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시장 개척 가장 효율적 수단


한·미 FTA는 우리 중소기업이 관세 특혜를 통해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자동차 부품·섬유·석유화학·전기기계 산업을 중심으로 중소기업의 미국 수출 증가를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FTA로 대기업의 수출이 늘면 중소기업의 간접 수출 증대효과도 자연스럽게 커진다.

무역 1조 달러 시대를 연 지난 12월5일, 이명박 대통령은 “향후 무역 2조 달러 시대를 여는 데는 중소기업의 기여와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한·미 FTA를 계기로 미국 시장 전략품목의 현지 마케팅을 강화하고, 수출 지향형 강소기업(Small Gaint) 육성을 통해 중소기업의 글로벌화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한미FTA 발효를 앞두고 미국 자동차 부품 바이어들은 한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 제고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미FTA 발효를 앞두고 미국 자동차 부품 바이어들은 한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 제고에 기대를 걸고 있다.
 
FTA 시대 중소기업의 역할과 가치가 강조되는 이유는 그간의 실적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글로벌 금융 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대기업의 중국 수출은 전년에 비해 49억 달러 감소했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중국 수출액은 오히려 2억 달러가 증가했다.

중소기업의 수출 회복 속도가 빠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중소기업의 빠른 의사 결정이다. 의사 결정 단계가 명료하고, 오너 중심 운영으로 책임경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품중 소량 생산’이란 글로벌 트렌드와도 부합하고, 틈새 시장 개척에도 대기업보다 훨씬 유리하다.

한·미 FTA 발효는 미국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저가의 중국 제품과 가격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희망을 준다. 한·미 FTA 발효를 앞두고 일본 등 주변국 기업들이 한국의 중소기업을 상대로 합작 투자하려는 움직임도 고무적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해외 시장 진출 확대를 위해서는 획기적인 ‘터닝 포인트’가 필요하다. 현재 대기업은 매출액 대비 수출 비중이 60%에 이르지만, 중소기업은 16.8%로 대기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미 FTA 발효는 수출 중소기업 입장에선 ‘단비’와도 같은 계기가 될 수 있다.

오동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수출 기업의 50% 이상이 종업원 50인 미만의 중소기업”아러며 “중소기업의 수출이 절박한 현실 속에서 한·미 FTA는 중소기업의 판로를 개척해 주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민규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중소기업들이 경쟁에서 살아남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느냐가 한·미 FTA의 성과를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시장을 울타리로 성장해온 중소기업들이 이제는 한·미 FTA를 계기로 국제 무대에서 실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스피드와 현장 중심 경영’이란 중소기업 특유의 강점을 FTA 환경과 접목시키는 노력도 필수적이다. 해외 바이어와 중소기업을 직접 연결하는 정부와 무역 관련 기관의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김기흥 경기대 경상대학장은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FTA를 활용해 성장 동력을 지속적으로 창출할 필요가 있다”며 “FTA 활용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와 중소기업의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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