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는 TV 사업에 대해 높은 관심과 의지를 보였다. 주요 뉴스매체 및 관련 업계에서는 향후 1년 내 애플 iTV(가칭) 출시를 기정사실화하며 각종 전망과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iTV가 올해 스마트 TV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까? iTV의 주요 특징을 예상해 보고, 향후 TV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살펴 보자.

애플 iTV에 대한 높은 관심

정작 해당 기업은 출시 계획조차 밝히지 않고 있는 신제품에 대해 수많은 언론사에서 추측성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증권사, 연구소들도 경쟁적으로 예측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과거 애플은 이미 두 차례나 셋톱박스 형태의 TV 제품을 출시했지만, 그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애플의 새로운 TV에 대해 궁금해 하고 있으며, 관련 루머는 지속적으로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그러던 와중에 스티브 잡스 자서전에 나온 TV 제품에 대한 그의 구체적 견해는 전 세계 IT 업계 및 애플 고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애플의 향후 TV 전략 방향에 관해 사실상 공식적으로 처음 공개된 내용이기 때문에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자서전에 나오는 iTV 관련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기기 간 완벽한 호환성,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한 UI(User Interface)이다. N스크린 개념이 일반화되고 있고 리모콘 기술도 진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iTV의 두 가지 특성이 크게 새로워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애플이기 때문에’ 큰 기대가 되는 것이다. 아이폰, 아이패드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애플의 제품과 서비스는 기존에 없던 것을 창조한다기 보다는 이미 존재하던 기술과 서비스의 완성도를 크게 높여서 고객 가치를 창출해 낸다. 애플 기기에 적용되었던 터치 기술도 이미 존재했던 것이고, 앱스토어 사업모델도 노키아 등 기존 업체들이 이미 해오던 것이었지만, 애플만의 색깔을 입혀 사용자 수용도를 크게 높였고, 결국 모바일기기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놓았다. TV의 경우에도 ‘애플이기 때문에’ 시장파급력이 과연 얼마나 클 지에 대해 관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리 예상해 보는 iTV의 주요 특성

그렇다면 애플 iTV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까? ▲애플이 출원한 국제특허, ▲애플의 역량 및 인프라, ▲스티브 잡스의 자서전 내용을 종합하여 애플 iTV의 모습을 예상해 보자.

빅 데이터(Big Data) 기반의 인공지능UI 구현

지금까지 애플이 새로운 제품군으로 사업을 확장할 때 가장 신경을 많이 썼던 것 중 하나가 사용자 인터페이스(UI)이다. 매킨토시의 마우스(Mouse), 아이팟의 트랙휠(Track-wheel), 아이폰의 멀티터치(Multi-touch)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렇다면, 스티브 잡스가 언급했던 TV에서 “가장 손쉬운 UI”란 무엇일까?

블룸버그(Bloomberg) 등 주요 언론매체에서는 시리(Siri)가 iTV의 핵심 UI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리(Siri)는 현재 아이폰4S에 적용된 음성인식 기능으로 통화, 음악감상, 날씨 및 일정 확인 등에 활용되고 있으며, 사용자들의 반응도 우호적이다. 게다가, 시리를 개발한 모회사의 주요 멤버들이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인공지능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핵심 엔지니어라는 점에서 시리의 기술 잠재성은 높게 평가받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 20년 간 TV의 디스플레이는 놀라울 정도로 발전하고 혁신해 왔다. CRT에서 LCD라는 모멘텀을 거쳐 3D 입체영상까지 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UI는 계속 정체되어 왔다. 수십 개의 복잡한 버튼이 나열되어 있는 리모콘으로 채널을 순서대로 움직이고 음량을 조절했을 뿐이다. UI를 유독 중시했던 스티브 잡스 입장에서는 이렇게 지루하고 복잡한 UI를 정말 싫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주요 언론에서 예상했던 대로 음성인식 기술이 애플 iTV의 핵심 UI가 될 것인가? 결론부터 얘기해 본다면 음성인식 기술이 UI의 일부분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빅 데이터에 기반한 인공지능이 뒷받침 되어야 스티브 잡스가 말한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한 UI”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빅 데이터’는 기업이 확보한 막대한 양의 고객 정보(Customer Intelligence), 구매 이력 등을 의미하며, 애플은 이미 아이튠스(iTunes), 앱스토어(App Store)를 통해 업계 최고 수준의 빅 데이터를 확보하였다. 인공지능 UI가 되기 위해서는 빅 데이터를 데이터 마이닝(Data Mining)을 통해 고객별 이용 패턴을 유형화함으로써 단순한 명령어를 제시하더라도 가장 선호도가 높은 콘텐츠를 추천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 영화 중 제일 재미있는 것”이라고 명령하면, 사용자와 유사한 이용 패턴을 가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시청했던 영화 Top 10을 TV가 알아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음성인식 기술은 애플 뿐만 아니라 주요 IT기업들은 대부분 보유하고 있고 이미 일부 서비스에 적용하고 있으며, 업체 간 기술 격차도 크지 않은 수준이다. 그렇지만, 빅 데이터 보유 정도와 데이터 마이닝 역량은 기업 간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애플은 유리한 입지를 확보한 상태이다. 아이튠스를 통해서만 하루에 평균 400만 건 이상의 다운로드가 진행되고 있으며, 사용자의 구매 정보를 통합 관리(Single Billing)함으로써 고객별 맞춤식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반을 이미 확보하였다.

