벌 협정은 1992년 6월 이른바 ‘지구 정상회의(Earth Summit)’로 불리는 리우 데 자네이루 협약를 통해 시작되었다. 이 기후변화협약(the UN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에는 154개국이 참여하였고, 1994년 3월 협약으로 공식 발효되었다.

기후변화협약의 구체적 이행을 위해 1997년 교토에서 이른바 ‘교토 의정서(Kyoto Protocol)’가 채택되어 온실가스 배출기준 산정시점을 1990년으로 정하고, 2012년까지 선진국들이 온실가스를 평균 5.2%를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하게 되었다. 교토 의정서에는 모두 182개국이 참여하였으며, 이 가운데 37개 선진국과 유럽연합이 국별 감축의무를 부여 받았다. 당시 미국이 교토 의정서에 대한 최종 비준을 거부하였지만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 55% 이상을 차지하는 55개국 이상의 비준을 거처 2004년 11월 마침내 발효되었다.

그런데 이 ‘교토 의정서’에 따른 기후변화협약 이행 합의안이 2012년이면 종료된다. 이를 새로이 논의하기 위한 협상이 오는 2009년 12월 코펜하겐에서 개최될 이른바 ‘포스트-교토’ 협상인 것이다. 교토 회의에서 2012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구체적 노력이 결정되었다면 이번 코펜하겐 회의에서는 최소한 2020년까지, 그리고 추가적으로 그 이후 2050년까지의 시기를 포괄하는 협상이 이루어지는데, 21세기 최대의 글로벌 아젠다로 부상한 온실가스 감축 논의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 선진국, 개도국 모두가 참여하는 최초의 협상이 될 전망이다.

이제 협상의 시한은 3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3개월 후면 글로벌한 초미의 과제인 온실가스 문제에 대한 해결의 매듭이 풀릴 것인지, 아니면 협상 타결 연기로 몇년간의 세월을 더 낭비하게 될 것인지, 혹은 최악의 경우 협상이 무산되고 지금과 같은 온실가스의 지속적인 증가가 이루어져 세계 각국은 21세기 전반에 걸쳐 GDP의 5~20%를 줄이는 수준의 환경비용을 치루게 될 것(2006년 스턴 보고서 추정)인지가 판가름 나게 될 것이다.

Ⅱ. 포스트-교토 협상의 주요 쟁점

선진국과 개도국간 감축의무를 둘러싼 공방가열

포스트-교토 협상에서는 교토 의정서에서와는 달리 개도국까지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참여하느냐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온실가스 감축의 근본적인 목표는 금세기 말까지 지구 온도 상승을 평균 2℃로 제한하는 것이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선진국들의 온실가스 감축 외에도 최근 급격하게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나고 있는 개도국들의 배출 감축을 위한 구체적 목표와 계획 또한 절실히 요구되기 때문이다.

미국, EU 등 선진국들은 개도국들의 실효성 있는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1990년 이후 지금까지 중국 178%, 인도 125%, 이란 158%, 사우디아라비아 103% 등 전세계 평균 39%를 훨씬 웃도는 배출량 증가가 있었던 만큼, 개도국들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달성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개도국들은 선진국들이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역사적 책임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교토 협약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의무 이행을 이루지 못한 많은 선진국들이 온실가스 감축에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1850년에서 2002년까지의 누적 온실가스 배출량을 살펴보면 선진국들이 76%, 개도국이 24%의 온실가스를 배출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누적기준으로 전체 배출량의 3/4을 넘어서는 온실가스를 배출한 선진국들이 더 큰 감축의무를 가져야 한다는 점에 다수 개도국들의 공감대가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선진국과 개도국을 나누는 기준

선진국과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 의무 수준이 달라져야 한다면 선진국과 개도국은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나뉘는 것인가? 일반적인 국제 협상에서는 OECD 참가국들이 선진국으로, 나머지 국가들이 개도국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온실가스 협상에는 다른 틀이 사용되어 왔다. 협정 당시에는 OECD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참여국(부속서 I 국이라 표현)이 결정되었다. 하지만 현재는 이들 국가 가운데에 미국이 부속서 비준을 거부하고 유럽연합이 27개국으로 확장되어 모두 포함되는 등 변화가 있었으며, 그 사이 한국과 멕시코는 새롭게 OECD에 가입한 바 있다.

