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설공단 임직원들은 주말, 휴일마다 RV차량 핸들을 잡는다. 가족 나들이 때문이라면 이상할 게 없지만 이들이 운전하는 차량이 장애인콜택시라는 점이 특별하다.

서울시 장애인콜택시는 지난 2003년 1월 국내 최초로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의 이동권 및 사회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도입됐다.

1, 2급 지체 및 뇌병변, 기타 휠체어 이용 장애인을 대상으로 총 300대가 운행 중인데 차량을 늘려도 그만큼 잠재고객이 실제고객으로 전환돼 이용수요가 다시 늘어남으로써 증차효과는 금세 미미해졌다. 이에 따라 이용고객은 평균 40~90분 기다리는 불편이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운전인력을 차량수(300대)에 맞춰 운전기사가 쉬면 차량도 같이 멈춰야 하는 데 착안하고 차량 가동률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했다.

고심 끝에 주말, 휴일마다 공단 직원들이 자원봉사로 휴무차량을 운행하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2010년 8월부터 이용선 이사장이 솔선수범, 직접 핸들을 잡았고 노조위원장도 동참했다. 평일 이용수요가 집중되는 오전시간엔 파트타임 운전원을 투입, 대기불편을 최소화하는 노력도 병행했다.

지난 11월말까지 약 16개월 동안 연인원 2,179명이 2만1,790시간 운전봉사에 나섰고 그 결과 “공단 직원들이 휴일에 쉬지도 못하고 봉사를 해주니 고맙고도 미안하다”는 반응과 함께 대기시간이 평균 30분 이내로 단축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운전봉사에 참여한 공단 직원들은 “단순한 봉사보다 훨씬 더 의미 있고 공단 업무여서 책임감도 든다”며 “장애인의 손발이 되는 것인만큼 주말을 희생해도 보람이 크다”고 말한다.

복지가 사회적 화두로 대두되고 경기침체로 소외된 이웃이 늘어나는 가운데 서울시 공기업인 서울시설공단의 전방위적인 사회공헌활동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행정안전부 경영평가에서 최고등급을 받아 2009~2011년 3년 연속 최우수 기관의 영예를 차지한 서울시설공단은 2005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위한 사회공헌에 눈을 뜬 이후 지난 11월말까지 연인원 8,317명이 참여, 19만3,431시간의 기록적인 봉사활동을 벌였다.

공단은 복지시설 급식도우미와 말벗 되기, 재활원봉사를 비롯해 재해복구, 기술봉사, 물품기증, 조손가정 결연, 그리고 소외된 어린이를 위한 지원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공단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은 2010년 6월 이용선 이사장이 부임한 이후 공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진정성이 중요하다는 철학에 따라 기업의 핵심가치와 연계성을 띠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공단 사업 중 사회적 약자를 위한 대표적 공익사업인 장애인콜택시에 주목한 것도 공단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사회공헌영역이라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서울시설공단이 서울시민과 정서적으로 교감한 사회공헌 중 활동의 진정성과 업(業)의 특성을 고려해 진행하는 생생동물원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서울어린이대공원 동물원 직원들이 뜻을 모아 만든 것으로 거동이 어렵거나 혼자 활동이 곤란한 장애인 등 평소 동물원을 찾을 기회가 거의 없는 소외계층을 위해 ‘찾아가는 동물원’을 표방한 재능기부 봉사활동.

지난 21일(수) 오후 2시. 마포구 상암동 소재 삼동소년촌에 원숭이 손을 잡고 비단구렁이를 목에 두른 특별한 봉사단이 찾아왔다.

이날 2008년 8월부터 시작해 18번째 진행된 찾아가는 동물원 이벤트에 참여한 어린이대공원 직원 20여명은 사육사를 제외하곤 휴일근무로 생긴 대체휴무를 활용했다.

평소 동물원 나들이를 꿈꾸지 못했던 보육원 어린이들은 거북이와 앵무새, 토끼 등 페팅동물들과 교감하며 미어캣 프레리독 등 20종 42여마리 동물친구들과 즐거운 추억을 나눴다. 특히 태어난지 한 달된 아기호랑이 ‘해님, 달님’ 자매와 함께 포토타임을 갖는 깜짝 선물에 웃음꽃이 가득했다.

서울시설공단이 관리하는 시설물 중 가장 잘 알려진 곳이 청계천이다. 청계천 물길이 시작되는 청계광장 폭포 아래 팔석담에 공단의 사회공헌 철학에 부합하는 아름다운 나눔의 공간이 있다.

청계천을 찾은 시민들이 저마다의 소망을 빌며 동전을 던지는 일명 ‘행운의 동전’ 이 바로 그 곳.

동전 던지기는 2005년 10월 청계천 개장 직후 일부 시민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시작됐다. 처음엔 수질이 오염될 수 있고 보기에도 좋지 않아 말렸다. 하지만 시민들이 좋아하는 이벤트 요소로 “로마의 ‘트래비 분수’처럼 청계천의 명소로 활성화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에 따라 이를 허용하고 동전을 수거해 불우이웃을 돕게 됐다.

행운의 동전은 시작 8개월만에 1,650만원에 이르는 거금이 돼 2006년 2차례(사회복지모금공동회, 인도네시아 지진피해돕기) 기부됐다.