게다가 최근 아이클라우드, 시리 등과 결합하여 더욱 더 강력한 빅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애플이 경쟁사보다 막강한 것은 강력한 고객 풀(Pool)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력한 고객 풀은 고객 정보 확보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고, 이 정보는 가공을 통해 지속적으로 추천 서비스의 완성도/정확도를 높여주게 된다. 사용자들은 이러한 것에 편리함을 느끼고 더 많이 애플 콘텐츠를 이용하게 되어 결국 선순환이 되는 것이다. 향후 스마트 기기 보급이 확대될수록 개인 사용자가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 규모는 훨씬 더 많아 지게 되고, 자연스럽게 이러한 빅 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 UI는 핵심 경쟁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양한 킬러 앱(Killer App)의 등장

애플이 아이폰에서 대성공을 거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앱스토어 역량이다. 개발자들에게 편리한 SDK를 제공하면서 일정 비율의 수익을 보장하였으며, 엄격한 검증(Screening) 과정을 통해 품질이 보장되고 해킹 위험이 적은 앱스토어를 운영함으로써 아이폰의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경쟁 제품 대비 터치 기반의 UI 완성도가 높아 유사한 앱이라고 하더라도 더 수준 높고 손쉬운 구현이 가능했다. iTV의 경우에도 앞서 언급했던 인공지능 UI가 완성도 높게 구현된다면 TV용 킬러 앱의 확산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된 사례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키넥트(Kinect)를 들 수 있다. 키넥트가 인기를 끄는 이유도 결국 완성도 높은 동작인식 기술이 UI에 적용되고 관련 게임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경우, LBS, SNS 등 킬러 앱이 즐비하다. 그러나, 스마트TV는 아직 킬러앱이 상당히 모호하다. 주요 업체들은 VOD 등 영상 콘텐츠가 킬러 앱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기존에 IPTV, 케이블 등을 통해 이용하던 영상물들과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을 것이다. 냉정하게 본다면 TV에 최적화되고 기존에 모바일 기기만으로는 경험하지 못했던 킬러 앱이 현 시점에서는 매우 부족하다. 애플의 강력한 앱스토어 역량을 iTV에도 적용(Leverage)할 수 있을 지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이다.

스티브 잡스가 얘기한 “다른 기기들과 호환되는 통합적인 TV”라면 킬러 앱이 될 가능성이 있다. iOS 및 아이클라우드를 통해 애플 기기 간에는 완벽한 호환이 가능하다. 이러한 특징을 이용하여 N스크린 앱을 구현한다면 기존에 경험하지 못한 신개념 앱이 등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iTV로 TV 광고를 시청하다가 관심있는 제품이 나오면 실시간으로 해당 정보를 아이폰으로 전송하여 볼 수도 있고, 야구 경기를 보면서 원하는 각도의 리플레이(Replay) 장면을 아이패드를 통해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미 ‘혼다 재즈 광고 앱’, ‘ABC 오디오 싱크 앱’ 등을 통해서 애플은 킬러 앱의 등장 가능성을 보여준 바 있다.