이러한 현실들을 모두 고려하여 지난 2007년 12월 개최된 발리 로드맵에서는 공식적으로 협상을 두 개의 틀로 나누어 진행하기로 하였다. 즉 모두가 부담을 느끼는 새로운 틀을 만드는 대신 기존 틀을 그대로 유지하여 교토 의정서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직접 선언했던 선진국 중심의 논의 틀과 선진국, 개도국 모두가 참여하는 또 하나의 작업반을 만들어 협의를 진행시키기로 한 것이다. 그 결과 선진국들이 중심이 되어 과거 부속서 I (Annex I) 국가의 의무부담을 새롭게 논의하는 틀(AWG-KP, Ad hoc Working Group on further commitments for Annex I Parties under the Kyoto Protocol)과 선진국, 개도국 모두가 참여하여 전지구적 온실가스 감축 및 재정·기술지원 방안을 논의 하는 틀(AWG-LCA, Ad hoc Working Group on Long-term Cooperative Action under the Convention)로 협의가 진행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협상의 틀은 불명확한 국별 구분과 너무 많은 협상 참가자로 인해 주요 협상 파트너들의 대화가 진행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실제로 선진국들의 협상이 주로 이루어져야 하는 AWG-KP에서는 미국이 포함되어 있지 않고, 협상 주요 참가자들이 논의에 끌어들이고자 하는 한국, 멕시코 등의 선진 개도국도 포함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AWG-LCA에서는 선진국과 개도국의 의무 분담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하는 틀이어서 미국과 한국 등이 유럽이나 일본과 직접적인 논의를 진행시키기 어렵게 되어 있다.

이에 따라 논의는 형식적으로는 AWG-KP와 AWG-LCA로 나누어진 틀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선진국 내의 의무분담과 개도국과 선진국의 온실가스 삭감을 위한 틀을 만드는 방식으로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2008년 일본 도야코, 2009년 이탈리아 아퀼라 등에서 개최된 선진국들의 모임인 G8 정상회의에서 한국, 중국, 인도, 브라질, 멕시코 등 온실가스 다배출국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포스트 교토 협상을 준비한 것을 들 수 있고, 이번 9월에 UN에서 미국, 중국 등 세계 각국 정상이 모이는 기후변화 정상회의 또한 협상 진전에 중요한 전환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와 같은 논의에서는 실질적으로 부속서 I 국에 미국 등을 포함하여 주로 선진국으로 지칭하고 한국,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을 선진개도국, 나머지 국가들을 개도국으로 칭하기도 하는 등 공식 협상 작업반 구분과는 다른 틀에서 실질적인 의무 분담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실질적인 온실가스 배출과 관련해서 협상의 주요 당사자를 살펴보면 우선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이 2008년 현재 가장 큰 배출을 하고 있는 당사자로 전체 배출의 56.5%를 차지하는 협상의 최대 당사자라고 할 수 있다. 교토 의정서 당시의 비준 기준의 하나인 배출량 55%를 넘어서는 것이다. 여기에 러시아와 인도가 포함되면 66.4%, 일본과 한국, 캐나다가 포함되면 75%로 전체 배출의 3/4를 차지하게 된다. 이와 같이 전체 15개국의 다배출 국가들에서 전체 온실가스의 85%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중, 미, 유럽연합의 핵심 3개국간의 논의가 중요하다. 이들 국가들 차원에서의 협의가 이루어지면 과거 교토 의정서 비준의 경험에서 볼 때, 비준을 위한 기본 조건이 상당부분 충족되며, 이 협상구도에서는 개도국은 중국이, 선진국은 미국과 유럽연합이 대표하는 구도가 된다.

