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 유럽국 국채 만기에 북한ㆍ이란 리스크 겹쳐

한국 경제를 둘러싼 불안 요인이 내년 1분기에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여 정부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세계 경기가 둔화하는 상황에서 유럽 5개 재정위기 국가의 국채 만기가 1분기에 집중돼 금융시장을 뒤흔들 전망이다. 이란에 대한 미국의 추가 제재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북한 김정은 체제도 지정학적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다.

25일 기획재정부와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 이른바 피그스(PIIGS) 5개국의 내년 1분기 국채 만기 규모는 이자를 포함해 모두 2천75억유로(한화 약 311조원)로 파악됐다.

아일랜드를 뺀 4개국의 올해 4분기 만기액 163억유로의 13배에 육박한다.

내년 흐름을 봐도 2~4분기 만기 도래액은 각각 1천398억유로, 1천446억유로, 1천227억유로 등이어서 1분기 만기도래액이 가장 많다.

정부 당국자는 "남유럽 재정위기 국가의 국채 만기가 상대적으로 1분기에 집중돼 있어 유로존의 대응이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국제금융시장이 수시로 출렁이고 국내 외환시장을 비롯한 금융시장에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특히 유럽 대형은행들은 지난 10월 유럽 정상의 합의로 내년 6월까지 자본을 확충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Tier 1)을 9%로 높여야 한다.

유로존 금융기관의 디레버리징(부채축소)이 속도를 내면 국내 금융권의 외화차입이 어려워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핵무기 개발 의혹이 불거진 이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것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정부는 이란 중앙은행과의 거래를 막는 미국의 제재법안 발효에 앞서 이란산 원유 수입 중단이나 국제유가 급등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북한 변수도 돌발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주시하고 있다. 특히 김정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생일(1.8), 김정일 70주년(2.16), 김일성 100주년(4.15) 등 북한 내 중요 일정이 몰려 있다.

연구기관들도 유로존 변수를 최대 리스크로 보고 내년 1분기가 고비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 한국개발연구원 이한규 연구위원은 "유로존 문제 때문에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1분기가 가장 어려울 것 같다"고 분석했다.

기재부는 내년도 업무계획의 초점을 위기관리에 두고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 재점검에 들어갔다. 특히 재정 건전성, 외화보유액, 경상수지, 은행 건전성 등 4대 부문을 철저히 관리해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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