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의장 신분으로 검찰 소환조사 불가피?


박희태 국회의장이 9일 의장직을 전격 사퇴했다.

박 의장은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의 지난 1월4일 폭로로 공개된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 관련해 책임을 지고 이날 오전 의장직에서 물러났다.

한종태 국회 대변인은 오전 10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박 의장의 사퇴문을 대신 발표했다.

박 의장은 사퇴문에서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저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 저는 큰 책임을 느끼며 의장직을 그만두고자 합니다”라고 밝혔다.

18대 국회 후반기 의장인 박 의장의 임기는 오는 5월29일까지이다.

이에 따라 박 의장은 이승만, 이기붕, 박준규 등에 이어 국회의장 임기를 마치지 못한 역대 4번째 의장이 됐다.

특히 비리관련 사건과 연루돼 현직 의장이 불명예 퇴진한 것은 박 의장이 처음이다.

박 의장의 사퇴는 일부 언론이 이날 그의 전 비서 고명진씨가 2008년 전대 당시 고 의원 측에 건네진 문제의 300만원을 돌려받은 뒤 이를 당시 캠프 상황실장이던 김효재 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직접 보고한 것으로 보도한 직후 나온 것이다.

박 의장은 그간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의 사퇴 촉구와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사퇴를 거부해왔으나 검찰 수사의 칼날이 좁혀오자 더이상 버틸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 의장과 2008년 전대 당시 캠프 상황실장이던 김효재 정무수석은 검찰 수사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박 의장 돈봉투 사건은 “박 의장측으로부터 300만원이 든 돈봉투를 건네받았다가 되돌려주었다”는 고 의원의 증언으로 지난 1월4일 처음 공개됐다.

고 의원은 같은 달 8일 검찰에서 “2008년 7월 전대(3일) 2∼3일 전에 의원실로 현금 300만원이 든 돈봉투가 전달됐으며, 봉투 안에는 ‘박희태’라고 적힌 명함이 들어있었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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