Ⅲ. 주요국의 온실가스 감축 협상 전략

다음으로 유럽연합, 미국, 중국의 3개 주요 협상 대상자들이 포스트-교토 협약을 성공시키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 전략을 살펴보자. 먼저 유럽연합의 경우 다른 국가들에 앞서 자신의 전략을 공표하고 퇴로를 스스로 차단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에 대응해 미국과 중국은 각자의 신재생에너지 시장에서의 높은 잠재력을 내세워 향후 협상에서의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1. 유럽연합의 확언 전략(Strategic commitment)

유럽은 이른바 확언 전략(Strategic commitment: 전략적 확언(確言), 전략 결행 혹은 자박(自縛) 전략)을 선택하였다. 즉, 유럽연합의 전략은 남들보다 앞서 상당히 높은 수준의 포스트-교토 목표를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것으로 집약할 수 있다. 유럽연합의 포스트-교토 목표는 잘 알려진 대로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20% 감축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과거 교토 협약에서 미국, 일본을 넘어서는 8%의 감축을 공언한 바 있는 유럽연합은, 이번 2012년 이후의 목표에서도 다른 선진국들보다 높은 수준의 목표를 제시함으로써 여타 협상 당사자들을 공세적으로 견인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유럽연합에서는 다른 선진국들이 자신들의 목표에 상응하는 온실가스 감축을 약속할 경우 1990년 대비 30% 감축으로 목표수준을 추가 상향조정할 수도 있음을 공언한 바 있다.

유럽의 목표는 두 가지 측면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한가지는 전략적 확언을 통해 유럽이 환경분야에서 다른 국가들을 선도하려는 기존의 전략을 고수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유럽 연합 내에서 부상하고 있는 다양한 환경관련 산업분야에 장기적인 성장목표를 안정적으로 약속하는 효과를 가진다. 배출권 거래제 등 역내에서 성장하고 있는 다양한 신성장 산업들을 위해 최소한 유럽연합 내에서라도 장기적인 성장 목표 설정이 가능하도록 전망의 근거를 제공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대외적으로는 유럽의 감축목표가 다른 국가들의 감축목표 설정을 위한 유력한 참고기준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다른 선진국들이 상응하는 온실가스 감축을 실행할 경우에는 유럽연합이 1990년 대비 30% 감축을 이행하겠다는 한 차원 더 높은 감축 목표를 제시함으로써 다른 국가들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설정 수준을 과감히 끌어올리도록 유인하는 것이다.

유럽의 전략은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글로벌 합의 준수와 친환경 산업을 통한 성장이라는 두 가지 목표에 모두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은 이미 교토 협약시기의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의무를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온실가스 감축과 친환경 산업에서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일정한 성공을 거두었다. 유럽연합은 다음 온실가스 협상에서도 교토 협상의 틀이 유지되어 온난화의 피해를 방지하면서 배출권 시장 등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된 시장을 보존하는 구체적인 성과를 목표로 하는 것이다. 다만 유럽연합의 이러한 확언전략 방식은 추후 협상의 진행과정에서 국제사회에 추가적으로 제안할 협상카드 마련이 쉽지 않은 단점이 있다. 유럽연합 측에서는 추가적인 협상카드로 개도국에 대한 금융 및 기술지원, 산림보전에 의한 온실가스 감축분인정 및 유럽 배출권거래제 경매수익의 개도국 배분 등이 논의되고 있다.