신개념 미디어 콘텐츠 유통방식의 도입

애플은 아이튠스, 앱스토어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존 유통 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500조원 규모의 전 세계 방송영상 미디어 콘텐츠의 유통 방식도 변화시킬 수 있을까?

미디어 콘텐츠의 경우, 기존에 애플이 변화시켰던 음원, 모바일 앱 유통과는 상당히 다른 매커니즘이 적용되는 시장이다. 우선 기득권을 보유한 업체들이 지역별로 시장을 이미 장악하고 있어서 단 기간 내에 유통방식의 혁신을 가져 오기가 어려운 구조이다. 그리고, 모바일 앱의 시장 규모가 5조원 수준인데 반해 미디어 콘텐츠는 100배 이상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어서 정부 규제도 심하고 후발 주자의 시장 진입도 용이하지 않은 특성이 있다. 그래서 유통에는 일가견이 있다는 애플마저도 기존 셋톱박스 형태의 ‘애플TV’에서는 미디어 콘텐츠 확보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애플이 그 동안 겪었던 시행착오를 거울삼아 이러한 난관을 새로운 방식으로 극복한다고 가정한다면, ▲통합검색식 유통, ▲편집매장식 유통, ▲완전직거래 유통 등 크게 세 가지 정도의 대안을 예상해 볼 수 있겠다.

첫째, ‘통합검색식 유통’은 기존 CA사업자들과의 제휴를 통한 방식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iTV 검색창에 ‘아바타(Avatar)’라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아바타를 제공하는 CA들이 iTV 화면 상에 표기가 되며, 가격, 화질 등 사용자가 원하는 기준으로 배열할 수 있게 된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특정 콘텐츠를 원하는 CA를 통해 시청할 수 있게 되어 결과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우수한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미디어 콘텐츠 유통 시장에서는 조금 낯선 방식이지만, 일반 소비재 유통 시장에서는 이미 대중화된 방식이다. 대표적으로 인터넷 쇼핑몰 ‘다나와’의 경우, 특정 제품명을 검색창에 입력하면 해당 제품을 판매하는 다양한 판매처가 화면에 표시되고, 사용자는 가격 비교를 통해 가장 저렴한 판매처를 선택하여 구매할 수 있다.

통합검색식 유통의 경우, 사용자 입장에서는 편리한 기능이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는 진입 장벽이 높지 않아 타사 서비스와의 차별화가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실제로 삼성은 북미 지역에서 ‘Your Video’라는 이름으로 통합검색 서비스를 이미 제공 중에 있다. 결국 애플 입장에서는 통합검색식 유통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지역별 유력 CA 사업자들과 제휴할 수 있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CA 사업자들과의 수익 분배 등 계약 조건에 대해 얼마나 강한 교섭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가 제휴 시 중요 포인트가 될 것이다.

둘째, ‘편집매장식 유통’은 CA 주체를 바꾸는 방식이다. 현재 대부분의 미디어 콘텐츠는 지상파 방송국, OTT, 케이블 방송국 등에서 콘텐츠를 모아 채널 또는 VOD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편집매장식 유통방식이 도입되면 사회적으로 저명한 인사, 예컨대 ‘안철수 교수가 추천하는 콘텐츠’라는 앱이 있고, 그 앱 안에는 안철수 교수가 추천하는 다양한 영화, 교양 및 예능 프로그램 등이 포함될 수 있다.

편집매장 유통방식 역시 미디어 콘텐츠 유통에서는 일반화되어 있지 않지만, 화장품, 의류, 구두, 가방 등 패션/잡화 산업에서는 일본을 중심으로 이미 보편화된 방식이다. 유명인사(Celebrity)가 추천하는 제품을 중심으로 다양한 화장품이나 패션 브랜드가 하나의 매장에서 제공되는 형태이다.

