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워크

이달 초 서울 광화문 정부중앙청사에 새로운 형태의 사무 공간이 하나 생겼다.

이름하여 ‘중앙청사 스마트워크센터’. 향후 정부 주요 부처들이 세종시로 이전하고, 업무 담당자들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정해진 곳에서 업무를 보지 못할 때 이곳에 와서 회의도 하고, 업무도 할 수 있도록 마련한 공간이다.

중앙청사 스마트워크를 살펴보면 먼저,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을 조성해 굳이 자료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나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클라우드 컴퓨팅이란 중앙서버에 필요한 서류를 저장해 놓고 이용하게 함으로써, USB 등 별도의 휴대용 저장장치 없이도 언제 어디서든 자료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사무실 자리는 개방형으로 만들어 누구든 책상과 의자, 컴퓨터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화상회의 시스템이 갖춰져 언제든 필요한 사람과 연결해 얼굴을 보고 업무를 논의할 수도 있다.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이 7일 오전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11층에 개소한 세종시 이전 대비 스마트워크센터를 방문해 업무보고 화상회의를 시연해보고 있다. (사진 = 행정안전부)

도심 곳곳으로 찾아간 업무 공간

올해 초 정부는 ‘2011년도 스마트워크 활성화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오는 2015년까지 전국적으로 총 50개의 스마트워크센터를 짓겠다고 밝혔다.

올해 수도권 10개 센터를 시작으로 2012~2013년에는 수도권 25개, 대도시 등 지방 주요 거점에 5개를 짓고, 이후 2년 동안에는 이를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이처럼 스마트워크 확산에 힘쓰는 이유는 스마트워크를 통해 근로자들이 업무효율성을 높일 뿐더러, 출퇴근 시간 등을 절약해 육아와 가사 등에 보다 많은 시간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KT의 스마트워크센터. KT는 주요 거점 지역에 구축된 스마트워크센터가 업무의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진=위클리공감)



현재 우리나라의 1인당 근로시간은 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노동생산성은 하위권이다. 삶의 질 역시 39개 회원국 중 27위에 머문다.

출산율은 세계에서 제일 낮다. 여성들의 교육수준은 세계 상위권을 자랑하지만, 출산과 육아에 직면해서는 일과 병행하지 못해 다니던 직장을 관두기가 다반사이다.

따라서, IT 기술을 이용해 재택근무를 하거나 집근처 스마트워크센터를 이용해 유연하게 근무하는 스마트워크는 이런 문제들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해답으로 떠오르고 있다.

더욱이 출퇴근 거리를 좁혀 이로 인한 교통량을 줄인다면, 전지구적으로 문제되고 있는 환경 위기 대응에도 보탬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만약 사무직 860만명이 스마트워크에 동참한다면 탄소배출량이 연간 111만톤 줄어들고, 1조 6000억원의 교통비용이 절감된다고 분석한다.


KT 직원들이 스마트워킹센터에서 원격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스마트워크센터에 대한 이용자들의 만족도도 높다. 컴퓨터는 물론 영상회의실, 전화기, 복사기 등 업무에 필요한 환경이 모두 갖추어져 있고, 불필요한 보고나 회의 등을 최소활 할 수 있어 작업 효율도 높일 수 있다는 의견들이다.

기업에서도 스마트워크 확산…일과 가정 '두마리 토끼잡기' 

민간 기업에서도 스마트워크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일례로, 삼성전자는 지난 5월 경기도 분당과 서울 삼성동에 스마트워크센터를 개소했다. 미취학 자녀를 둔 임직원들 대상이다. 

KT의 경우는 이보다 앞서 지난해 분당 스마크워크센터를 시작했는데, 운영의 긍정적 결과에 힘입어 내년에는 전국적으로 30곳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포스코ICT에서는 아예 스마트워크의 일환으로 아예 사옥 전체를 변동좌석제로 전환했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시스템에 결재와 각종 경영정보 조회 기능 등을 추가해 굳이 회사 안이 아니어도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하고, 사무실에 나와 근무할 경우 개인별 고정석 없이 자유롭게 자리를 선택해 앉도록 한 것이다. 


한국IBM 직원의 60%는 모바일 근무를 한다. 내근이 필요할 경우 자리예약시스템을 통해 자신의 자리를 찾아 이용한다.

하지만 이런 스마트워크가 자리잡기까지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대면보고 등에 익숙한 조직문화를 바꿔야 하고, 스마트워크를 하는 직원들이 불이익을 받는 경우도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정부는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을 개선해 누구나 자유롭게 스마트워크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이 규정을 통해 스마트워크를 한 공무원이 인사상의 불이익을 받는 것도 금지했다.

더불어 부서장의 성과지표에 스마트워크 활성화를 추가해 직원들이 보다 마음 편하게 스마트워크할 수 있는 여건도 조성했다.

민간에도 스마트워크가 보다 빠르고 부작용없이 정착될 수 있도록, 관련 교육과 컨설팅을 제공하는 등의 노력도 경주중이다.

단순히 보면 스마트워크는 일을 위한 이동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곧 잡무를 줄이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며, 무엇보다 개인 삶이 일에 편중되지 않고 일과 가정과 조화롭게 병행되도록 하자는 취지이다.

‘스마트’한 시대, 스마트워크는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새로운 근무 형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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