2. 미국과 중국의 동반 전략

미국과 중국은 유럽연합의 전략과는 상반된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유럽이 전략 선도자의 입장을 이용한 확언 전략을 사용하여 전체 시장을 이끌어 나가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면 미국과 중국은 ‘전략적 추종자(strategic follower)’의 입장에서 온실가스 관련 시장을 나누어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과거 온실가스 변화에 따른 국제 공조의 움직임에 대해 상호 비방과 비토 전략을 통해 개별적으로 대응해 왔다. 미국과 중국은 서로 상대방이 온실가스를 감축하지 않을 경우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없다는 전략으로 국제사회에 온실가스 감축을 거부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양국 상호간 공동 대응에 의해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국제적 명분과 자국의 온실가스 관련 산업 발전이라는 실리를 동시에 추구하려는 움직임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편으로는 지금까지의 비토 전략에 따라 유럽 국가들에게 시장 선도자의 지위를 빼앗긴 것에 대한 반성의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실제로 2008년 현재 전세계 배출권 거래에서 호주, 캐나다, 미국의 시장점유율은 17%에 머물러 있는 등 시장의 주도권을 차지하고 있는 유럽연합의 기세에 크게 밀려있는 상황
이다. 하지만 최근 자국내 신재생에너지 관련 투자를 대대적으로 확대해 가고 있는 미국과 중국은 배출권 거래 등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된 시장기회를 방치하기 보다는 유럽연합의 시장기회 독점을 견제하는 암묵적 시장 동반자로 협력할 때 향후 더 큰 이익을 취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미 유럽연합이 상당한 감축목표를 선언한 바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감축목표를 제시하게 될 미국과 중국은 협상의 진행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된 새로운 시장기회를 키우는 동시에 자국 산업의 발전을 위한 시간까지도 확보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전략에서도 미국과 중국은 각각 선진국과 개도국이라는 상이한 입장에서 협상에 임하게 될 것이다.

또한 이미 미국과 중국은 신재생에너지 시장의 각각의 관심 분야에서 상당 부문 시장 확대를 경험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자국내 신재생에너지 부문에 대한 투자 및 세제혜택을 집중하고 있어, 신재생에너지 부문의 급격한 시장확대가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것처럼 각 신시장의 핵심 부품이나 특허, 그리고 서비스 사업시장 등의 부문에서 이미 온실가스 시장을 적극적으로 육성해 온 유럽에 많이 뒤져있는 상황인 만큼, 단순한 시장의 확대는 자칫 유럽 주도의 시장 고착화라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글로벌 시장의 확대를 위한 노력과 자국 시장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동시에 필요한 것이다. 이런 공통된 이해관계가 미국과 중국간 전략적 협조를 이끌어 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협조는 지난 1년 6개월간의 협상에 따른 결과물로서, 이르면 2009년 가을 양국의 공통안이 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7년 중국측에서 미국과의 공동노력에 대한 관심을 표명한 이후, 양국간 기술 협력을 통해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을 20% 감축하며, 추가적으로 온실가스 포집 및 저장 기술 개발을 통해 감축을 늘리기로 하였다. 여기에다 미국 에너지 장관이 중국을 방문하여 공동 에너지 연구 센터 건립 등을 합의한 바 있다. 미국과 중국은 석탄 의존도가 높은(미국은 에너지 수요의 22%, 전기 생산의 49%, 중국은 에너지 수요의 약 2/3, 전기생산의 80%를 석탄에 의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며, 각자 자국내의 시장 확대를 통해 글로벌 플레이어들을 육성한다는 동일한 전략적 목표를 갖고있는 만큼, 글로벌 온실가스 감축 논의와 관련한 양국의 협력적 관계 설정은 중요한 전략적 시사점을 가지고 있다. 그 동안 수 차례의 전략적 대화를 통해 다양한 글로벌 이슈에 접근해온 중국과 미국이 온실가스 감축 부문에서도 더 이상 제시할 방안이 남아있지 않은 유럽연합을 대신하여 상호 공조하에 전지구적인 논의를 주도할 수 있는 모멘텀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양국은 서로간의 온실가스 감축을 자국 온실가스 감축의 조건으로 제시하거나 상대방의 보다 높은 감축기준 설정을 요구하는 대신 양국의 신재생에너지 시장에서의 협력과 코펜하겐 포스트-교토 협상에서의 공조를 약속하고 있다.

