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래산 정산 해발 800m에 자리한 별마루천문대. 대기가 안정되는 겨울은 별관측의 적기다.


영월은 두메산골이다. 달리고 또 달려 사방팔방을 둘러봐도 시야에서 산이 사라지는 법이 없다. 투박하고 거칠 것 없는 산은 강처럼 굽이친다. 영월이 영월(寧越:편안할 영(寧) 넘을 월(越))이라 이름 붙여진 이유를 짐작케 한다. 거친 산을 편히 넘고 싶은 마음을 담았으리라. 그토록 거친 산골짜기에 박물관이 하나둘 들어서더니 현재는 아홉 개에 이르렀다. 우리나라 인구 대비 (2006. 11 기준) 가장 많은 박물관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겨울방학 체험학습여행지로 손꼽히는 것도 이때문이다. 자, 떠나자. 자연이 살아 숨쉬는 영월의 박물관 투어만으로도 겨울방학 체험학습과제가 풍 성해 진다.
 
별의 별 즐거움, 별바라기들의 천국…<별마로천문대>

천문대에서 바라본 영월전경. 첩첩산중이다. 천체망원경을 통해 토성의 고리까지 볼 수 있다.


‘이런 곳에 뭐가 있으려나’싶은 곳에 별마로천문대가 있다. 영월읍 봉래산 정상 해발 800m 높이다. 봉래산을 오르는 차마저 힘들어 쉬고 싶어하는 높이다. 숲이 깊 어 산을 "s"자로 한바퀴씩 돌때마다 언제 내렸을지 모를 눈의 높이가 1㎝씩 높아져간다.‘이런 곳에 뭐 가 있을까’싶은 정상에 ‘이곳이기에 있어야 할’별마로천문대가 있다. 별마로는 별(star)과 고요한 마루라는 뜻의 합성어로‘별을 보는 고요한 정상’이라는 의미다. 별마로 천문대에서 보유하고 있는 국내 최대규모인 직경 80cm의 주망원경과 14대의 다양한 망원경은 행성과 은 하, 성운, 성단, 달표면, 태양의 흑점까지 관찰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친절한 별박사님 曰: "천문학자가 되려면 그리스로마신화 보다 수학, 과학 기초과학 공부"
 
이론과 입담을 겸비한 관측실 담당 직원들의 천문우주설명시간에는 너나할 것 없이 모범생이된다. 별이
라곤 문외한인 기자의 어설픈 질문. “무슨 별이 가장 이쁜가요?”. 안내를 맡은 주관측실의 신기진 박
사님은 주저없이 달을 꼽았다. “은하수도 보이고 토성의 고리도 보이고…겨울하늘은 맑아서 별보기 가
장 좋은 계절이예요.”
천문대로서 최상의 위치에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는 이곳이지만 처음 별을 보는 초등학생들의 반응은 시
큰둥 할때가 있다고. 이유는 진짜 별을 봤기 때문이다.  검푸른 하늘에 보석처럼 박힌 별, 오묘한 빛깔
의 성운사진을 봐온터라 망원경으로 본 별과 성운이 덜 예뻐보인다는 것. 물론 별과 친해지기 전까지의 
얘기다. 




진짜보다 진짜같은 돔스크린 가상별자리체험시간

8.3m의 돔스크린에 가상의 별을 투영한 가상별자 리 체험은 진짜보다 실감난다. 북극성으로 시작해 별자리와 그리스로마신화까지 이어지는 30분은 교 과서에 담을 수 없는 우주세계를 보여준다. 12월 중순, 취재 당일에는 정선 화동중학교 2학년 학생들의 체험학습이 있었다. 저녁 7시, 늦은시간 이었지만 교복입은 학생들의 집중도는 대단했다. 가상별자리 체험실(B1)에서 나오는 학생들은 한결 같이“재미있다”고 입을 모은다. “(별자리 체험 후)벽에 걸린 별자리들이 다시 보 인다”는 학생도 있었다. 재미와 학습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확실한 방증이다. 이곳은 학생들 뿐 아니라 아마추어 천문인을 위 해 심야개방을 하고 있다. 천체사진도 직접 촬영 할 수 있다.

