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세가 전방위적으로 번지고 있다. 장바구니 물가와 직결되는 생필품값은 물론 공공요금, 자동차, 햄버거, 커피 등에다 전셋값도 상승세다. 몇년째 급여는 제자리 걸음인 서민들 입장에서는 한숨만 늘어나게 됐다.

◆ 줄줄이 인상 러시

서민들이 많이 찾는 커피·화장품·햄버거·스낵류 등의 가격이 잇따라 인상되고 있다. 농심 켈로그는 콘푸로스트, 스페셜 K 등 주력제품의 가격을 평균 5% 인상했고, 패스트푸드점인 맥도날드 역시 일부 제품 가격을 올렸다.

앞서 버거킹이 햄버거 10종 가격을 평균 4.7% 올렸고, 던킨도너츠도 최근 커피 가격을 9.8% 인상했다.

화장품 가격도 잇따라 오르고 있다. 인기 화장품 브랜드 SK-II는 3.5~10.4% 가격을 올렸고, 키엘 역시 90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3.1% 인상했다.

이들 수입 브랜드 이외에도 국내 업체인 LG생활건강 (472,500원▼ 5,500 -1.15%)이 자사 제품 100종의 가격을 3~8%씩 인상하기도 했다.

의류업체들도 가격 인상 대열에 나서려 하고 있다. ‘빈폴’ 등을 보유한 제일모직 (99,900원▼ 600 -0.60%)이 검토 중이고,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와 블랙야크 역시 등산화 제품의 가격을 올리기로 했다.

휴대전화 및 IT기기에 대한 가격 인상도 이어지고 있다. 소니코리아는 원자재 및 부품 가격 급등을 이유로 일부 렌즈 제품에 대한 가격을 인상했다.

아울러 최근 4세대(4G) 단말기 가격의 출고가가 기존 제품들과 비교해 10만원 정도 비싸고, 4세대 이동통신(LTE) 요금제 역시 전반적으로 기존의 요금제들보다 20% 비싸다고 소비자 단체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는 방송통신위원회가 물가에 대한 신중한 검토없이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제출한 4세대 이동통신(LTE)의 ‘무제한 요금제’를 인가했기 때문이다.

일부 자동차도 가격이 올랐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올뉴SM7’을 업그레이드하며 10만~60만원 올렸다. 해외 업체들이 가격을 낮추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국내 업체가 가격 인상을 부채질한다는 지적이다.


 
◆ 이마트발 가격인상 도미노

이처럼 가격 인상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형 유통업체도 가격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이마트 (273,000원▲ 1,500 0.55%)는 지난해 1월 ‘물가 안정’ 차원에서 1년 동안 가격을 동결키로 한 26개 품목에 대해 그동안 누적된 가격인상 요인을 포함해 가격인상을 시작했다.

이마트는 26개 품목 가운데 코카콜라, 이마트 우유(1000mL), 소와 나무 고칼슘 우유(900mL·2개). 동서식품 맥심 아라비카 등 4개 품목의 가격을 최근 인상했다.

국내 최대 대형마트인 이마트의 가격 인상으로 전반적인 서민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경쟁업체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도 가격 인상에 동참할 가능성과 함께 다른 품목의 연쇄 가격 인상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제조업체가 가격을 올린 상품에 대해서만 가격을 올릴 뿐 물가 안정에 힘쓰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식품업계는 “이마트가 유통마진을 줄이는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마치 식품 제조사들에게만 가격인상의 책임을 돌리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공공요금·전세값도 ‘빨간불’

난방용과 차량용 연료로 사용되는 LPG 가격도 오름세다. 프로판은 kg당 1336원으로 90원 올랐고, 부탄은 1730원으로 83원 올랐다. LPG 국제가격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해 다음달 국내 LPG 가격에 대한 큰 폭의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택시업체들이 요금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난방 요금은 지난해 12월 4.9% 인상됐다. 전용면적 60m²(약 18.15평) 아파트를 기준으로 보면 월 평균 난방비가 2300원 가량 오르는 셈이다. 도시가스 요금 역시 작년 평균 5.3% 인상돼 일반가정 평균사용량을 기준으로 한달에 940원 가량을 추가 부담하는 실정이다.

전기요금은 지난해 12월 평균 4.5% 인상됐다. 주택용과 농사용은 동결됐고, 주로 대형건물인 일반용과 산업용 전기요금이 많이 올랐다.

지난해 치솟았던 전세금도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서울 은평구(상승률 1.12%), 중랑구(1.04%)를 중심으로 전세값이 상승하고 있다. 강서구(0.97%), 서초구(0.86%), 마포구(0.72%), 노원구(0.71%), 구로구(0.60%)도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또 최근 전세 수요가 몰리고 있는 2기 신도시의 경우 광교가 3개만에 12.12% 전세금이 상승했고, 판교(2.56%), 김포한강 신도시(2.26%)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은평구 불광동 현대홈타운1차(82㎡)는 3개월만에 2500만원(12.50%)오르며 현재 2억2500만원을 기록 중이며, 서울 중랑구 상봉동 동부 아파트(82㎡)는 같은기간 2000만원(16.67%) 올라 현재 1억4000만원이다. 광교신도시 상현동 이던하우스(111㎡)도 3개월만에 2000만원 올랐으며, 판교신도시 삼평동 봇들마을1단지(109㎡)은 같은 기간 5000만원 치솟으며 현재 3억3500만원에 나와있다.

◆ ‘제2의 물가대란’ 이어지나

이처럼 ‘물가 폭탄’이 터지기 시작한 것은 작년부터 이어져 온 정부의 물가억제 정책이 한계점에 직면해 ‘폭탄’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시장경제 체제 속에서 인위적인 가격통제가 부른 부작용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은 올 초 신년사를 통해 물가를 잡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당장 서민들 장바구니를 가볍게 만드는 식료품과 생필품 가격도 제대로 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기업들 역시 정부의 압박으로 인상을 자제했지만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급등 등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면서 한계에 도달한 거 같다”고 전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4월 총선부터 연말 대선까지 정치권이 요동치는데 정부 말을 누가 듣겠냐”며 “일단 기업이 살기 위해서라도 가격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번 촉발된 물가 상승세가 걷잡을 수 없이 전방위로 확산될 경우, ‘제2의 물가대란’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 경제 전문가는 “그동안 힘으로 억누른 물가가 폭발하는 셈”이라며 “임기말에 도달한 정부가 더 이상 물가 잡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경제정책팀 김한기 팀장은 "물가가 치솟고 있지만, 금리동결이 계속되면서 서민 경제에 악영향을 주고 있고, 정부는 반 시장적인 물가대책만 내놓고 있다"며 "정부 및 경제당국이 지금과 같이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를 인지하지 못하고 대처하지 못하면 총선 및 대선에서 그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1월 소비자 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 지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3.4%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0월(3.6%) 이후 처음으로 3%대로 떨어졌다.

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률이 워낙 높았던 데 따른 기저 효과의 영향으로 보기 때문에 아직 물가가 안정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이달부터 물가 인상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고, 향후 대중교통 요금 인상, 가공식품 및 에너지 가격 상승 등으로 또 한번 물가 상승 대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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