하지만 개장 초기 반짝 인기 후엔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져 모금액이 크게 줄었다. 이에 지난해 10월, 공단직원들이 동전 던지기 장소에 LED 조명을 설치해 눈에 잘 띄도록 아이디어를 냈다. 때마침 열린 세계등축제 ‘특수’로 방문객이 크게 늘어 소원도 빌고 어려운 이웃도 돕는 ‘재미와 의미’에 공감한 시민들로 동전 던지기 붐이 되살아났다.

지난 2월 공단은 그간 적립된 동전 2,034만원이 시민의 정성이 모아진 것이라는 점에서 서울시민의 명의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

이어 3월엔 ‘행운의 동전’에 쌓인 51개국 6,338개의 외국동전도 일일이 분류, 세계인의 따뜻한 마음을 담아 유니세프에 전달했다.

공단은 ‘청계천 동전 기부’뿐 아니라 불우이웃을 위한 다양한 자선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15일(목) 이용선 이사장은 위스타트운동본부에 저소득층 아동복지를 위한 성금 650만원을 기탁했다.

이 성금은 지난 9월 24일(토)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열린 ‘서울시설공단과함께 하는 사랑 나눔 바자’ 수익금으로 공단 임직원 1,328명이 모은 의류, 도서, 생활용품 6,643점을 판매한 것이다.

또 공단 임직원들이 월급 자투리 등을 십시일반으로 모은 성금이 올해만 4,355만원에 이르고, 최근 7년간 총 2억4,187만원을 기부했다.

공단은 소외된 이웃을 위해 복지시설 등에 전방위적인 사회공헌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2005년 우성원을 비롯한 장애인 재활시설 등 사회복지기관 4곳을 대상으로 방문 나눔활동을 시작해 현재 서울시내 14곳으로 대상기관을 늘렸다.

이같은 나눔 봉사활동 중 가장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 기술봉사다. 지난 2005년 한 장애인 재활시설의 계단을 교체한 것을 계기로 복지시설들이 비용 문제로 낡은 전기설비, 불편한 바닥, 훼손된 녹지 등을 제때 보수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알게 돼, 2007년 이후 1만1,436시간의 기술봉사활동을 벌였다.

강동구 암사동 장애인 재활시설인 우성원엔 목공소가 있었다. 하지만 전기설비가 없어 제대로 장비를 쓰지 못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의자나 탁자 등 고장난 물품들을 근근이 수리했다.

사정을 전해들은 공동구(상하수도·전선 케이블·가스관 등을 함께 수용하는 지하터널) 직원 8명이 봉사활동을 자청해 하룻만에 선로를 깔고 차단기, 분전반 등을 모두 갖춘 남부럽지 않은 목공소로 변신시켜 관계자들을 감동시켰다.

또 강동구 암사재활원에 가로등을 설치해주면서 텃밭도 만들고 충남 부여군 밀알의 집엔 보도블록도 깔았다.

이밖에 음수대 설치, 수도관 매설 공사 등 몇 백만원이 들어 방치했던 여러 복지시설의 요청을 받아 공단 직원들이 가진 기술능과 봉사의지, 또 직원들이 십시일반 모으거나 공사현장에서 나온 보도블록, 경계석 등을 재활용, 산뜻하게 재단장했다.

1사1촌 인연을 맺은 충남 외암마을, 경남 하동군 등 4곳과 내실있는 교류를 추진하고 있다.

공단의 도농교류는 지역특산물을 구매하거나 민박체험 등 침체된 농촌경제를 살리는 데 힘을 보태고 구내식당 식자재도 구매해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한다.

보병28사단, 해병2사단 등 군부대와도 특별한 인연을 맺고 단순 위문뿐만 아니라 조경기술을 지원하거나 서울월드컵경기장, 어린이대공원 등에 장병과 가족들을 초청하고 있다.

안보투어를 통해 공단 직원과 가족들이 병영체험을 하는가 하면 공단 주관의 행사에 군악대를 지원받는 등 다양한 채널로 민-군간의 벽을 허물고 있다.

서울어린이대공원을 관리하는 공단은 조손가정 결연, 벽지 어린이 나들이 투어, 지방초등학교 초청 축구대회 등 소외된 곳에서 성장하는 어린이들이 꿈을 간직하며 자라도는 데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부모 없이 할아버지 할머니와 생활하는 조손가정 어린이들을 20개 부서별로 한 가정씩 결연을 맺어 공부를 도와주고 밑반찬 전달이나 상담 등 소소한 일상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삼촌, 이모 같은 정서적 안정을 주는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소외감을 느끼기 쉬운 어린이날, 크리스마스 등엔 서울어린이대공원, 서울월드컵경기장 등으로 초청하는 이벤트도 자주 마련하고 있다.

또 산골마을 어린이들을 초청해 서울 나들이 기회를 주는가 하면 지방 초등학교 축구 꿈나무에게 서울월드컵경기장 녹색 그라운드에서 뛸 수 있는 특별한 체험의 장도 마련하고 있다.

공단의 나눔활동은 현장행정을 경영의 화두로 삼은 CEO의 경영철학과 일맥상통한다.

공단의 존립목적은 서울시민이 원천이므로 시민 입장에서 불편한 점을 찾아 생활 속의 작은 불편부터 하나하나 개선하는 데 경영의 방점을 찍으면서, 시민의 공기업이란 정체성을 강화하는 것이 나눔활동의 지향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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