 
죽장에 삿갓 쓴 천재방랑 시인…
<난고 김삿갓문학관>

충북과 강원도 경계에 있는 난고김삿갓문학관 김삿갓의 묘가 발견된 곳에 조성한 김삿갓유적지


죽장에 삿갓쓰고 방랑삼천리…바람가객 김삿갓을 노래한 구절이다. 선달산을 업고 충북과 강원도의 경계에 자리하고 있는 난고 김삿갓문학관은 자칫 따분할 수 있는 문학 과 선인의 이야기를 다양한 멀티미디어를 활용해 풀어낸다. 조상을 욕되게 한 글로 장원급제를 했다는 죄책감에 22세부터 방랑한 김삿갓의 일대기는 개인의 삶이자 허물어져 가는 조선말기 봉건사회의 단상이기도 했다. 문학관 내에는 김삿갓의 친필과 장원급제시도 전 시돼 있다. 전시된 김삿갓의 시들은 사후 140여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해학과 풍자가 느껴진다.
 




유적지근처의 자칭 김삿갓

김삿갓 문학관을 나서는 길엔 유적지에 들러보자. 잘 가꿔진 공원인 이곳은 1982년 김삿갓의 묘가 발견되면서 업적을 기리기 위 해 조성됐다. 김삿갓의 문학적위상을 재조명하기 위해 매년 축제가 열리는 곳 도 바로 여기다. 운이 좋다면 유적지에서 "자칭 김삿갓"을 만날 수도 있다. 정체(?)를 묻는 집요한 질문에도 “내가 바로 김삿갓”이라고만 한다. 얼렁뚱 땅 소개 후엔 축지법 강연이 이어진다. 얘기의 요지는 "김삿갓 유적지가 강원 영월과 충북 단양, 경북 영주가 만나는 지점이라는 것"이었다. 비록 자칭 김 삿갓이지만 김삿갓 유적지를 알리려는 노력을 보니 김삿갓에 대한 사랑만큼은 진짜인 듯 싶다.
 
교과서가 도리어 이곳에서 배워간다…<조선민화박물관>

희귀한 조선시대 민화 진품들만 보유하고 있다. 전문해설사의 민화설명으로 관람이 즐거워진다.


조선민화박물관은 김삿갓문학관에서 영월읍 방향으로 가다보면 가파른 언덕배기에서 만나게 된다. 목조로 지어진 박물관은 겉에서 보는 것보다 여닫이문을 열고 들어선 공간이 몇배는 넓어뵌다. 입구부 터 진기한 작품들이 즐비하다.‘민화라…. 교과서 밖에서 민화를 접한 적이 있었던가’질문을 던져본다 . 조선민화박물관은 오석환 관장 개인이 수집한 작품을 전시한 박물관으로 진본작품만 보유전시하고 있 어 의미가 깊다. 호작도, 화조도, 어해도 등 소박한 서민의 애환과 바람이 담긴 대표적인 조선민화부터 왕실의 작품까지 진본작품 200여점이 전시돼 있다.
민화박물관에서 비로소 민화에 담긴 뜻을 이해하다
 

“까치와 호랑이가 그려진 그림 많이 보셨지요?”작품속 호랑이에게서 무슨 말이라도 들을 요량으로 쳐 다보자 해설자 한분이 다가오신다. “호랑이는 잡기를 막아주고, 까치는 좋은 소식을 뜻하지요. 악귀를 물리치고 새해에는 기쁜 소식만 오 기를 바라는 뜻(신년보희:新年報喜)를 담고 있어요.” 난생 처음 민화 한점을 이해하는 순간이다. “한분의 관람객이 오셔도 작품마다 해설을 해 드린다”는 이곳은 ‘관람’을 하는 박물관이기보다 민 화학교라는 설명이 적당할 성 싶다. 판화로 민화찍기, 민화그리기 체험을 할 수 있으며 민화영인본, 민 화우표, 민화서적 등 독특한 민화상품도 구입할 수 있다.
 
여기도 있어요~! <영월곤충박물관·동강사진박물관…>
 




동강유역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종이 전시돼 있다.

폐교된 문포초등학교를 개조한 영월 곤충박물관도 아이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곳 중 하나다. 옛스러운 나무복도를 그대로 살려둔 전시관에는 나 비와 나방 1천여점과 갑충류 1천점, 동강유역에 서 식하는 곤충 1천점 등 총 3천점이 전시돼 있다. 곤 충박물관으로는 국내최초. 이대암 관장이 직접 동강 유역의 곤충을 채집, 연 구하는 덕에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종들이 많 다. (12월은 주말에만 개관) ‘국내최초’라는 설명은 동강사진박물관에도 빠지 지 않는다. 2005년 7월 사진박물관으로는 국내최초 로 개관됐다. 영월군청 인근 하송리 언덕위에 세워진 덕에 아름다운 동강이 눈아래 내려다 보인다. 국내외 사진작품과 카메라전시는 물론 암실, 야외공연장 회랑 등을 갖추고 있다. 매해 동강사진전과 국 내외 유명사진작가 기획전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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