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로 검토 중인 ‘총량제한 방식의 배출권거래제’ 도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전경련은 22일 전경련 대회의실에서 ‘외국의 배출권거래 시행현황 및 시사점 세미나’를 개최하고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도입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배출권거래제 도입, 우리나라에 맞는 방식 채택해야

조용성 고려대학교 교수는 국내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설계시 제도 유형, 참여 대상과 방식, 할당방법, 거래대상 가스 등 주요 쟁점사항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며, 철저한 사전 준비와 시범사업을 거쳐 우리나라에 맞는 방식을 채택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 중 정부가 배출권거래제의 방식으로 도입하고자 하는 ‘총량제한 방식’은 에너지 다소비 제조업 중심의 우리 산업구조에서 불가피하게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추가 설비투자를 제한하여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어렵게 할 수 있으므로 원단위 방식, BAU 방식, 부문별 접근 등 다양한 형태의 배출권거래제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하였다.

* 1. 총량규제 방식 : 기준년도 대비 총배출량 감축
2. 원단위 목표 방식 : GDP, 생산량, 에너지소비량 대비 배출량 감축
3. BAU(Business As Usual) 방식 : 정상적인 경제성장 수준의 배출량 대비 감축
4. 부문별 접근 : 국가별이 아닌 부문별(발전, 시멘트, 철강 등) 배출량 감축

안영환 에너지 경제연구원 박사는 국내 배출권거래제가 도입되는 경우에도, 국내 산업의 국제경쟁력 약화 여부에 대한 영향을 분석하고 보완 방안을 설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박사는 “EU에서도 국제 경쟁에 노출된 산업에 대해서는 배출권 할당 시 내수 산업과 다른 할당방법을 적용하고 있다”며, “2013년 이후 EU에서 배출권을 경매방식으로 할당할 경우에도 일부 수출산업에 대해서는 무상 할당해 역내 산업경쟁력 유지를 염두해두고 있다”고 밝혔다.

김영환 전력거래소 부처장은 향후 배출권 거래제 도입 시 각 업종의 특성과 기존 시장의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 부처장은 발전부문 배출권 모의거래 사례 발표를 통해 온실가스의 총량을 규제했을 때, 석탄대신 LNG 사용에 따른 전력요금 상승, 에너지 수급의 교란, 발전 여건 악화로 인한 정전 사태 발생 가능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규제보다는 인센티브로 자발적 참여 유도를

이날 세미나에서 노종환 한국탄소금융 대표는 주제발표를 통해 최근 포스트 교토체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미국, 호주 등으로 탄소시장이 확대되고 성장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밝히고 우리나라도 다양한 유형의 배출권 거래방식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통해 국내 현실에 맞는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패널로 출연한 김정인 중앙대 교수는 유럽에서도 철강, 시멘트와 같이 국제경쟁을 해야 하는 에너지 집약산업에 대해서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권을 무상으로 할당하는 등 실질적인 산업 보호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해외 기업과 경쟁하려면 한국도 비슷한 수준의 산업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특히 에너지절약 가능성이 많으면서 감축 비용이 저렴한 가정, 상업 및 수송 부문에 대한 감축을 병행함으로써, 제조업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과 균형을 맞춰야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가스공사 김효선 박사는 온실가스 감축방식에 획일적인 규제를 도입하기 보다는 기존 에너지 정책과 조화를 이루면서 산업 부문별 특성을 고려한 정책 믹스를 적절히 구사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에너지다소비 업종 관계자를 포함하여 금융, 운송, IT통신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200여명이 참석했다. 홍성일 전경련 경쟁력강화팀장은 “이는 산업계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및 산업계 할당에 따른 부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산업계 입장에서는 총량할당을 통한 배출권거래제보다는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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