셋째, ‘완전직거래 유통’은 CP와 사용자 간 중간 유통 단계를 없애는 방식이다. 현실적으로는 기득권을 보유하고 있는 기존의 지상파 및 케이블 방송국, OTT 중심의 유통 구조를 완전히 바꿔야 하므로 단 기간 내 실현 가능성은 낮다. 일단, CP들은 자체 콘텐츠 제작 능력을 검증 받은 후 투자를 유치해야 하고, 애플 iTV는 지금의 앱스토어처럼 중개 역할만 해주고, 사용자는 별도의 방송국이나 CA 업체를 거치지 않고 iTV를 통해서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체계이다.

현실적으로는 매우 어려운 유통 방식이고, 단 기간 내에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을 통해 사용자가 더 저렴한 가격에 더 풍부한 콘텐츠를 얻을 수 있다면 중장기적으로 전혀 배제할 수 없는 매커니즘이다. 과거 동네마다 있었던 비디오 대여점은 VOD가 활성화되면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고, 도심 곳곳에 있던 레코드 판매점은 디지털 음원이 생기면서 대부분 도산했다. 이렇듯 사용자 입장에서 궁극의 가치를 느낄 수 있다면 유통 구조는 언제든지 급변할 수 있으므로 완전직거래 유통의 가능성도 장기적으로는 열어 두어야 할 것 같다.

비즈니스 모델(Business Model)의 다변화

지난 5년 간 TV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성이 둔화되고 있다. 게다가 애플이 상대적으로 강한 선진국에서는 성장 정체가 더 심화되는 추세이다. 이런 트렌드 속에서 영업이익률 30%를 상회하는 애플이 완제품 형태의 TV를 과연 출시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TV 완제품 시장의 성장성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애플이 TV 사업을 본격화한다면, 이들이 지향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아이폰, 아이패드 등 연관 제품의 교차판매를 유도하는 측면, ▲콘텐츠 유통을 통한 수익(Recurring Revenue) 창출 측면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중에서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콘텐츠 유통을 통한 지속적 수익 창출이다. 애플은 이미 IAP(In App Purchase) 전략을 통해 자사 앱스토어를 통해 지속적인 매출을 확보하는 업체에 대해 중개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IAP는 앱스토어에서 판매되는 앱 뿐만 아니라 앱 사용 중 일어나는 유료결제의 경우에도 반드시 애플을 통해서만 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다. 따라서, 게임 내 아이템 판매나 SNS 사용자의 선물 판매, 음원 스트리밍(Streaming) 서비스의 결제 등으로 개발사가 얻는 모든 수익의 30%가 애플 몫으로 돌아가게 되는 반면, 개발사가 얻는 수익은 그만큼 줄어들게 됐다. 더구나 이 정책을 따르지 않는 앱에 대해서는 모두 삭제한다는 방침이다.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애플의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도록 강제하기 때문에 입점 업체들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AP에 대한 정책을 고수하는 것에서 향후 수익 모델 다변화에 대한 애플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만약 이러한 ‘입점 수수료 부과’라는 수익모델을 iTV에도 적용한다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날로 악화되고 있는 TV 산업의 수익성을 타개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겠지만, 기득권을 가진 기존 CA 입장에서는 애플과의 정면 승부가 불가피해 보인다. 넷플릭스와 같은 유력 사업자는 이러한 정책에 반기를 들 수도 있겠지만, 지역별로 중소 규모의 CA들은 애플의 이러한 시도를 모멘텀으로 이용할 여지도 있어 향후 전개상황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증폭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외에도 TV의 특성 상 광고를 통한 수익 창출 가능성도 존재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애플은 그 어느 업체보다도 많은 고객 정보를 보유하고 있어 기존 매스(Mass) 마케팅 방식이 아니라 타겟(Target)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좋은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 따라서, 애플은 TV 완제품 판매 수익 자체보다 부가적으로 창출되는 콘텐츠 유통 마진, 광고 및 교차판매를 통한 수익성 제고에 중점을 둘 가능성도 분명히 존재한다.