① 미국의 전략 : 온실가스 감축을 부담이 아닌 기회로

미국은 과거 교토 의정서 상의 7% 감축의무를 자국 내에서의 비준 거부를 통해 일방적으로 거부한 바 있다. 부시 행정부 시기의 미국 공식 입장은 온실가스 협상에 대한 비토 전략이었다. 미국은 이 전략에 따라 온실가스 최대 배출국임에도 불구하고 각종 회의에서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구체적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국제사회가 합의한 보편적 논의의 틀이 아닌 자국 중심의 새로운 틀을 제시하는 등 독자노선을 선택한 바 있다. 실제로 미국은 교토 협약에서 합의된 온실가스의 절대량 감축을 거부하고 아태기후변화파트너십(APP)와 같은 협력체를 통해 집약도 방식의 온실가스 감축과 같은 자국에 유리한 방식을 제안하기도 하였다. 절대량 방식의 감축은 1990년 대비 2020년 20% 감축과 같이 온실가스의 절대량을 특정 기준년에 대비하여 감축하는 방식인 반면 집약도 방식의 온실가스 감축은 GDP로 대표되는 경제 성장에 비례하여 온실가스 감축을 수행하자는 논의이다. 이러한 방식의 온실가스 감축은 특히 경제성장이 빠르게 이루어지는 국가에서 유리한 것으로 평가되며, 미국은 2030년까지 25%의 에너지 집약도 개선을 약속한 바 있었다.

하지만 미국도 이번 협상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전향적 온실가스 감축 의지를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어 2013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글로벌 협약의 성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경우 과거 부시 행정부와는 달리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한 미래세대와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에 분명한 의지를 표시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하원을 통과한 Waxman-Markey 법안(The American Clean Energy and Security Act)은 2020년까지 2005년 대비 17%, 2050년까지 83%의 온실가스 감축, 연방정부 차원의 전국적 연비규정 제정과 자동차 환경기준 강화 등 온실가스의 실질적인 감축을 위한 목표와 수단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기후변화 협상의 근거로 작용하고 있는 발리 로드맵을 수용하는 등 전체적으로 지난 정부와는 다른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미국이 최근 통과한 Waxman-Markey 법안에서 국별 온실가스 감축 여부와 온실가스 다배출 상품에 대한 이른바 국경세 조치(온실가스 협약을 수용하지 않은 나라에서 수출하는 온실가스 다배출 상품에 대한 수입관세)를 포괄한 것은 향후 미국의 온실가스 감축 협상 자세와 관련한 중요한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유럽연합 내에서도 다양한 국경조치가 아직 논의되는 상황인 만큼, 미국이 국경세 카드를 들고나온 것은 이번 포스트-교토 협상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국가들에 대한 중대한 압력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미국의 이러한 신속한 입장의 변화에는 크게 두 가지의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가지는 실질적인 온실가스 증가로 인한 위협요인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13개 정부기관과 주요 연구단체들이 연합으로 작성한 최근의 미국 정부 공식 보고서에 따르면 온실가스 증가는 미국 전역에 폭염, 폭우, 수확감소, 해양환경변화, 대형 산불 등을 유발하고 이에 따른 인프라 시스템의 위협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이러한 요인은 유럽에서도 온실가스 증가와 관련해 일반적으로 제기하는 지구 생태계와 경제 시스템의 안전성에 대한 위협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한가지 요인으로는 미국이 온실가스 증가를 안보에 대한 위협 요인으로 보게되었다는 점이다. 2009년 미국 국가안보국(NIC)에서는 각지역별 국별 보고서를 통해 온실가스 증가가 어떠한 안보상의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는지를 점검하기 시작하였다. 예를 들어 인도와 방글라데시 지역에서 기후변화에 의한 몬순 악화나 만년설해빙에 의한 피해가 해당 지역 안보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가를 분석하기 시작한 것이다. 과거의 부시 행정부 시기의 에너지 안보 중심에서 에너지와 기후변화 모두를 고려하는 보다 종합적인 방식으로 오바마 행정부의 안보 관점이 변화한 것이다.

