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소득 확보 차원에서 고용 증가·실물자산 유동화 방안 마련을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저물고 새로운 한 해를 앞둔 우리 국민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돌이켜보면 올해도 대외적으로는 유로 존 재정위기와 이에 따른 신용등급 강등 도미노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멈추지 않고 있다. 정부는 내수활성화, 미래투자 강화 등을 골자로 한 2012 경제운용방향을 내놓았는데 국내외 경제 여건은 만만치 않다.

가계부채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와 가계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금융 선순환 구조를 유지하고, 가계는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힘써야 한다.
가계부채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와 가계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금융 선순환 구조를 유지하고, 가계는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힘써야 한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해법이 결국 금융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 정책으로 굳어지는 현실에서 글로벌 경제는 점점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한편 대내적으로는 연초부터 불거진 저축은행 위기가 국내 금융시장을 뒤흔들어 놓더니 연말로 가면서 발표되는 각 기관의 내년도 경제성장 전망치가 갈수록 내려가고 있다. 가계 가처분소득이 늘지 않고 있는 데다 거센 물가상승 압력 속에서 국민들의 체감경기는 더욱 좋지 않다.

물론 정부의 내년도 경제정책도 이러한 상황을 충분히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내수활성화, 미래투자 강화 등을 통하여 경제에 활력을 주고 있다.

생활물가 안정, 교육·주거·의료 등 3대 생계비 경감, 서민생활 안정, 청년 일자리 만들기와 일자리를 통한 복지 등 서민경제를 안정시키는 것에도 주력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창업, 중기 세액공제기간 연장, 민간자본 활용한 임대주택 공급, 복지사각지대 해소 등 과거와는 다른 정책들도 마련되어 있다.

이처럼 정부가 새해 경제정책을 신중하게 마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의 잠재적 경제뇌관을 다스리는 측면에서는 다소 미흡한 듯하다.

다시 말하면 높아진 가계부채 문제가 자칫 폭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국내 가계부채는 금융위기 이후 축소 현상이 진행되는 여타 국가와 달리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금년 3,4분기 현재 한국은행 가계신용 기준으로 8백92조5천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가계 가처분소득대비 가계신용 부채비율도 주요국 중 최고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수도권 중심의 주택시장 침체 현상이 예사롭지 않다. 저성장 속에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가격 하락세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가계의 위기의식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주택가격 하락 등에 따른 가계 실질 순자산가치 하락 등으로 가계의 부채상환 부담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

가계신용 부채비율 주요국 중 최고 수준 근접

특히 부채비율이 매우 높은 가계의 경우 순자산이 마이너스가 될 경우 개인파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부(負)의 자산효과(Negative Wealth Effect)가 나타나면서 소비가 더욱 위축되고, 이는 다시 기업의 수익성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최근 은행권에서 소외된 저소득·저신용자들이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한 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등 2금융권으로의 대출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비은행 금융기관의 가계대출은 상대적으로 신용력이 낮은 가구에 집중된다는 측면에서 이들 기관들로의 가계대출 쏠림현상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건전한 소비생활은 가계 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일조한다.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채소를 고르고 있다.
건전한 소비생활은 가계 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일조한다.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채소를 고르고 있다.

상대적으로 위험관리시스템이 미비한 비은행 금융기관의 위험이 커질 제2금융권의 건전성 악화는 다시 가계대출 비중이 가장 높은 은행권으로까지 확산되어 그동안 경쟁적으로 대출한 금융기관이 동시에 어려움에 빠지면서 신용공급을 더욱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

갑작스러운 환경변화로 인하여 높아진 가계부채에 대한 감내 능력을 잃어버릴 경우 차입비중이 높은 가계와 2금융권이 동시에 위기가 촉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990년대 초반 북구 3국은 가계부채 증가로 인해 가계와 금융기관이 모두 어려움에 빠져 3년 이상 마이너스 성장을 경험한 바 있다.

비은행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쏠림은 위험성 내포

따라서 내년도 경제정책은 ‘가계부채 연착륙’ 유도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이미 커져버렸고, 점점 커지고 있는 가계부채가 갑자기 터져 가계부채발(發) 위기 상황이 도래하지 않도록 철저한 사전 관리가 절실하다. 정책당국은 상환의지가 높은 건전 금융소비자들을 가급적 건전성 문제에서 여력이 있는 은행이 흡수하게끔 유도하여 금융의 선순환 구조를 유지해야 한다.

동시에 제2금융권 경영 악화에 대비하여 이들 기관에 무리한 규모의 수신 집중을 방지하는 한편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강화된 소비자보호규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가계부채 대책을 금리인상, 총량규제 등 정책당국 및 금융기관의 입장에서 거시·규제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가계 입장에서 높아진 부채를 지탱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가계의 안정적 소득 확보 차원에서 수치보다 실효성 있는 고용의 증가가 중요하다. 또한 가계부채 비중이 높은 중산층의 실물자산 유동화 방안도 필요하다.

한편 가계부채의 연착륙은 정부뿐만 아니라 가계의 노력도 절실하다. 먼저 자신의 변제능력을 웃도는 부동산을 과감히 처분하여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여 악성 부채상환에 사용하고, 지나친 실물자산, 예금 위주의 금융자산 등에서 탈피하여 주식, 보험, 연금 등 자본시장 상품을 적절히 배합한 안정된 포트폴리오 구성이 바람직하다.

둘째, 건전 소비생활을 지향해야 한다. 소비생활은 습관과 같아서 단숨에 고치기 힘들지만 무의식적으로 즐겼던 소비생활도 점검하여 불필요한 지출은 줄이고 건전한 소비생활이 몸에 배도록 노력해야 한다.

가계도 유동성 확보와 건전 소비생활 지향해야

 
셋째, 가계의 구조조정은 경제적인 측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므로 고령화시대에 대비해 제2의 직업을 찾는 것 역시 가계의 구조조정으로 볼 수 있다. 비록 제1의 직업에 비해 적은 급여를 받는다고 해도 제2의 직업은 자신이 좋아하고 사회에 봉사할 수 있고 어느 정도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직업을 갖는 지혜가 필요하다.

새해를 앞둔 지금 국민들의 가장 큰 소망이 ‘경제 안정’으로 생각되는 바 새해 경제정책의 키워드도 ‘가계 안정’이 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글·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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