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전격 사퇴한 최시중(75) 방송통신위원장은 방통위가 출범한 지난 2008년부터 약 3년 10개월간 국내 방송과 통신, 미디어 정책을 총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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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방송·통신업계 관련 정책 결정권을 가진 데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깊은 관계' 등을 배경으로 실세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핵심 측근인 정용욱 전 정책보좌역이 김학인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이사장으로부터 EBS 이사 선임을 놓고 2억 원을 받았다는 의혹 등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곤혹스러운 처지로 몰렸다.

1937년 경북 영일에서 태어난 그는 대구 대륜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동양통신 기자를 거쳐 동아일보 정치부장과 편집부국장, 정치담당 논설위원 등을 역임한 언론인 출신이다.

이후 1994∼2007년 한국갤럽 회장을 지내면서 폭넓은 인맥을 다졌고 특히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과는 서울대 입학 동기로 줄곧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대선이 치러진 2007년에는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나선 이 대통령의 상임고문을, 이 대통령의 당선 후에는 제17대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2008년 3월 초대 방통위원장으로 취임해 3년간 종합편성·보도채널 선정, 방송·통신 융합 등의 과제를 추진했다.

이 가운데 IPTV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고, 위피(WIPI) 탑재 의무화를 폐지해 본격적으로 스마트폰을 활성화한 것은 공적으로 남는다.

지난 2009년에는 휴대전화 인하 정책을 추진해 장기 가입자 할인, 1초당 과금제 등을 도입했다.

그러나 미디어렙 법안, KBS 수신료 인하 등의 현안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후임자에게 넘기게 됐다.

최 위원장은 2011년 3월 2기 방통위원장으로 연임에 성공하면서 휴대전화 요금 인하를 중점 추진 과제로 제시했다.

그해 6월 방통위는 기본료 1천원 인하를 골자로 한 새로운 통신요금 인하 방안을 내놨지만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경쟁을 통한 요금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제4 이동통신사를 선정하려 했으나 이도 불발했다.

작년 방통위는 주파수를 효율적으로 할당하기 위해 경매제를 도입했지만 경매제가 이동통신업계에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며 이는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최근에는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사 간 재송신료 분쟁으로 1천500만 케이블TV 시청 가구가 KBS 2TV를 시청하지 못하는 방송 대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최 위원장은 1기 위원장 취임 당시 첫 기자간담회에서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사퇴 기자회견에서는 "지금도 그런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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