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일가 주식대박
재벌 도덕성은 바닥에 뒹군다.
 
 
구본무 LG회장을 비롯한 일가 친인척 30여 명이 계열사 주식 매각으로 ‘대박’을 터뜨려 재벌의 도덕성 시비가 일고 있다. LG그룹 구씨 일가는 부품 관계사인 LG이노텍의 주가가 유례가 드물게 상승한 상태에서 신규 상장 6개월 의무 보호예수 기간이 끝나면서 보유지분을 매각, 총 1,468억이라는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의하면 구본무 회장은 지난 달 13일 블록딜(Block Deal, 보유주식을 덩어리째 한꺼번에 매각하는 거래형태)을 통해 보유 중이던 주식 10만2,624주를 모두 처분했다.

한 주당 매각가는 12만2,200원으로 밝혀졌는데 액면가 5,000원에 주식을 취득한 구 회장이 챙긴 차익은 120억 원을 넘는다. 구 회장은 올해 초에는 LG이노텍에서 3,590만 원의 배당금을 받기도 했다.

구 회장의 자녀들 중 양자인 구광모는 4만2,000주를 매각해 49억원, 장녀 구연경도 같은 날 5만4,000주를 매각, 63억 원의 차익을 거뒀다. 이번 구씨 일가 주식 블록딜에서 가장 많은 차익을 남긴 사람은 구자홍 LS그룹 회장과 구본준 LG상사 부회장으로 이들은 LG이노텍 주식 13만1,040주를 처분해 153억 원 이상의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구 회장의 종조부인 구평회, 구두회도 각각 4,800주씩 팔아 5억 원 이상의 차익을 남겼으며 구본식 희성전자 사장의 장남 구웅모(20)도 같은 날 보유 중이던 LG이노텍 주식 3만 주를 모두 처분해 35억 원의 차익을 올렸다.

증권업계에서는 LG이노텍 상장 당시부터 보호 예수기간(대주주의 주식 매각을 금지시키는 일정 기간)이 끝나면 구씨 일가의 지분 매각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됐었다. LG이노텍의 최대 주주인 LG전자 보유 지분이 50%를 넘는 상황이어서 개인 대주주들이 경영권 방어를 이유로 지분을 보유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구씨 일가의 대규모 블록딜과 그를 통한 1,468억 원의 차익은 외형적으로는 합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LG그룹 본사 홍보실 황정섭 부장은 지난 1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일가 친인척 30여 명이 같은 날 대량의 주식을 한꺼번에 매각하는 일이 의혹을 살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 전에는 팔 수 있는 기회가 없었고 법적으로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황 부장은 “왜 (합법적인 거래를) 문제 삼는지 모르겠다”며 기자에게 불만을 드러내기까지 했다.

그는 일가 주식 일괄 매각에 대해 “재벌 오너가에서는 ‘관행’으로 여겨지는 일이고 주식 시장에서 불안감이 해소돼 다행이라는 반응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취득가에 비해 24배가 넘는 가액에 주식을 매각한 행위에 대해서는 “매각 시점에 비해 현재 주가가 더 높아 문제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LG이노텍 홍보실 정재욱 대리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7월 24일 최초로 기업공개를 했다”고 밝히며 “(구씨 일가의) LG이노텍 주식 취득 시점은 그 이전인 것 만큼은 분명하지만 정확히 언제인지는 현재로는 확인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LG이노텍은 설립된 지 39년 된 회사다. 정 대리는 기업 공개 시점에서 1년 여 만에 주가가 24배 넘게 뛴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지에 대해 “원인은 잘 모르겠다”고만 답했다.

그러나 현대증권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1년 사이에 주가가 24배 넘게 오른 예는 처음 보는 것 같고 재벌의 경우 주식을 ‘몰래 몰래’ 매각하는 경우가 보통”이라고 말해 구씨 일가의 LG이노텍 주식 블록딜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신한증권의 다른 관계자는 “LED관련 LG계열사들 주가가 대폭 상승해 LG이노텍 주식이 24배 뛰었다고 해서 이례적이라고까지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며 “전체적인 거래 과정을 검토해 봤을 때 문제 삼을 부분이 발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증권 전문가들은 법적인 기준에서만 이야기할 뿐 도덕적인 판단은 논외로 하고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일각에서는 ‘먹튀’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LG그룹 일가의 주식 대박을 비도덕적 행태라고 비난하고 있다.

주가 정보 취득이 일반인에 비해 월등한 재벌 오너 일가가 타 회사도 아닌 계열사 주식을 1년 사이에 24배 넘는 가격에 팔아 1,400억 대 차익을 올린 일을 일반인 주주 입장에서 ‘있을 수 있는 일’ 정도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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