애플 iTV, 스마트TV 제 2막을 열게 될 모멘텀

지금까지 애플 iTV의 특징을 국제출원 특허, 기 보유 역량 및 스티브 잡스 자서전 내용을 기반으로 예상해 보았다. 그렇다면, 이러한 iTV가 향후 출시되었을 때 시장에 주는 파급력은 어느 정도가 될까? 이미 지난 1년 간 주주요 TV 관련 업체들은 ‘스마트TV’를 마케팅 소구 포인트로 활용해 왔는데, 과연 애플 iTV 출시 후에는 시장 및 경쟁 상황이 어떤 식으로 변화할 지 전망해 보자.

우선, 애플이 iTV를 통해 본격적으로 TV사업에 뛰어 든다면 TV 시장에는 상당한 자극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부터 주요 TV제조사 뿐만 아니라 구글, 콘텐츠 사업자 등 업체들은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LG의 경우, ‘Pointing’ 중심이었던 입력기기(Input Device) 기능을 ‘Voice’ 및 ‘Gesture’까지 확대하여 UI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고, 미디어 콘텐츠 검색 및 추천 서비스도 대폭 개선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스마트TV 에코시스템 활성화를 위해 필립스, 샤프 등 외부 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도 강화하는 모습이다. 삼성도 지난 해 11월 열린 ‘Smart TV Global Summit 2011’을 통해 애플 iTV가 향후 1년 내 출시될 것을 기정사실화하며 대응책의 일환으로 ‘Aggregator of Aggregators’ 전략을 소개하기도 했다. 즉, 유수 CA 사업자와의 제휴를 강화함으로써 사용자에게는 프리미엄 콘텐츠를 가장 저렴하게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구글은 소니 및 로지텍과의 제휴를 통해 이미 출시했던 구글TV가 기대했던 실적에 못 미치자, UI 개선 등을 통해 사용자 친화적인 형태로 변모하겠다는 입장이다. 기 출시되었던 구글TV가 지나치게 PC형태였다는 고객 불만이 많았던
만큼 새로운 UI로 재기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애플 iTV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출할 경우 주요 지역별 정책에서도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스마트TV와 관련하여 매우 중요하지만 아직 완전히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는 것이 망중립성, 비대칭 규제, 개인정보보호 정책 이슈이다. 애플 iTV가 본격적으로 사업화되면 전체적으로 스마트TV 시장 규모가 확대되어 정책 이슈가 본격적으로 쟁점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같이 애플 iTV의 출시설은 관련 업계에 많은 고민을 던져줌과 동시에 정책적으로도 여러가지 화두를 던지고 있다. 지금까지의 스마트TV 시장이 1막이었다면, 애플 iTV 출시를 모멘텀으로 새로운 2막이 열릴 것으로 전망이 된다. 물론 일부에서는 ▲셋톱박스 형태의 애플TV가 시장 파급력이 제한적이었다는 점, ▲TV 교체주기가 길고 사용 행태가 스마트화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 ▲기존 VOD 서비스 대비 차별화 포인트가 미흡하다는 점 등을 들어 애플 iTV가 출시되더라도 시장 반응은 미온적일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이미 애플 출시설만으로도 관련 업계가 들썩이면서 새로운 서비스 및 UI가 등장하는 것만 보더라도 애플 iTV는 스마트TV 시장에 새로운 모멘텀이 되고 스마트TV 제 2막을 여는 자극제가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스티브 잡스는 그의 자서전에서 고객 조사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고객들은 제품을 만들어 주기 전까지는 무엇을 진정으로 원하는 지 잘 모른다는 것이다. 말 타던 시절 고객조사를 했다면 더 빠른 말을 원했겠지만, 실제로는 더 빠른 말이 아니라 당시 고객들이 잘 몰랐을 자동차를 개발하는 것이 낫다는 논리이다. 이렇듯 스티브 잡스가 꿈꾸었던, 그리고 애플이 지향하는 iTV의 모습은 어쩌면 일반 고객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형태일 지도 모른다. 즉, TV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애플 iTV 출시가 기존 TV 관련 기업들에게 리스크가 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오히려 숨겨져 있던 고객의 니즈를 제품으로 충족시켜주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TV 제 2막에서도 국내 업체들의 선전을 기대한다.[LG경제연구원 이종근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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