미국은 온실가스 변화를 위협의 증가로 인식하는 동시에 성장의 기회로도 인식하고 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녹색 산업 분야를 통한 고용과 경제성장을 모색하기 시작하면서 보다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응의 필요성이 더 한층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② 중국의 입장: 집약도 방식을 통한 부담 경감

온실가스 감축 문제와 관련해 중국이 대외적으로 가장 강조하는 것은 전반적으로 개도국들이 주장하는 “공통의, 그러나 차별화된(common but differentiated)” 책임 원칙이다. 전지구적인 환경 이슈에 대응해 모든 국가가 공통적으로 환경보호의 의무(duty)를 부담하되, 국가별 경제상황과 해결 능력, 환경문제에 대한 역사적인 원인제공 정도에 따라 차별화된 책임(differentiated Responsibility)을 진다는 원칙이다. 이에 따라 개도국들은 자국의 일인당 온실가스 배출이 선진국에 비해 월등하게 낮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입장은 일반적인 여타 개도국들과는 입장이 다르다. 중국은 최근 들어 다양한 보고서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에서 집약도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을 훨씬 뛰어넘는 경제성장을 이룰 경우 높은 경제성장과 상대적으로 낮은 온실가스 배출증가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는 논리의 틀을 국제사회에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집약도 방식은 앞서 부시행정부 시절 미국이 주장했던 것으로 지금은 중국이 자국이해득실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중국은 집약도 방식에 따르게 될 경
우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도 현재 수준보다도 늘어날 수 있게된다. 반면에 많은 저개발 개도국들과 인도에서 원하고 있는 C&C 방식에 따르면 중국과 미국, 유럽의 온실가스 배출 허용비중은 장기적으로 현재 수준에 못 미치게 됨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전략에 따르면, 중국은 단순한 개도국 지위에 머물기 보다 온실가스 산업에서 더 큰 성장의 기회를 찾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원의 해외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최근 중국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미 여러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투자를 지속해 나가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부분의 산업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점차이 부문 산업 발전에 대한 자신감도 커지고 있다. 중국은 2009년 3월 중국과학원 명의의 ‘2009 중국 지속가능발전전략보고서’에서 저탄소 경제를 위한 전략적 목표와 방침을 제시한 바 있는데, 2020년까지 GDP의 단위당 CO2 배출량을 50% 감축한다는 목표를 설정하였다. 이 보고서에서는 국제적인 자금 및 기술지원이 있을 경우 2040년경에는 온실가스 배출이 정점에 달하고 이후부터 온실가스 감축이 실제로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그런데 최근 중국 정부에서는 좀 더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내세우고 협상에서 이를 바탕으로 전향적으로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앞서의 보고서가 나온지 6개월이 채 안되어 국제사회에 2030년 이후로 온실가스의 실질적 감축을 시작할 수 있다는 새로운 보고서(중국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2050년 중국의 에너지 및 이산화탄소 배출량’)를 통해 더욱 전향적인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는 탄소세 도입 등의 조치를 통해 2010년 탄소 톤당 100위안, 2030년 200위안의 세금을 부과하면 온실가스를 BAU(Business As Usual, 기준 성장) 시나리오 대비 24%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 여타 주요국 및 개도국의 입장

이들 국가를 제외하고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들의 입장을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선진국 가운데에서는 호주, 노르웨이, 일본 등을 들 수 있다. 호주와 노르웨이와 같은 경우는 유럽연합과 같이 적극적인 감축 의지를 내세우고 있다. 반면 일본의 경우에는 교토 협상에서 자신들의 전략이 보다 유연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는 입장이어서 포스트-교토 협상에 대한 거리를 유지하려고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한국의 선진국 대우 혹은 이에 준하는 의무 부여에 적극적으로 입장을 개진하고 있다. 하지만 교토의정서의 주최국이었던 일본이 포스트-교토 협상 자체에 대한 비토를 내세우는 것은 아니다. 이번 총선에서 승리한 일본 민주당의 경우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25% 감축안을 내세우고 있어 현 집권당의 1990년 대비 8% 감축안에 비해 훨씬 진보된 입장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선진국 블록에서는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논의가 진전될 가능성이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

개도국의 상황

개도국 내에서 인도는 특정 수준의 감축의무 강제는 수용 불가능하다는 가장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인도는 인구 증가가 빠르게 일어나 급격한 온실가스 배출 증가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중국 주도의 온실가스 감축 방안이 개도국 모두에 적용되는 방식에 대해 합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인도의 경우 환경관련 NGO인 Germanwatch가 종합한 환경평가에서 7위를 기록, 10대 온실가스 다배출국 중 독일에 이어 2번째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 미국, 중국도 인도와 같은 국가들이 온실가스 감축에 동의하기 위해서는 현재 사용되는 청정개발체제(CDM)와 유사한 방식의 다양한 개도국 지원체제가 갖추어져야 한다는 데에 동의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종 금융 지원 외에도 기술 이전 등 다양한 방식의 지원이 논의되고 있다.

Ⅳ. 협상 타결 전망과 시사점

1. 가상적 전망

미국과 중국의 전향적인 협조 전략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 중국, 유럽이라는 가장 큰 온실가스 3대 배출 국가(권역)의 포괄적인 협조가 가능해진다. 포스트-교토 협상의 타결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포괄적 협조를 통해서 유럽은 같은 선진국인 미국을 절대량 감축이라는 틀로 끌어들이게 되는 전략적 성공을 거둘 수 있다. 반면 미국은 자국에 대한 온실가스 감축 압력에 중국과의 전략적 협조와 낮은 수준의 감축목표로 대응하면서 전체 협상을 성공시키는 일석 이조의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자신들이 과거에 주장했던 집약도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중국을 주요 협력 상대자로 끌어들임으로써 자국에 대한 압력을 완화시키는 효과를 보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국은 신재생에너지 시장에서 선도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유럽과 미국의 자본과 기술을 끌어들여 차세대 성장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고, 아울러 자국에 가장 유리한 온실가스 감축 제도를 실현하게 되는 이점이 있게 된다.

미국이 현재 Waxman-Markey 법안이 제시한 수준의 감축을 실행하고, 중국은 집약도 방식의 온실가스 감축을 수행하는 방향으로 협상이 타결된다면 글로벌한 관점에서는 온실가스 협상이 타결에 이르게 된다는 면에서 성공으로 평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미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수준이 다른 선진국들의 기대수준에 크게 못미치고, 중국은 집약도 방식에 따르면 세계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임에도 불구하고 2030년까지는 지속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증가시킬 수 있는 제도적 안정성을 확보하게된다는 점에서, 많은 논란을 야기할 소지가 있다. 결국 이번 협상의 결과와 제도적인 맹점에 대해 불만을 가지게 될 많은 여타 국가들을 만족시키고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또 다른 협상카드가 필요하게 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2. 개도국 참여 확대를 위한 방안

개도국을 포스트-교토 협상에 동참시키기 위해 4가지 지원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이 방안들은 산림 이용에 대한 권리 보장, 기술이전, 국별 적응전략에 대한 지원, 금융 지원 등의 방안이 제안되고 있다. 가장 먼저 REDD(개도국의 산림 전용(轉用) 방지 활동에 대한 온실가스 감축 인정) 방안을 들 수 있는데, 이는 아마존 열대우림 개발 등 개도국들의 산림 전용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어 이를 국제적으로 제어할 필요성이 높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해당 국가의 정당한 경제 및 산업 발전 권리를 국제사회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최근 온실가스 감축논의의 주요 핵심 논제로 등장하고 있다. 선진국과는 달리 최빈국의 경우 삼림 훼손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이 많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개도국의 경우 온실가스 전체의 33%, 최빈국의 경우 62%, 개도국 국가들의 경우 개도국 벌채 방지 활동을 배출권으로 인정하는 특례 규정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아울러 교토의정서와는 별로도 새로운 삼림보호제도로서 삼림보호기금 설치에도 합의가 이루어져 가고 있다.

다음으로 금융지원의 경우 환경단체들은 개도국에 대한 지원기금을 통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최소 매년 1600억 달러 이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금액은 선진국들의 배출권 할당에 대한 10%의 경매금액으로 조달될 수 있고, 추가적으로는 항공 및 해상 부문에서의 추가적인 분담금으로 조달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개도국들에 대한 지원의 경우 기존의 공적개발원조 외에 자금지원 방안에 대해서는 선진국 GDP의 0.5%~1%의 지원금액이나(멕시코案), 배출권 경매를 통한 자금조달(노르웨이案), 선진국의 온실가스 배출톤당 2달러의 환경세와 같은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술이전과 관련해서는 선진국과 개도국 간 의견차이가 여전히 매우 큰 상황이다. 개도국들은 에너지 절감 기술 등을 특허와 관련 없이 이전 받을 수 있는 새로운 틀 구축을 요구하고 있으며, 선진국들은 기술 유출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소극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개도국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방안으로 온실가스 감축 기술 공탁(供託)에 의해 국제기구에서 선진국들의 특허를 가진 기업에 대한 별도의 지원을 수행하고 개도국들이 이 기술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대체적인 합의가 이루어진 이러한 분야 외에 국제 무역과 관련된 논쟁이 남아있다. 선진국들이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하지 않는 국가에 대해 국경조치를 통한 관세부과에 적극적인 반면 개도국들은 개도국에서 수출하는 제품에 대한 탄소 배출을 국별 탄소 배출에서 제외해줄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실제로 2002~2005년 사이 중국의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증가분 가운데에 절반가량이 수출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 가운데에 약 60%가 서방 선진국 대한 수출인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수출 증가에 의한 온실가스 증가의 21%를 차지한 전자제품 수출 가운데에서 전체 수출의 30%는 미국, 18%는 유럽연합, 그리고 13%는 일본에 대한 수출이었다. 다만 수출과 관련된 온실가스 협상은 그 자체로 국제 무역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는 만큼 선진국, 개도국 모두 조심스러운 입장에서 의견을 교환하는 상황이다.

3.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이상에서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들의 협상 전략을 중심으로 포스트-교토 협상의 향후 전개 방향에 대해 점검해보았다. 지금까지의 협상 진행 경과만으로는 아직 국제사회에서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협상이 정확하게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 지, 또 협상 타결시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 의무 부담이 어떤 수준에서 결정될지 알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정부에서는 최근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에 대해 기준 성장 시나리오(BAU, Business As Usual) 전망치 대비 21%, 27%, 30% 감축안을 제시하였다. 이는 2005년 대비 절대량 기준으로 환산하면 각각 8% 증가, 동결, 4% 감축이 이루어지는 수준이다. 먼저 이 수준은 일반적으로 선진국들이 개도국들에게 제시하는 BAU대비 15%~30% 감축 목표 범위 내에 있다. 그러나 선진국들에게 요구되고 있는 1990년 대비 40% 감축, 혹은 선진국들에 대한 현실적인 타협안으로 제시되는 2005년 대비 15~30% 감축과는 상당히 많이 떨어져있는 상황이다. 또 중국이 집약도 기준으로 GDP 단위당 50% 배출 감축을 제안한 상황임을 감안하면, 우리의 앞서의 감축안(집약도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각각 65%, 60%, 57% 수준)은 개도국인 중국에 비해서도 목표가 다소 낮게 설정된 것으로 나타난다.

물론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선택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너무 높은 감축 목표를 설정할 경우 산업계의 반발과 더불어 우리 산업의 국제경쟁력에 부담을 주게 되는 난점이 있는 반면, 너무 낮은 감축목표를 제시할 경우 향후 국제 사회의 논의 과정에서 협상 주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최종 협상 결과의 일반적 수용을 강요받는 처지에 몰리게 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향후 우리의 협상 전략을 지나치게 개도국 감축안에 고정시키기 보다는, 선진국 가운데에 가장 낮은 감축의무를 부여 받는 쪽으로 운영하는 등 보다 유연한 방식의 의제 설정 변화를 위한 노력도 필요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G2 중심의 논의구도와 이에 대응하는 여러 선후진국들의 다양한 전략과 제안 사이에서 국가이익을 극대화하는 협상의 기술을 발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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